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디지털 스포츠게임의 핵심은 무엇인가

- 스포츠게임의 생태계와 2K 시리즈 / 탑스핀 2K25 리뷰

by 랑글렛


NBA-2K26-review-1-scaled.jpg


1. 스포츠게임, 그리고 2K


필자는 스포츠게임을 좋아한다. 평소 취미도 축구와 테니스 등 야외 활동을 즐겨하는 편이다. 혼자서 하는 피지컬 트레이닝보다 상대와 마주하는 대전 스포츠나 협동을 전제로 하는 팀 스포츠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스포츠의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 열심히 배운 기술이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승리의 기쁨 등 즉각적인 ‘생동감’에 있다.


2K 시리즈는 테이크투 인터렉티브(Take-Two Interactive)의 자회사 중 하나인 2K에서 퍼블리싱하는 브랜드다. 테이크투의 대표적인 자회사로는 락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가 있으며, GTA 시리즈로 유명하다. 2K는 2K Games, 2K Sports, 2K Play 3개 하위 레이블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바이오쇼크, 보더랜드, 문명, 엑스컴, 마피아 같은 AAA 프랜차이즈와 함께 2K NBA, 2K PGA, 2K WWE 등 다양한 스포츠게임 라인업을 서비스한다.


화면 캡처 2025-11-09 122809.jpg
WWE2K25-STANDARD_EDITION-CHANNEL_SETUP_DIGITAL_BANNERS-D2C-STATIC-ENUS-NO_RATING-AGN-600x850.jpg
2K 스포츠의 대표 라인업. NBA 시리즈가 가장 대중적인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스포츠게임은 정말 많은 세분화된 장르와 라인업이 존재한다. 리얼 시뮬레이션 기반의 EA Sports FC, MLB 더 쇼(The Show), NBA 2K 시리즈부터, 레이싱·모터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 포르자(Forza), 더 크루(The Crew), 그리고 경영 시뮬레이션의 대표 격인 풋볼매니저(Football Manager, FM), OOTP(Out of the Park Baseball)까지. 현실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는 게임화가 필수적이고, 그 접근 방식 또한 액션에서 전략, 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게임은 게임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된다. 이미 현실에 탄탄한 팬층이 존재하고, 게임이 잘 만들어졌을 때, 기존의 팬층이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유입되기 쉽다. 다른 장르 게임들이 새로운 시도와 모험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그릴 때, 스포츠게임은 비교적 안정된 기반 위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 ‘안정성이 보장된 영역’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다소 어색한 전개나 시스템적 허점이 있어도 ‘게임이니까’라는 말로 허용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게임은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전개나 움직임, 시스템 전반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면, 플레이어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그 리얼함이 장점이자 동시에 까다로운 기준이 되는 것이다.


maxresdefault.jpg
i1587220660.jpg
large_FH_5_group_01_16x9_fa5474c88a.jpg 각 장르를 대표하는 스포츠게임들. 축구는 FC, 경영은 FM, 레이싱은 포르자 시리즈.


그러다보니 오래 서비스한 장르별 대표작들이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축구는 FC(구 피파), 경영 시뮬레이션은 풋볼매니저(FM), 농구는 NBA 2K, 레이싱은 포르자와 그란투리스모가 양대 산맥을 이룬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방대한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고, 새로운 신작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게임 마니아들에게는 각 장르별 정답지가 존재한다.


2K 스포츠게임의 대표작은 NBA 시리즈다. NBA 2K는 실제 경기 영상을 기반으로 한 프로 플레이(ProPLAY)의 확장, 수천 개 수준의 신규 모션/물리 데이터를 매 시리즈에 투입해 현실성을 강화하고 있고, NBA의 전 30개 구단 공식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있어 농구 게임에서만큼은 ‘독점적’ 위치에 있다.


실제 NBA 2K는 그래픽, 모션, 경기 플레이 양상이 무척 사실적이다. 현실 NBA 경기를 옆에 띄워놓고 같이 플레이해도 구별이 잘 안 될 정도. ‘생동감’의 영역에서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독점’이라는 시장에서의 위치가 게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매년 신작이 출시되고, 풀 프라이스(예: NBA 2K26, 스팀가 84,800원)로 판매된다. 그럼에도 시스템적 변화는 미미하고 서버나 최적화 문제, 반복되는 스토리라인 등 가격 대비 만족도는 낮다. 때문에 게임이 출시되면 어김없이 평가에서 ‘부정적’을 기록한다. 이는 옆 동네 축구 게임인 FC 시리즈나 풋볼매니저(FM)의 상황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화면 캡처 2025-11-09 163151.jpg 게임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


앞서 말했지만, 2K 스포츠게임의 지향점은 ‘리얼함’에 있다. 2K는 게임성보다 현실 경기의 리듬·동작·연출을 우선시한다. 실경기 영상을 모션 데이터로 변환해 현실감을 강화했고, 선수별로 시그니처 동작을 그대로 구현해 ‘진짜 해당 선수를 내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실제 방송 연출과 중계(해설·코트 사운드·관중 리액션·카메라 워크 등)를 사실적이게 재현하여 마치 ‘라이브 중계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게임’보다 ‘스포츠 시뮬레이션’에 가깝고, 이 리얼함이 2K 시리즈가 내세우는 강점이자 차별화다.




2. 탑스핀 2K25. 테니스 명가의 부활?

