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의 <알렉스 프레거 - 빅 웨스트전>에 다녀오다.
인기 야구팀과 농구 구단을 보유한 도시, 할리우드를 품은 도시 그리고 대형 한인타운이 있는 도시. LA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한 로스앤젤레스는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안겨주었다. 도시의 꿈과 환상을 표현한 라라랜드라는 영화도 탄생하지 않았는가.
캘리포니아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밝고 화려한 분위기를 살린 사진전을 다녀왔다. 롯데 뮤지엄의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전>은 영화와 사진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작품들로 가득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전시회장은 한적했다.
프레거의 사진은 상상을 자극한다. 한 장의 사진을 둘러싼 깊은 콘텍스트(Context)와 각종 비하인드 씬(Behind Scenes)들이 머릿속에 피어난다. 공중에서 차에 매달린 한 여자를 보면 과연 그녀가 떨어졌을까 아니면 기적적으로 구출되었을까 조마조마하지만, 한편으론 그 와중에도 과장되게 꾸민 모습에 웃음이 번진다. 할리우드와 대중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은 그녀는 앨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새>를 오마주한 듯한 <Eve> 는 까마귀 대신 비둘기를 등장시켰다.
군중 혹은 인파. 프레거의 주요 대주제다. 공항과 기차역 엘리베이터 등 인파로 가득한 곳에서도 개인성이 무너지지 않는다. 1950~6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원색의 패션과 각기 다른 시선과 표정 등 한 명 한 명이 영화 주인공 같다.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짤막한 영상들도 흥미로웠다. 한 사진 속 객석의 군중은 시선과 표정, 행동이 다 달라서 ‘만약 공연 중이었다면 배우가 참 슬프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발레리나의 무대공포증을 표현한 란 단편 영화로 그 주제 의식이 연결되었다. 빔 벤더스의 영화가 떠오르는 단편 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들을 모아놓았고 이 역시도 사진 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영화 자체가 영어로는 ‘Moving Pictures’ 즉 움직이는 사진이지만 프레거는 특히 ‘Filmmaker(영화연출가)’라는 직함이 잘 어울렸다. 실제로 그녀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작품을 보며 ‘참 시간 많이 걸리겠다’고’ 참 영화 같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로스앤젤레스의 화려함과 낭만, 그 이면의 왠지 모를 허무함과 몽환성을 드리운 그녀의 작품엔 시각적 즐거움과 상상의 나래가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