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Apr 04. 2023

던지지 말아요...




당신을 향해 던지지 말아요.

당신을 향해 던지는 그것은...

당신을 더 큰 고통으로 끌어당길 테니까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느껴지는 상대방의 엄청난 분노가 스마트폰 따위는 가뿐하게 뚫고 나와버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마트폰을 귀에서 멀리해본다....



소용없었다. 상대방은 이미 활활 끓어오르는 용암 같아서 그 정도 거리 따위는 스피커폰이 아니더라도 마이크라도 단 거처럼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끊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몇 초간의 고민을 끝내고 그냥 어정쩡하게 들고 있기로 했다. 상대방은 그라데이션처럼 분노가 서서히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쌓인 화가.... 생각할수록 더 끓어넘치는 모양이다. 나도 그런 분노가 넘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분노를 풀기 위해 누군가에게 전화하지는 않는다. 그건.....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런 에너지를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것을 모르기에 그저 뿜어낸다. 그 화를 뿜어낼 사람을 찾아 찾아 ...

그렇게 찾은 게 나이고 나는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상대의 어떤 에너지가 내게 전혀 좋을 것이 없을 때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며 그 에너지를 1퍼센트도 흡수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문득 생각난 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그 엄청난 그라데이션 분노를 귀청이 떨어지도록 들으면서 고요하게 다른 상상을 했다. 그 소리와 에너지가 나에게 들어오지 못하고 햇빛이 반사되듯 그저 비켜가는 듯한 상상.....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그 상태로 눈을 감았다. 상대방의 분노 그라데이션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서서히 줄어드는 음성과 서서히 작아지는 목소리..... 그렇게 상대는 약간의 평온을 찾았고 볼 일이 끝났다는 듯이 통화는 끝이 났다.... 아... 이거 곤란한데....



어정쩡하게 끊겨버린 스마트폰을 무심히 내려다보던 나는 조금 걱정이 됐다. 내가 가진 특유의 기질이 하나 있는데 ...앰패스라는 거...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불과 얼마 전에 알았기 때문에 긴 세월 힘겹게 살아온 시간이 허무했지만 그래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잘 조절해오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상대가 나에게 무심결에 던진 공이지만 나는 그 공에 맞아 응급상황이 된 것이다.



인터넷에 앰패스가 대체 뭔지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참 사는 게 어려운 성향임은 분명하다. 나는 이 곤란함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물이 끓어올라 100도씨가 되었을 때 그 순간이 올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매우 조심스럽게 감정을 잘 갈무리하려다 결국 실패한 나............

이것이 나의 분노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소용없다. 그 에너지는 이미 나를 타고 빙빙 돌았기 때문이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한방 먹은 상태가 평소보다 더 심했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서 잘 이겨내긴 했다. 예전 같으면 내 감정도 아닌 것에 휘둘려 내가 왜 우울하고 불행한지도 모른 채 무력감과 분노에 휨 싸였을 테지만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내게 그 분노를 던지고 홀가분해진 상태에서 몇 시간 뒤에 가벼운 목소리로 전화를 한 상대가.......

유리로 된 그릇처럼 너무 뜨거운 걸 부으면 순식간에 터질 거 같은 그 사람...

그 사람에게 가끔씩 일어나는 이런 분노 상태가 걱정이 됐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해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는 상대이기에 더 걱정이 됐다.



분노를 품고 독기를 품고 누군가를 향한 끓어넘치는 살의를 품고 내뱉는 모든 말들은...

다 내게 돌아온다. 세상에는 황금률이라는 법칙이 있다. 내가 내뱉은 말들은 내게 돌아오는 부메랑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그것을 안다면 그리 쉽게 말하진 않겠지...

나 스스로 하는 생각조차 나의 뇌를 향해 주입시키는 가스라이팅이나 다름없는데...

하물며 입 밖으로 내뱉는 저주와도 같은 분노의 외침은 벽을 타고 울리는 진동 같아서 반드시 내 고막을 때려버린다. 그건 나를 향한 외침이 돼서 나에게 거는 저주와도 같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미안하다면 나를 향해 저주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 상대를 향해 던지는 그 분노는 나를 향해 돌진해서 나를 더 큰 고통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끌어당김은 좋은 것만을 당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줘도 ....

상대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게 참 슬프고도 안타까웠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입 밖으로 내뱉는 말들이 내게 돌아와 ...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뜨거운 돌이 되지 않도록 ....

뜨거운 분노를 손에 쥐지 않고 물에 흘려보내듯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당신이 쥐고 있는 뜨거운 돌은...

당신에게 상처만 주고 흉터만 남길 테니까요....





https://brunch.co.kr/@67e5d938de9448f/26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