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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Aug 02. 2023

[영화 리뷰] 밀수

연출, 연기, 음악, 모두 자기의 장점을 잘 살린, 정품 오락 영화

NO 스포 zone -----------------

한 줄 평

연출, 연기, 음악, 모두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린, (밀수품 아닌) 정품 오락 영화  

영화 <밀수> 공식 포스터

류승완 감독은 성공작과 실패작이 뚜렷이 나누어진다. 칭찬과 비난을 모두 많이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확실히 자기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담았다. 속칭 다찌마리(たちまわり, '타치마와리'가 맞는 표현)라고 불리는 1 대 n의 격투신이다. 그것을 이 영화에서는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배경으로 해서 보여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노랫말에 칼부림 신을 류승완답게 담았다. 김창완 목소리, 가사에 딱딱 맞춰서 칼을 몸에 꽂는 장면을 입히면서 류감독은 변태스러운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다찌마리'라는 단어는 영화 속 대사로도 나온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예쁜 촛불로 그댈 맞으리
...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주단을 깔아논 내 마음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산울림, <밀수> OST


약 스포 zone -----------------

김혜수는 김혜수 다웠고, 염정아는 염정아 다웠다

앵두색 콤비를 나누어 입은 춘자와 진숙

김혜수는 화려하고 튀는 것이 어울린다. 겉과 속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캐릭터, 춘자. <타짜>에서 정마담과 <도둑들>에서 팹시 같은 역. 70년대 배경이라 그랬는지 좀 과장된 연기에 비판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럼 누가 했으면 나았을까라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염정아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에 어울린다. 영화 속 이야기가 몇 번 반전될 때, 진숙(염정아 배우)과 같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어야 이야기가 산으로 빠지지 않는다. 염정아는 이런 캐릭터에 걸맞다.

김혜수(춘자), 염정아(진숙), 그리고 앵두색 콤비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두 배우의 연기가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 영화 초반, 류감독은 두 배우에게 앵두색 재킷과 앵두색 체크무늬 바지를 서로 바꿔 콤비를 만들어 입히고. 최헌의 <앵두>를 부르게 했다. 앵두 색으로 노래 제목을 가져오면서, '믿어도 되나요~'라는 가사의 첫 구절에 앞으로 있을 이야기의 복선을 담은 것이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앵두> 최헌, <밀수> OST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의 명연기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배우를 내세운 포스터
박정민 배우

박정민은 <동주>에서 윤동주의 친구 송몽규 역,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방송국 PD 배영재 역, <헤어질 결심>에서 수배자 홍산오(박혜일과 옥상에서 대치하다 떨어지는 역) 역으로 나왔다. 박정민이 연기를 잘해서 손해를 보는 것이, 관객의 대부분이 그 배역들이 박정민 한 배우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송강호가 <초록물고기>에서 깡패 역으로 나왔을 때, 관객들이 그를 진짜 깡패를 데려왔다고 여기고 배우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앞으로도 한동안 박정민이 아닌 '장도리'로 불리게 될 듯하다. 배우로 보이지 않고 진짜 그 캐릭터로 보이는 것. 배우로서는 딜레마일 듯.

고민시 배우
김종수 배우

남자들의 배신, 여자들의 의리, 분명 페미 영화로 분류해도 될 내용이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다.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얼마나 살아있고,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 배와 항구를 남녀에 비유하는 노래는 많지만 여기서는 김트리오의 <연안부두>와 잘 어우러진다. 고민시와 김종수 배우도 자신의 이름보다는 '고마담', '이계장'이 더 어울린다.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 부두 떠나는 배야
<연안 부두> 김트리오, <밀수> OST


스킨 다이빙(skin diving) vs 스쿠버 다이빙(scuba diving) 해양 격투신

해녀 액션 영화 <밀수>

공기통과 호흡기를 메고 잠수를 하면 스쿠버 다이빙, 공기통 없이 수경과 오리발 등으로만 잠수하는 것을 스킨 다이빙이라고 한다. 스쿠버 다이버 남자 여섯 명과 스킨 다이버 여자 여섯 명의 수중 격투신. 두 집단을 이렇게 나누고 격투를 시키니 남녀 사이의 싸움인데 긴장감이 생기고 말이 된다. 독창적이고 잘 짜인 명장면이다. 숨을 쉬러 내려가는 해녀와 숨을 쉬러 올라가는 해녀가 손을 맞잡고 서로를 올려주고 내려 주는 장면은 독보적이고 아름다웠다. 수중 키스로 공기를 넣어주는 진부한 장면과 확실히 차별된다.

떠나갑니다. 나를 두고 갑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을 남기고 떠납니다.
돌아올 기약 없는 연락선 뱃머리는 멀어지는데
...
당신은 이 가슴에 미운 정 고운 정을 남겨 놓았네
노을진 바닷가에서 당신을 불러봅니다
<미운 정 고운 정> 나미와 머슴아들, <밀수> OST


음악감독 장기하

<밀수>의 음악감독 장기하

70년대 배경을 살리기 위해 그 시절 대중가요를 OST로 사용하는 것은 감독이 미리 정해놓고 장기하에게 노래 사이의 배경음악을 채워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장기하는 음악과 이미지를 연결하는데 탁월하다. <싸구려 커피>에서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라는 가사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비슷한 연대의 영화에 OST를 불렀으니, 음악감독 데뷔작으로 적절한 발탁으로 보인다. 영화라는 장르와 잘 어울리는 음악인이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지나온 과거를 대부분 잘 아는 것이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이야기 전개도 군더더기 없이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좀 더 추억에 빠지고 싶은데 끊고 넘어가서 아쉬울 때가 더러 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만한 한국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좋은 사운드에 시원한 바다를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적극 추천. 싱어롱(Sing-along) 상영을 한다면 나도 다시 영화관을 찾겠다.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나 외롭지 않다네
언제 가는 떠나야 할 그날이 빨리 왔을 뿐이네...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 패티 김, <밀수> OST


관객이 뽑은 이 영화의 명대사(?)는


그리고...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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