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제신농

3-06

by 임헌수



하늘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뭉개 뭉개 피어오르고 드넓은 벌판에는 푸르른 뽕밭이 바다처럼 출렁이며 펼쳐져 있다. 들판에는 백 가지 약초들이 제모습을 숨기지 않고 보란 듯이 자라고 있고 숲 속에는 영험한 영지버섯들이 태고의 신비한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붉은 연꽃이 핀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한가로이 놀고 있었고 온갖 동물들이 평화롭게 풀밭 위를 뛰어다니고 가지가지 새들은 아름다운 음색으로 노래 부른다. 아홉 개의 우물에서는 무병장수의 약효가 있는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 나온다.

원래 강수지역은 바다였으나 기후가 변하면서 평야지대로 바뀌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고천녀님께서 천제님을 만난 자리에서 부상국 앞바다는 과거에도 세 번이나 흙먼지 나는 땅으로 변한 적이 있는데, 머지않아 다시 바뀔 것이라고 예견하시며, 그날이 오면 그곳으로 천손들을 보내서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쳐서 좋은 옷감들을 많이 만들게 하면 사람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신은 세상에 내려가 솜씨 좋은 아낙네들에게 옷감 짜는 기술을 전수하여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전장군은 웅시국의 장수인데 천왕님의 하명을 받고 강수지역의 군병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소전은 원래 고시족 출신인데 고시족은 환웅천왕님을 모시고 신시로 이주한 고시래의 후손들이다. 신시배달국에 자리 잡고 살다가 웅족의 곰네공주님을 따라서 곰족마을에 들어가 웅시국을 건설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공로가 있다.

소전은 유교씨의 딸 여등을 부인으로 맞아들였는데, 유교씨는 대대로 누에를 기르고 옷감을 짜는 잠업농가 집안이었다. 이들의 먼 조상은 직녀촌 삼베마을 사람들이고 마고천녀를 수호신으로 모시고 살아오고 있다.

여등은 어느 날 신용이 온몸을 휘감는 꿈을 꾸고 잉태하게 되어 신농을 낳았다. 신농은 태어날 때부터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양쪽이마가 튀어나와 마치 소의 머리를 닮았다. 3일 만에 말을 했고, 5일 만에 걸었으며, 7일 만에 이가 다 났고, 다섯 살에 공부를 마쳤다고 한다.


신농은 농경의 아버지이자 의학의 신이라 불린다. 호미, 쟁기, 가래 등 농기구를 제작하여 농사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고 땅의 이로움을 구별하여 절기에 따라 알맞은 씨앗을 뿌려 경작하게 했다. 몸소 논밭에 나가서 60가지 곡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불로서 토지를 깨끗이 하고 땅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스스로 농사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니 농업의 시조로 추앙받게 되었다.

또한 신농은 수백 가지 풀을 모두 맛보고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하였고 물맛이 단가 쓴가를 알아보아서 백성들로 하여금 이를 알고 피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백 가지 약초를 맛보아 유용한 약효를 가려내어 백성들을 질병에서 구제하였다. 신농은 신비스러운 붉은 채찍을 가지고 다니면서 모든 식물들을 내리쳐서 약초에 독성이 있는지, 효능은 어떤지, 약초가 더운 성분인지 찬 성분인지 알아냈다고 한다.

그는 70여 차례나 중독되어 며칠씩 깨어나지 못한 적이 있는데 푸른 잎사귀를 씹어먹고 정신이 맑아지고 독이 해독되었다고 한다. 신농은 이 나무에 차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사람들은 차 잎사귀로 만든 물을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농은 독극성이 매우 강한 단장초를 맛보다 해독하지 못하고 내장이 파열되어 죽고 말았는데 차 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 장사 지내고 다릉이라 불렀다.


신농은 강수에서 태어나 성장하였고 열산에서 크게 일어나 백성들을 다스렸다. 그래서 그를 열산씨 또는 연산씨라 부른다. 신농은 백성들을 공평하게 다스렸고 백성들은 소박하고 성실해서 다투지 않았고 위세는 강했지만 드러내지 않았고, 형벌은 제정했지만 사용하지 않았으며, 법은 단순하여 번잡하지 않았다. 열산 사람들은 질병 때문에 고통받지 않았고, 오곡이 풍성하여 먹을거리 걱정이 없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신농을 찾아 모여들었고 신농은 더 넓은 땅이 필요했다.

이 소식을 들은 천왕님께서는 진의 땅을 하사하시어 더 넓은 곳으로 이주하여 살도록 도와주셨다. 아울러 불의 덕으로 다스리라는 뜻으로 염제라는 시호를 내려주시고 소뿔이 장식된 청동투구를 선물하였다. 이때는 배달국의 제8대 안부련 천왕님의 재임 시기였다.

제1대 염제 신농은 120년간 재위하며 나라를 다스렸고 분수씨의 딸 청요를 아내로 맞이하는데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제괴가 제2대 염제가 되었다. 그 뒤를 제3대 제승, 제4대 제명, 제5대 제직 등이 차례로 자리를 이어받아 제8대 유망까지 오백여 년 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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