화면 캡처 2025-11-09 123039.jpg


축구, 농구, 야구, 레이싱과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와 달리, 테니스는 오랫동안 게임 영역에서 확실한 대명사가 없었다. 2010년대에 명확한 테니스 게임 대표작으로 꼽혔던 2K Games의 탑스핀(Top Spin) 시리즈와 세가(SEGA)의 버추어 테니스(Virtua Tennis) 시리즈 이후 후속작이 끊긴 상태다. 그런 와중 바로 지난해 탑스핀 2K25가 출시되며 테니스 게임 명가의 부활을 알렸다. 약 13년 만의 정식 복귀작이다.


다름 아닌 ‘사실성’을 강조하는 2K 시리즈의 게임이다 보니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게임을 구매해놓고 다른 게임을 하느라 묵혀두다가, 최근 다시 들추어 약 10시간 정도 플레이 했다.


탑스핀 2K25는 컨트롤의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스윙 버튼을 눌러서 게이지가 초록색 구간에 올 때 떼면 정타가 나가는 구조다. 실수를 하면 공의 위력이 떨어지거나 라인 바깥으로 아웃된다. 패드로 플레이하면 특히 서브가 힘들다. 공의 방향과 게이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데, 방향의 민감도가 높아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기가 쉽지 않고, 이 작업에 몰두하면 게이지가 엇나가 네트에 걸리는 경우가 잦다.



약 10시간 넘게 플레이하면서 랠리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서브는 아직도 난관이다. 하지만 집중해서 서브를 성공시켰을 때의 효과는 대단하다. 사실상 서브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킥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위력적인 서브가 상대를 흔들어놓았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플레이 중에는 심리전과 체력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 테니스에서도 구질과 타격 이상으로 타이밍과 포지션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랠리만 이어 가서는 안 되고, 샷의 종류와 방향을 시시때때로 바꿔 가며 상대를 공략해야 한다. 방어에만 집중하면 체력이 떨어져 안정성이 저하된다. 한 판, 한 판마다 즉각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전개 양상이 현실 테니스와 비슷하다. 때문에 게임으로만 접하기 보단, 실제 테니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정교한 랠리와 사실적인 플레이의 구현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컨트롤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점은 숙련도가 올라가면 극복이 가능하다. 다만 단편적인 플레이를 떠나 ‘게임’ 그 자체를 들여다보면 단점이 꽤 많이 나타난다.


화면 캡처 2025-11-09 163426.jpg


대표적으로 콘텐츠 수가 적다. 먼저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메인 메뉴에 있는 선택지는 마이커리어·시범경기·탑스핀 아카데미가 끝이다. 마이커리어는 오직 생성 선수로만 진행할 수 있고, 기존의 스타 선수들은 육성이 불가능하다. 시범경기는 라이센스를 확보한 28명의 선수에 내가 생성한 선수가 추가되어 커스텀 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탑스핀 아카데미는 게임 플레이 기술을 익히는 튜토리얼이다.


온라인은 월드투어·시범경기·2K 투어로 구성된다. 월드투어는 내가 만들고 키운 선수로 다른 유저와 대결을 하는 모드(시즌 단위로 진행)이고, 시범경기는 선수를 선택해서 친선전을 갖는다. 2K 투어는 실제 프로 선수로만 플레이해서 시즌 챌린지를 하는 방식이다. 시범경기를 제외하면 랭크 포인트가 적용되어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다.


화면 캡처 2025-11-09 163444.jpg


사실상 내가 만든 선수를 반복된 플레이로 육성하거나, 게임에 구현된 프로 선수로 단편적인 시합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콘텐츠가 부재하다. 이는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를 계속 ‘새로움’으로 잡아둘 수 있는 힘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근본적으로 테니스 게임은 다른 스포츠 장르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선수 풀 자체가 적고, 경기 구조가 단순하며, 팀플레이에 비해 변수도 적다. 필연적으로 플레이 양상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2K 시리즈 게임과 비교했을 때, 탑스핀 2K25의 콘텐츠는 너무나도 빈약하다. NBA 시리즈는 마이커리어-마이팀-마이NBA를 비롯해 카드 수집과 구단 경영 등 다양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팀 스포츠이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탑스핀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부분도 빠져있다. 이를테면 프로 선수를 마이커리어처럼 육성하는 콘텐츠 등이다.


화면 캡처 2025-11-09 163618.jpg


라이센스의 빈약함도 기존 스포츠 팬층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플레이 가능한 주요 선수로는 로저 페더러, 앤디 머레이, 테일러 프리츠, 세레나 윌리엄스, 마리아 샤라포바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등의 주요 인물들은 빠져 있다. 이는 현실성을 중시하는 테니스 팬층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추후 시리즈나 DLC로 추가되어야 할 부분.


튜토리얼도 다소 불친절하다. 샷 종류나 미션 해결에 대한 조작 방식의 설명이 난해하다. 튜토리얼이 이해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별도의 영상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온라인 대전 환경도 문제다. 상대의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으면 화면이 버벅거리고, 동작이 스킵될 때가 잦다. 타이밍이 중요한 게임에서 레이턴시 문제는 경기의 승패에 그대로 반영되기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화면 캡처 2025-11-09 163536.jpg


탑스핀 2k25는 아직 미완성 게임이라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추후 시리즈에서 추가적인 라이센스 확보와 게임성 강화, 커리어 모드 개선 등의 업데이트가 필수다. 전 세계적으로 테니스의 팬층이 약 10억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테니스 게임은 아직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테니스 월드 투어(Tennis World Tour)와 AO 테니스 2(AO Tennis 2) 등이 출시됐으나 선수 및 대회의 라이센스 확보가 일부에 그치고, 조작감이나 콘텐츠,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나타나는 등 AAA급 테니스 게임은 10년 넘게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자리를 부활한 탑스핀 시리즈가 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복잡함의 미학, 자유의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