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9는 숫자 왕~!

by 유진


그랬습니다.

저는 매우 당황스러운 짱9의 반항을 지켜보던 시기가 있었어요..

물론... 그 반항은 언제나 진행 중이긴 합니다... 큼...

저는 짱9에게 두 자리 곱셈식을 가르쳤고 짱9는 전두엽을 닫았습니다....ㅡㅛㅡ

저는 장기 휴업에 들어간 단골 식당 앞에서 허탈한 마음으로 깜깜한 식당 안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손님이

된 거 같았죠...

0..0 문 좀 열어주소....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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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도 없다는 듯 완강한 짱9....

뭔가 아동학대자가 된 듯한 묘한 느낌...

짱9의 반발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어요...

곱셈 좀 가르쳐준다는데 마녀와 동급 됨.... ㅡ,,ㅡ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는 건데 짱9는 여전히 방어벽을 높이 쌓고 있고 저는 선택을 해야 했어요.

1번 : 이놈을 매우 후두려까서 휘몰아치던가....

2번 : 아님 때를 기다리던가...

3번 :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찾던가...

진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짱9와 지지고 볶는 시간만 보내고 있었죠..

그 사이에 짱9는 학교 끝나고 귀가하지 않고 요리조리 도망을 다녔고...

저는 경추가 뻣뻣해지는 하루하루가 가고 있었죠...



초딩 3학년... 벌써 수학을 놓는 건가? 이대로? 오... 이건 현실이 아닐 거야...ㅜ,,ㅜ

제가 아무리 프리스러운 교육관을 가졌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두 자리 곱셈식은....... 포기할 수 없잖아요...ㅠ,,ㅠ

제가 뭘 그리 시켰다고 이렇게 자유롭게 놀러 다니면서...

수학 공부라는 단어만 나와도 공부 타령하는 엄마 됨...



사실.... 제가 수학을 참... 못했어요...

지지리도 못했음...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이놈도???? 아오... 벌써부터 어지럽다...

저는 어무이, 아부지 너무 바쁘셔서 공부 봐주신 적도 없고 학원이나 뭐 이런데도 그다지 진득하게 다닌 적이

없었으니 기초가 서해안 갯벌만큼이나 탄탄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말입니다...

짱9는 그래도 쪼매라도 가르쳐봐야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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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돌아가지 않는 제 머리를 쥐어짜서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발연기급 여배우가 즙을 짜듯이....



그러다 떠오른 아이디어...

랭킹에 반응하던 짱9가 생각이 났죠..

저는 0부터 9까지 적은 숫자 카드를 만들어 접어 넣고 던지기를 시킵니다.

거기서 숫자 4개를 골라서 곱셈식을 만들지요...

직접 계산하고 계산기로 확인하기~!

누가누가 더 큰 답이 나오나~~ 겨뤄보자 게임입니다.

그렇게 하다 계산이 편해지면 숫자 0부터 9까지 쓴 카드를 한 세트 더 추가합니다.

총 20개의 카드를 던져서 다시 4개를 골라 곱셈식을 만들지요~

그걸로 다시 계산을 해서 큰 수가 나오는 사람이 우승하는 겁니다. ㅎㅎㅎㅎ



역시 저의 예상은 적중했어요...

나무늘보처럼 계산하고 다리를 달달 떨고 짜증내고 모르겠다고 난리 치던 녀석이........

미친 듯이 계산을 해보고 계산기 두드리고 다시 계산하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ㅋㅋㅋ

" 엄마! 나 엄청 큰 수 나왔어! "

" 그래? 계산기 때려! "

짱9는 깔깔 웃으며 엄마가 계산기를 때리라고 한다며 진짜로 계산기를 한번 때려보고 제 눈치를 보고

또 깔깔 웃고 다시 계산해보고 그랬죠 ㅎㅎ

엄마가 이기면 화딱지가 나서 자기가 큰 점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합니다 ㅎㅎㅎ

벽에 1등의 점수와 1등의 이름을 붙여놓고 매일매일 계산을 했죠.

이제 이건 우리만의 숫자왕게임이 돼서 매일 하게 되는 일상이 되었어요.

매일 숫자왕은 바뀌었어요...

마치 왕건이 궁예의 왕위를 뺏던 것처럼... 아주 화끈했어요...

진짜... 두 자리 곱셈식 가르칠 때 너~~ 무 못 알아 들어서...짱9의 지능을 잠시 생각해보기까지 했다고요...

=,,= 흠... 혹시 두 자리는 아니겠지? ㅋㅋ 뭐 이런 하면 안 될 생각도 했죠...

이 놈 아이큐가 몇일까? 이렇게 말입니다 ㅡ,,ㅡ 큼....

진짜 이 정도로 제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뭐 이거지요 ㅋㅋ



그런데 지금은 말입니다.

뭐 사고력 수학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연산... 연산... 연산이라고 겁내지 않길 바라는데..

다행히 숫자왕하려고 눈이 벌게진 짱9가 매일 열심히 하는 바람에 실력이 늘어버렸지요 ㅋㅋㅋ

이거 진짜 재밌어요...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해보셔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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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민준 선생님의 아들 키우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을 즐겨봤는데 말입니다...

