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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Nov 09. 2022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제목만으로도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며 마음의 위안을 주는 영화

2017년 리마스터링 포스터


감독 : 마틴 브레스트

각본 : 루게로 마카리

          (원작 : 지오반니 아르피노)

출연 : 알 파치노, 크리스 오도넬, 필립 호프먼, 가브리엘 엔워 등

별점 : ★★★★☆

추천



















탱고를 추다 실수를 해도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이성적 자아와 감성적 자아가 전혀 다른 입장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람에 따라 비중을 이성에 둘 수도 감성에 둘 수도 있는데 가끔 평소의 자기와 다른 쪽을 택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현실이 암울하고 두려울 때 감성의 끌림에 자신을 맡겨보고 그것에서 삶의 의지를 찾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시각 장애를 가지게 된 퇴역 장교에게 '여인의 향기'가 갖는 의미다.



줄거리


   뉴잉글랜드 명문 사립고 베어드 스쿨의 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은 부유한 다른 학우들과 달리 궁핍한 형편이라 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태고 있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에 고향에 갈 차비를 얻고자 추수감사절에 시각장애인이며 성질 괴팍한 퇴역 중령 슬레이드(알 파치노)의 돌봄 자리를 맡게 된다. 그런데 늦은 밤 도서관 알바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교장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학교 동기 세명을 목격하게 된다. 친구 조지(필립 시모어 호프먼)과 함께. 이때 한 교사가 찰리와 조지가 그것을 목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 날 부비트랩은 성공하여 교장은 그의 자동차와 함께 페인트를 뒤집어쓰게 되고, 이 장난을 친 학생을 찾기 위해 찰리와 조지가 교장에게 불려 갔지만 둘은 말할 수 없다고 하자 교장은 찰리에게 당근과 협박을 제시한다. 말하면 하버드 장학생으로 추천해 줄 것이고 말하지 않으면 퇴학의 징계를 내리겠다고.


   심란한 가운데 슬레이드의 집을 찾은 찰리는 슬레이드가 뉴욕 여행을 가겠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다. 비행기는 1등석에 호텔은 최상급에 스위트룸, 의상도 고급지게 맞추고 고급진 식당에서 매력적인 향기의 여인 도나(카브리엘 앤워)와 탱고도 춘다.(이 영화의 대표 장면) 이런 것을 경험하는 찰리는 혼란스럽다. 뉴욕에서 이튿날 슬레이드의 친형 집을 예고 없이 찾아가고 친형과 조카 등과 언쟁을 벌인다. 여기서 찰리는 슬레이드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의 좌절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그다음 날 주변 모든 사람과 사이가 나쁘고 미움을 받는 신세에 무기력해하는 슬레이드를 위해 그가 평소에 매우 좋아한다고 했던 페라리 매장을 찾아 시승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시각 장애인 것을 숨기고 슬레이드가 운전대를 잡고 찰리가 방향을 일러주는 대로 운전하는 것으로. 신이 난 슬레이드는 경찰에 제지를 받을 때까지 과속으로 달린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슬레이드는 찰리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밖으로 나갔던 찰리는 뭔가 이상한 낌새에 호텔방으로 되돌아가는데 정복 차림에 권총 자살을 시도하는 슬레이드를 발견하고 이를 말린다. 슬레이드는 내 삶은 완전히 어둠에 있는데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하라고 하자 찰리는 탱고를 자기가 아는 누구보다 잘 추고, 페라리도 잘 몰 수 있지 않느냐, 그리고 "탱고 스탭이 엉켜도 그것도 탱고"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이에 슬레이드는 마음을 되돌리고 여행을 마무리한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간 학교에서 교장은 전교생과 교원을 강당에 모아놓고 지난번 장난을 한 학생들을 찾기 위해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조지는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지만 찰리는 혼자서 교장의 추궁을 받고 있는데 슬데이드가 나타나 찰리의 보호자 자격으로 그의 옆에 앉는다. 조지는 아버지의 설득으로 학우들의 이름을 말하지만 시력이 나빠 확실한 진술은 찰리에게 넘긴다. 찰리는 평소 자신을 가난하다고 무시한 그 친구들이 못마땅하지만, 그들을 고자질해서 하버드 장학생 자리를 얻는 것은 싫다며 진술을 거부한다. 이에 교장이 찰리를 탓하며 징계하려 하자 슬레이드는 동료를 파는 학생이 칭찬받고 의리를 지킨 학생이 징계받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며 이런 것을 학교 전통으로 남길 것이냐며 교장을 크게 나무라는 연설을 한다. 이에 감동한 청중은 박수로 공감하고 결국 찰리는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으로 징계위원회는 끝난다.


   슬레이드를 집까지 배웅하며 그가 삶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삶의 고난을 서로 도와서 잘 헤쳐나갔다는데 뿌듯해하며 영화는 끝난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자아를 이루지만 때로는 너무나 다른 개체의 자아처럼 나타날 때가 있다. 이성이 분노하면 감성으로 누그려 뜨려 주고, 감성이 공포에 떨고 있으면 이성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때론 이 균형이 무너져서 한쪽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영화 초반부에 비행기 일등석에서 슬레이드가 여승무원의 향기로 그녀를 파악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찰리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자 번역하기 민망할 정도로 저속한 표현으로 여성의 육체를 행복의 근원으로 묘사한다.


      "Women! What could you say? Who made'em? God must have been a fuckin' genius. The hair... Have you ever buried your nose in a mountain of curls... just wanted to go to sleep forevver? Lips... when they touched, yours were like ... that first swallow of wine... Tits. Hoo-ah! Big ones, little ones, nipples staring right out at ya, like secret searchlights. Legs. I don't care if they're Greek columns or secondhand Steinways. What's between'em passport to heaven. I need a drink. Yes Mr Sims there's only two syllables in this whole wide world worth hearing:Pussy!"


   인생을 이성만으로 살 수 없고 감성만으로 살 수도 없다. 현실을 딛고 서서 이성적 합리성을 추구하며 살다가도 넘어져 좌절하게 될 때 위안을 얻고 살아갈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것도 있어야 한다. 슬레이드에겐 군인으로서 자신의 삶이 전부라 여기며 살다 사고로 시력도 잃고 군인 신분도 내어놓아야 하자 이를 부정하고 주변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산다. 군인이 아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것을 고등학생인 찰리를 통해 알게 되고 현재의 삶을 받아들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의지를 얻는다. 찰리도 아버지의 부재와 계부에 대한 불신 등 본받을 만한 기성세대를 발견하지 못하다 슬레이드에게서 강한 정신을 배우게 된다. 서로 다른 세대와 다른 경험과 입장이 상호 보완되며 상호 성숙할 수 있는 기호가 된 것이다.


   알 파치노에게 첫 남우주연상을 안긴 뛰어난 연기, 스타들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어 좋은 영화다. 조지로 나오는 필립 호프먼의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보는 것도 재밌고 불멸의 장면 Por Una Cabeza에 맞춰 탱고를 추는 장면만 봐도 마음에 위안을 준다. 요즘처럼 우울한 때 언제든 다시 봐도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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