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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붐"에 실린 "애니메이션 록"

3인조 록밴드 까치산 노들섬 단독 콘서트 "초면"

by 염동교

서울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노들인디션”의 2025년 첫 순서가 3인조 록밴드 까치산을 낙점했다. 2023년 정규 1집 < 안녕하세요, 까치산입니다 >과 만화주제가스러운 곡들을 담은 2024년도 일본어 앨범 < KACHISAN >을 발매한 이들은 “초면”이란 이름을 내걸고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콘서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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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란 콘셉트 아래 총 3개 스테이지로 구성된 이번 “초면” 공연에서 까치산은 관객들을 향해 자기소개와 매력 발산한 후 합격 여부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물론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면접 결과를 알려왔다. 모델 기럭지의 프론트퍼슨 한태인을 비롯해 정장을 차려입은 비주얼 멤버들은 케이팝 콘서트 같은 호응을 끌어냈다. 전반적으로 명랑한 분위기가 케이팝 보이그룹의 청량 키워드와도 상응했다.


까치산의 음악 언어는 다양했다. 다부진 로큰롤에 일본 펑크와 미국 서프록, 작금 한국의 트렌디한 록 음향을 엮은 3인방의 사운드스케이프가 다채로운 취향의 팬층을 두루 만족시켰다. 자작곡의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한태인이 중심에 있지만 빠른 템포의 곡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기술적인 연주를 이어간 김진호의 기타도 돋보였다. 한태인과 김진호는 밴드 TAIN으로 2022년 정규 음반 < SPORTS >를 내놓기도 했다.



까치산의 지향성은 애니메이션 송이다. 구성원들이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것 중 공통분모가 만화주제가였다고. ‘주제는 사랑’과 ‘거짓말 자판기’ 같은 대표곡들이 또렷한 선율과 환한 에너지를 품었다. 가사도 소년의 기상(氣像)과 로맨스, 판타지 등 만화적이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 >의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와 < 드래곤볼 GT > 사운드트랙 ‘점점 마음이 끌려’ 같은 애니메이션 명곡을 연주했다.


신보도 예고했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나온 한태인은 2017년 < 팬텀싱어 2 >에서 맹활약한 크로스오버 그룹 미라클라스에서 베이스를 담당한다. 성악 능력을 십분발휘한 2분여의 장엄한 가창에서 화끈한 로큰롤로 전환하는 신곡을 선공개했다. 까치산의 스펙트럼을 암시하는 순간이었다.



대중적 색채의 ‘Diary’와 열띤 떼창을 끌어낸 ‘SOS’, 너바나의 ‘Lithum’ 기타 리프를 닮은 ‘TEATIME’ 까지 노래 하나하나 또렷했다. 잘 모르는 밴드임에도 공연 관람의 집중력을 잃지 않은 이유며 공연이 끝난 후 바로 이들을 음반 단위로 감상하게 된 계기다. 공연 중간 한태인의 멘트도 매끄러웠고 “애니메이션 송” 순서에서 베이스 주자 최선용의 “지금은 제가 마치 판타지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라는 고백도 사랑스러웠다.


미래가 밝아보였다. 까치산 자체는 구력이 짧지만, 내공이 탄탄한 구성원 덕택에 공연 전반이 유려하게 흘러갔다. 팝적인 선율과 출중한 연주력, “애니메이션 록”의 컨셉트까지 갖춘 이 밴드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무대에 서지 않을까 생각했다. “밴드 붐” 시대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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