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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10. 2024

사마귀

어느 여름 호기심이 만든 에피소드 




어느 여름날이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은 그날의 요리재료에는 기다란 대파가 있었다. 삐죽하게 튀어나온 대파를 달랑거리며 슬리퍼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 저게 뭐지? ’ 



멀리서 보니 뭔가 통통거리는 거 같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사마귀’였다. 어렸을 때는 사마귀가 무서워서 도망갔지만 어른이 된 나는 사마귀가 신기해서 다가갔다. 사마귀가 앞다리를 전투적으로 휘두르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하찮아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내 옆을 지나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쪼그려 앉은 나는 대파 봉지도 바닥에 내려놓고 사마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 너 제법 귀엽다. 어렸을 땐 너 무서웠어. 이젠 좀 귀엽네. ”

“.........”

“ 그래 네가 뭘 알겠니. 사진 좀 찍자 ”



핸드폰으로 나름 얼짱 각도로 여러 장을 찍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어정쩡하게 앉아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때 사마귀가 내 대파 위로 펄쩍 뛰어올라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헐...대박.. 얘 뭐지?



더 어정쩡해진 나는 사마귀가 앉은 대파를 흔들 수도 없고 사마귀를 직접 만질 수도 없어서 이상한 자세로 걸어가야 했다. 종량제 봉투에서 대파만 꺼내 높이 들고는 무슨 펜싱 선수도 아니고 대파를 번쩍 들고 눈을 흐리게 뜨고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부끄러웠으니까.. ‘ 사마귀야 사마귀야 넌 그냥 마귀였어. 이 시키 왜 내 대파에 올라온거야..’



내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까지 왔지만 사마귀는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그 특유의 두 눈알을 까딱거리더니 무슨 결심이라도 한 건지 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걸 어쩌지 하며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나는 사마귀의 돌발 행동에 너무 놀라서 들고 있던 대파를 냅다 던져버렸다.



“ 으아아아 미쳤나 봐! ”







그러지 말걸... 그 사이 이웃 주민이 내 옆을 지나갔고 나는 얼떨결에 허공에 대파를 던진 여자가 돼버렸다. 하... 이 사마귀야 넌 그냥 마귀가 맞아... 



어색하게 입꼬리만 부들거리던 나는 어정쩡하게 이웃과 대각선 인사를 나누고 사마귀를 찾았지만 아파트 조경이 어찌나 확실한지 사마귀는 그 사이에 들어가고 없었다. 내 대파.. 바닥에 널브러진 내 대파.. 나는 대파를 탈탈 털고 쉭쉭 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질문에 떡볶이나 해 먹자는 대답으로 마귀 같은 사마귀는 잊기로 했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다시 보게 된 1분짜리 영상 속 사마귀는 여전히 모가지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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