우리 짱9는 아무래도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니더라고요...

아들 + 딸 = 아딸

네 우리 짱9는 아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안하더군요..ㅋㅋ



최민준 선생님의 강의 중 아들의 특성을 설명한 몇 가지가 있는데 말입니다.

* 엄마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답은 하지만 못 들었기 때문에 혼나면 되게 억울하다.

엄마의 말이 전두엽에 꽂히지 않고 사방에 흩어진다...

* 스코어에 환~~ 장을 한다.

* 청소하다가 엄마가 발가락을 문틈에 끼여 다쳤을 때 아들의 반응은..... 웃지 않으면 다행이다.

( 그 상황에 보통의 딸은 엄마의 발가락을 걱정하지만 아들은 ' 피는 안 났잖아? '요딴 생각을 한다고 함)



그리고 우리 짱9는...

* 엄마의 말에 대답은 잘하지만 제대로 들은 기억조차 없고 혼나면 매우 억울함..

* 스코어에 환장함.. 엄마랑 게임해서 지면 이길 때까지 해야 함..

* 엄마가 발가락을 찧여서 " 아악" 하면... 제자리 뛰기하며 박수침과 동시에 호탕하게 웃어줌...ㅡ,,ㅡ 쉨...

제가 화딱지가 나서 막 뭐라 한 적이 있는데 진짜 이런 대답이 나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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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안 났잖아.. 괜찮은 거 아니여? " 오마이 가뜨..신이시여...제가 뒷골을 잡았죠..

저놈이 괜히 짱9가 아님..

제가 진짜 다친 거 같을 때는 뭔가 눈치를 보고 웃음을 참는 기분마저 듬....ㅡ,,ㅡ 아.....

그래서 제가 발가락을 ( 자주 다침) 다치면 고개를 획 돌려서 짱9를 봄... 짱9랑 아이컨택을 하면 짱9는

입술을 꽉 물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씀...

엄마가 '이글아이'일 때 자극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음 ㅋㅋ

사실 다쳤을때 나오는 저의 소리가 좀...뭐랄까...짱9의 웃음코드인듯...

우리 둘이 있을 땐...진짜 " 아악~!!!! " 이라고 하거든요 ㅋㅋㅋ

아무튼 딸들이 눈썹을 아래로 축 떨어뜨리며 " 엄마 어떻게 괜찮아? " 울먹울먹~~

이런 경험........................ 난 없음.......=,,= 아예 없음...........

오로지 삶이 개그욕심인 녀석임 ㅋㅋㅋㅋㅋㅋ

저 놈 궁뎅이 댄스에 처맞고 나가떨어지는 게 일상임.... (내가 쪼그려 앉을 때마다 타이밍 노림)



그리고 학교 다녀오면 문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오늘의 일을 브리핑하는 건 딸....ㅋㅋ

자기 전 고백 타임과 조잘조잘 수다타임이 있어야 숙면이 가능한 짱9는 역시 딸....

이래서 짱9는 ' 아딸 '이라는 결과가 나옴 ㅋㅋ

제가 만든 신조어죠 ㅋㅋ 아딸...... 이거보다 짱9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단어가 없음...



참으로 신비스럽고 오묘한 존재가 자식인듯해요..

오늘 이만큼 안다 싶어도 내일 또 새로운 면을 알게 되죠..

너무 개구져서 그런 고민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가 잠자기 전 고민을 털어놓으면 새삼 안쓰럽고..

늘 그런 거 같아요..

우리 짱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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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바뀐 새로운 반에 가게 되면서 적응 잘하고 다 좋은 줄 알았는데..

고민이 있더라고요..

같은 반 친구들과 피구를 했다가 짱9가 잘못해서 친구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나 보더군요..

그걸 속에 품고 있다가 자기 전에 말하더군요..

말하고 싶지 않는데 말하고 싶다면서 항상 고백하거든요..

매일매일 속에 담아둔 말이나 궁금한 걸 해결하고 잠이 드는 짱9입니다 ^^

저는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데 한 번씩은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어요..

명확한 해답을 주기보다 짱9가 좀 더 생각해서 스스로 답을 찾게 해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일단 다 들어줍니다.

원래 사람이 자신의 속을 털어 내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니까요..

그게 아니라도 마음이 안정이 되면 사고방식이 긍정적이 되기도 하죠 ^^



저는 너무 바쁘시고 고단하셨던 부모님과 어렸을 때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어요... 전혀..

감정적인 상호작용이나 공감, 이해 , 위로, 격려... 이런 경험들이 거의 없던 거 같아요.

그 시절에 저희 부모님은 수면시간이 거의 4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아예 못 잔 적도 있을듯합니다.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자수성가하셨죠..

저는 너무나 예민하고 감수성이 민감한 아이였거든요..

언제나 마음이 통하는 대화가 하고 싶었죠..

그래서 우리 짱9에게는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우리 짱9가 엄마에 대한 한줄평을 한 게 있어요..



" 엄마는 무서울 때도 있는데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진다. "

그래 고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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