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잉? 뭐라고?
그랬다.
이 말은 내가 직접 내 귀로 들은 말이다.
누구에게?
하나밖에 없는 귀한 외동딸 짱9되시겠다.
소중한 내 딸이 소파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한 말이...
" 엄마 얼굴이 엄지발가락 같아~! "
아...
너무 황당해서 리액션 고장이 났다.
" 뭐라고? "
나는 물었지만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안 듣겠다. 엄지발가락이라니...
저 녀석 입에서 나올 말이라는 게 얼마나 기가 막힐지......
이렇듯 내 외동딸은 언제나 허를 찌르는 말을 한다.
저런 소리를 해서 황당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확한 해석을 들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물어봤다.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큭큭큭 엄마 얼굴을 봐~ 이것 봐봐 내 발가락 보이지?
발톱 보이지? 이거 엄마 얼굴이야.
그리고 뚱뚱한 엄지발가락은 엄마야! ㅋㅋㅋㅋㅋ
우와~진짜 똑같다. 내가 사진도 찍었어. 진짜 맞지? 엄지발가락이랑 똑같지?
아.... 물어보지 말걸....
진짜 사진 속의 난.... 엄지발가락 같았다..
눈썰미 좋은 놈....
역시 비범한 자식이다...
사진까지 찍어서 증거를 보여주는 저 치밀함....
사진을 보고 반박할 의지를 상실한 나는 시무룩해졌다.
' 오늘따라 퉁퉁부은 내 얼굴은... 잠을 설친 고단함이요..목에 두른 스카프가 그런 나를 돋보이게 한 거 아닐까...' 괜시리 그런 웅얼거림을 해본다. 뭐.... 괜한 주절거림이었다.
사진 속의 나는 브레드 이발소에 나오는 빵 같았기 때문이다.
ㅡ,,ㅡ 라면 먹지 말걸.................
항상 엄마를 놀리는 짱9...
자꾸 돼지엄마라고 부르는데.... 난 억울하다.
내 키는 169.5이고... 저놈 낳기 전까지만 해도 난 50킬로였다...
참고로 중1때는 35킬로... 나도 그랬다....
그래 지금은 좀 쪘다... 하지만 뭐.... 그렇게 티는 안 나는데....
난 뼈가 얇은 편이라 늘 가벼웠다. 몇 년 전부터는 조금씩 살이 붙었다.
짱9의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132센티에 24킬로....ㅡ,,ㅡ 종이처럼 얇은 녀석에겐 내가 너무 커 보이 나보다...
하긴 나도 그땐 그런 종이인간이었기 때문에....
짱9도 다 커서 종이인간을 벗어날 거란 걸 알고 있지 ㅎㅎㅎ
그때 두고보자......짱9........기다림은 익숙하다.... 때를 기다리겠다 짱9..........
니름대로 소심하게 말해본다...ㅋㅋㅋㅋ
우리 짱9는 보는 눈이 특이하다.
제법 재미가 있어서 함께 대화하다 보면..
' 이 녀석 상상력이 대단한데? '하는 생각을 한다.
때론 저 놈 부리가 끝도 없이 부리부리 거려서 지끈.... 거릴 때가 있지만...ㅋㅋㅋ
그런 말들에도 진지하게 리액션해준다.
어른들은 아이가 하는 상상의 말들을 듣고...
" 그게 말이 되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니 할거 해라. "
ㅡㅛㅡ 뭐... 이런 분이 많다고 한다.
아이의 뇌는 상당히 말랑하고 어른과는 달리 상상이 살아있다.
살아있는 아이의 세계를 같이 들여다보고 얘기하다 보면 그 속에서 느끼는 기발함을 알 수 있다.
진짜 어른의 딱딱한 머리와는 다른 기발한 상상이 넘쳐난다.
난 오늘도 기발한 짱9의 아주 기발한 말에....
심장을 폭격당했지만...
뭐 괜찮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고...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애정하는 ' 그리스 로마의 신화 '를 보며 과자를 까먹는 짱9...
사랑한다. 이 녀석아....
그런데 말이다.
엄마 돼지 아니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