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수 개념이 단어에 적용되어 생긴 오해
교과 과정에서 수의 개념은 학교에서 자연수, 유리수, 실수, 복소수 순으로 가르친다. 수학이 아닌 일상에서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 개념은 적용된다.
자연수 : 하나, 둘 셀 수 있는 것, 순서를 나눌 수 있는 것. (예) 사람, 좌석 등
유리수 : 기준량과 비교량이 있는 것. (예) 확률, 환율, 할인율 등
실수 : 하나, 둘 셀 수 없는 연속적인 양을 가진 것, 대소 구분 가능. (예) 물의 부피, 거리, 시간 등
복소수 : 성분이 하나가 아니어서 대소 구분이 불가능한 것. (예) 평면상 위치, 하나의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이며 정성적인 것.
우리말은 다른 언어에 비해 장점이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이 수의 개념을 잘못된 것이 많다는 것이다. 흔한 예로 실수의 개념이 적용돼야 할 시간에 자연수를 적용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1일이다."라는 말은 "오늘부터 0일이다."로 바꿔야 맞다. 시간의 시작은 0이다. 자연수가 적용되는 것은 1부터 시작하지만 실수는 0에서 시작해야 한다. "xxx 하려는 생각은 1도 없다."도 잘못된 수의 개념이다. 그냥 '0이다.'라고 하면 된다.
나이도 태어난 때를 '0세'라고 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색하면 월령이나 일령을 쓰면 된다. 실수를 적용해야 하는데 어색하면 작은 단위의 자연수를 쓰면 오해를 조금 줄일 수 있다.
최근 이 수의 개념을 잘못 적용해 의도하지 않는 오해를 가져온 일을 봤다. 어떤 커뮤니티 게시판에 '내가 가진 복 열 가지 적어보기'라는 제안이 올라왔다. 취지는 10.29 참사로 인한 어두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제안자는 자신의 사례를 번호를 붙여가며 나열했다.
1. 고마운 남편
2. 착한 아들들
3. 건강한 다리
4. 즐기는 여유
....
이런 식으로 10번까지 채웠다. 그래서 "나는 복도 많지~~"라고 하며 자신을 위로하자는 것. 취지는 알겠으나 여기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자신의 복과 비교하게 된다. 일단 자연수로 10가지를 못 만들면 우울해진다. 다음은 제안자가 선택한 항목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취지에 맞는 답글은 없었고 '부러워요.', '저는 7에서 멈췄어요. ㅠㅠ', '저에게는 과반수가 반대네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 글의 구체적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남편, 아들들을 묶어서 '가족'으로 바꾸면 항목이 줄어들고, 아들들을 '첫째 아들', '둘째 아들'로 나누면 항목이 증가한다. 나머지도 얼마든지 단어의 층위를 바꾸면 항목 수가 바뀐다. 따라서 자연수를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음은 각 항목의 복의 정도가 같지 않은데 같은 항목 수를 부여한 것이다. 이것은 크고 작음을 비교 가능한 실수의 개념이 부적절하게 적용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답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것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행복', '사랑' 같이 추상적인 것에 수의 개념을 적용하려면 복소수를 적용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복소수(complex number)는 두 개의 성분을 가진 이원소 수였지만, 원래의 취지는 여러 개의 성분을 가진 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쯤 되면 사실 수학의 영역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 있다. 사랑을 친밀감, 열정, 신뢰 등의 구성 요소를 나누고 그 정도에 따라 현재 하고 있는 사랑의 위치를 구하는 것이다. 복소수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것도 있다.
사랑의 언어 테스트 (게리 채프먼, [5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자신이 사랑을 느끼는 행위에 대한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테스트이다. 항목으로는,
A. 인정하는 말 (상대에 대한 칭찬과 격려)
B. 함께 하는 시간 (진정한 대화, 취미 활동)
C. 선물 (실질적 물질적 사랑의 언어)
D. 봉사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해주기)
E. 스킨십 (신체적 접촉을 통한 교감)
다섯 가지 모두 좋은 것이지만 개인마다 더 선호하는 것에 차이가 있으니 자신과 상대의 우선순위를 알고 배려가 필요함을 알게 해 준다.
나도 '행복을 만들기 위한 필요한 세 가지'가 '건강, 시간, 돈'이라고 주변에 늘 말해왔다.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돈'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행복, 부자가 되는 길이 돈으로 다 된다고 생각하면. 실수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대소 구분이 가능하니 남과 비교하게 된다. 이것은 오류로 잘못이다. 우리가 아는 사칙연산도 실수에서 가능한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복소수(이원소수)만 해도 실수의 사칙연산과 다른 고유의 연산법이 적용된다. 즉, '사랑', '행복' 같은 것은 다원소수와 같은 것이므로 고유의 연산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을 우리가 깊이 사고하여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