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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우선적으로 시작한 일은 물길을 정리하는 사업이었다. 크고 작은 여러 갈래의 수로를 파서 빗물들이 제멋대로 흘러 농경지를 침범하지 않고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내리게 하는 일이었다. 작은 수로들은 중간 수로로 합쳐지게 했고, 중간 수로들은 큰 수로에 연결하여 흐름이 막히지 않게 하였다. 흐름이 너무 빨라서 앞물을 덮치는 곳은 물줄기를 돌려주었고 흐름이 더뎌서 뒷물을 막고 있는 곳은 물줄기를 바로 잡아주어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었다.
비록 공공의 치수사업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과 돌을 이용하여 목책을 만들고 뚝을 쌓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공공의 자연지형을 파악하는 탁월한 관찰력과 물의 흐름과 성질을 이해하고 있는 통찰력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든 일이었다.
공공의 물 관리 방법은 여러 마을에서 성공적으로 실행되었다. 잘 정비된 수로는 가뭄에는 물이 마르지 않게 해 주었고 홍수에는 침수를 막아주었다. 농작물들의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해지고 농업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잉여생산품들을 모피나 옥기와 같은 귀중품으로 교환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듯하다. 절제와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시련에 대한 도전과 극복이라면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야 하는데,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면 욕망을 쟁취하기 위한 이기심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겨레가 하늘에 제를 올리고 선도 수행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힘을 빌어 더 크거나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허황된 욕망은 천지 만물의 질서를 깨뜨리게 되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엄중한 법도를 이해하고 따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완전하여 때때로 교만해지고 쉽게 유혹에 빠진다. 치수사업에 성공한 공공족은 완벽하게 물난리를 피할 수 있는 공중도시를 꿈꾸었다. 높은 제단을 쌓아 올려본 경험이 있는 공공족은 제단과 비슷한 모양의 크고 넓은 거주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적인 발상을 하게 되었다.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크고 높은 거주지를 여러 개 만들고 각각의 거주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배치하여 집단 거주도시를 만들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거주단지 한 개의 넓이는 열 가구 정도가 소규모 경작을 하고 목축을 하며 살 수 있는 규모로 하고, 높이는 사람 키의 두세 배 정도가 되게 하였다. 둘레는 목책을 겹겹이 치고 석축을 튼튼하게 쌓아 아무리 큰 홍수에도 견딜 수 있게 하였다. 각각의 주거지들은 하도의 배열 원리에 따라 배치하여 홍수 때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충격과 압력이 최소화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하게 되는 거주지는 좀 더 넓고 높게 만들어서 도시의 중심기능을 하는 장소가 되게 하였다.
여러 가지 난관을 잘 극복하고 공중도시 건설은 성공하였다. 중앙 부분에 밀도 높게 건설한 주거지를 비롯하여 하도 모양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간 거주지들은 제 기능을 발휘하였다. 거주지들은 하나둘씩 늘어나 오십 기 정도가 계획대로 배치되어 완벽한 도시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첫 번째 도시건설에 성공한 공공족들은 제이, 제삼의 공중도시를 건설하여 도시로 찾아드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하였다.
한편 한쪽의 성공과는 반대로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지역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곳은 와지족들이 거주하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난데없이 황톳물이 바다에 흘러 들어와서 바다생물들이 폐사되고 물고기들이 없어졌다. 흙과 자갈이 바닷가에 쌓여서 갯벌이 사라지고 어패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일상적인 파도는 방향이 바뀌어 주거지를 침범하고 깎아내어 무너지게 하였다. 더 이상 주민들은 어촌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와지족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였고, 이들을 거칠고 험한 바다로 내몰았다. 화가 난 와지족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시련과 역경은 공공족들의 공중도시 건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고 무력으로 도시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하였다.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으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여와는 공공에게 새로운 도시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도시들도 규모를 축소하여 친환경적 모습으로 변모시켜서 상호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이미 욕심이 도를 넘었고, 달콤한 맛에 취할 대로 취한 공공족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일에 몰두하였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여와는 주민들과 함께 반쯤 진행 중이던 새로운 도시건설을 무력으로 막아 세웠다. 나머지 도시들도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자는 행동파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충돌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더 이상의 행동은 자제하였다.
여와의 자비로운 마음씨를 이해하지 못하고 욕심에 눈이 먼 공공족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일을 크게 벌여서 스스로 파멸의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장소에 도시를 건설할 수 없게 되자 옛날 자리에 이층, 삼층으로 거주지를 높이 쌓아 올렸고 하도의 배열을 무시하고 사이사이에 새로운 거주지를 촘촘하게 만들어 세웠다.
이들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변하였고,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되어 와지족들만 만나면 적개심을 드러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욕심은 한이 없어서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았고, 나중에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다른 마을을 침략하여 약탈하였고 약한 사람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힘센 사람들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폭력이 폭력으로 이어지고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았다. 인간의 이성은 땅에 떨어지고 공동사회의 질서는 무너졌다. 아무도 무질서한 상태를 통제하고 해결할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공공은 천제단에 올라 천제를 올리기로 했으나 그를 보좌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몇몇 되지 않았다. 나머지들은 자신들이 천손이라는 생각마저 망각하고 있었다.
천손의 참된 미덕은 하늘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하고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진면목을 바르게 이해하고 인간이 설자리를 정립하여 온 세상이 조화롭게 돌아가는데 부족함이 없게 성심을 다 하는 것이다.
천손의 품성과 품격을 잃어버린 어리석은 백성들을 바라보는 공공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더 이상 교화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버린 사람들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가슴이 쓰렸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공공은 타락한 주민들을 뒤로하고 일부 선량한 주민들을 데리고 도시를 벗어났다. 자신은 부주산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고 나머지 일행들은 후계자인 팽우가 인솔하여 천왕님이 계신 신시로 돌아가게 하였다.
팽우로부터 그간의 일들을 소상하게 전해 들은 천왕님께서는 그대로 방치하면 주변나라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걱정에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천왕님께서는 축융을 불러 도시를 폐쇄하고 선량한 사람을 구하라고 명령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