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처음이 아닌 실수라면 그걸 고쳐야 할까?
아니면 덮어야 할까?
나는 오배송된 요구르트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 오배송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제품이 있다. 온라인 사이트엔 분명히 있는데도 항상 실패다.
아예 배송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다 하겠는데 반복된 오배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웅....... 웅........ ㅡ"ㅡ 진동이 울리고...
" 안녕하세요? 고객님.. 제가 실수로 잘 못 보냈습니다. 이번에만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다음부턴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ㅡ"ㅡ ..... 왜 기분이 좀 그렇지?
일단 그냥 넘어갔다. 다음부턴 그러지 않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두 번째다..
이름이 같지만 상품은 다른 그 문제적 상품이 또.. 오배송되었다.
일단 시간이 늦었고 마트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다음날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번호를 누르려는 내 손가락이 머뭇거린다. 내 손가락은 말보다 빨라서 모든 글자를 순식간에 두드리는데 어찌 된 건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00년아! 네가 뭔데? 엉? 네가 뭔데? 네가 실수해놓고 웃어? 어? 이 00년이 ...블라블라"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던 초반의 시기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뉴스 소식에 긴장감이 높아졌고 마트에는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로 복잡했던 시기였다. 나는 계산을 하고 빠져나오는 상황이었다. 아장아장 귀엽게 걸어가던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뒤로하고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복잡한 상황이라 아이를 안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던 순간에 들려온 고함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작업복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고 그 앞에는 바닥에 떨어진 박스와 얼굴이 시뻘게진 30대 남성이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입에서 쏟아내는 것은 말이 아니었고 그냥 샤우팅 그 자체였다. 자기 키만큼 쌓은 박스를 실어서 옮기던 중 사고가 났다. 빠르게 지나가던 아이를 보고 멈췄지만 살짝 부딪혔고 맨 위의 박스는 떨어지고 만 것이다. 슬쩍 봤지만 아이는 다치지 않았다. 남자는 그날의 화를 여성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1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남자가 자신의 화를 쏟아낼 대상을 잡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은 처음에는 미소 지으며 고객의 마음을 달래려 했겠지만 그건 남자의 화만 돋우게 된 셈이고 그 뒤로 쏟아진 엄청난 샤우팅을 들어야 했다. 반복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모멸감과 절망 그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온몸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여성의 절망감은 그 순간이라서가 아닌 삶에 대한 절망이었다. 여성은 가족을 생각하며 그 순간을 버텨냈을 것이다. 지켜야 하는 아이를 위해...
돌아서서 나오는 내 마음도 묵직해졌고 기다리고 있을 아이에게 빨리 가고 싶어진 순간이었다.
왜 생각이 났을까.. 그 여자는 아니겠지.. 그 여자일까?
혼자 온 갖 생각을 한 것 같다. 결국 전화하지 못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이가 원하는 것은 없고 바란 적 없는 요구르트만 한 봉지 가득이다.
그래 그냥 먹자...
덕분에 얻어질 쾌변을 위해 치얼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