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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l 01. 2022

시어머니와의 전쟁

여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시어머니와의 일화를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시작을 하고자 한다. 둘은 매우 애틋하다. 


내가 본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평생 무시, 멸시를 당하고 살았고, 사랑을 못 받고 산 듯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애정은 오롯이 내 남편에게로 갔었고, 그녀의 헌신적이고 애틋한 사랑은 남편을 철없는 마마보이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게 내가 정의 내린 그 둘의 관계다.


내가 시누이를 통해 듣은 바로는, 시어머니는 아들 선호 사상이 강하신 분이라고 했다.


집에 방이 3개가 있는데, 햇빛이 잘 드는 방은 아들에게 주고, 햇빛도 잘 안 드는 구석방은 본인이게 줬었다고 한다. 고기반찬도 있었는데, 본인에겐 없다고 해놓고 아들은 고기반찬 줬었다고 했다.


항상 아들이 최우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살았고, 시집을 가서 집을 하루빨리 나오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누이와 어머님의 관계가 나쁜 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모녀 사이 같다.


시어머니 말을 빌어서 이야기해보자면, 남편을 초등학고 5학년 때까지 옆에 끼고 주무셨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 초등학생 때, 맨날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그걸 매일 하셨다고 했다.


남편이 카투사에 입대했을 때, 주말마다 아들을 보러 면회를 갔었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들이 군대 간 게 슬퍼 맨날 울고 걱정하다가 안면마비까지 오셨다고 한다.


아들이 외국에 유학을 갔을 때, 뜨개질로 수세미 같은걸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만드셨는데, 그게 산더미 같이 쌓였다고 한다. 맨날 유학 간 아들이 보고 싶다면서 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애틋하고 사랑하는 아들만 집을 해주고, 딸에겐 비밀로 하고 있었던 걸까?


연애할 때 보면, 항상 김치도 국물 다 제거해서 진공 포장해서 보내주고, 밑반찬도 하나하나 만들어 보내주시고 하셨던 것 같다. 아기 같은 소중한 아들이 행여 굶을까 봐.


남편은 태어나서 유학 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설거지나 집안일 관련해서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본인의 아빠는 성격이 많이 강해서 엄마가 젊었을 때 많이 당하고 사셨다고 항상 불쌍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 엄마는 천사라고 내내 그랬다.


결혼하면 우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는 없을 거라고, 진짜 바라는 것도 없고 뒤끝 없고 착하다고. 본인 엄마는 다 이해해줄 거라고.


그리고 항상 말했다.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 시집와서 나랑 누나 키우느라 서울에 친구 한 명 없고 정말 외로운 사람이야 라고.

실제로 결혼식날 부모님한테 편지 낭독하면서 저 부분 읽으면서 애처럼 엉엉 울었다.

(나보다 더 울어서 내 친구들이 웃겼다고 했다)


남편이 항상 말했던 시어머니는 정말 아무것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카톡 같은 것도 못하고, 핸드폰도 쓸 줄 모르고, 지하철, 비행기 이런 것도 혼자 타본 적도 없고 운전도 못하고, 그래서 항상 자기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본인 엄마를 굉장히 무능력하게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님 보호를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를 말들을 했다.


한 가지 정확한 건 아들로서 엄마에 대한 마음이 많이 애틋했다.


나 또한 그랬다. 초기에 내가 시아버지 전화를 받고 힘들어했을 때 시어머니는 내 마음 다 안다면서, 네가 얼마큼 속상할지 안다면서, 속상하면 다 본인에게 이야기하라 하셔서 한동안 나는 시어머니 생각해서라도 참자 하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이게 대략적인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배경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시 그간의 일들을 정리해 보자면

 

1. 남편은 나에게 아이와 가정을 지키겠다고 우리 부모님과 내 앞에서 신신당부를 해놓고, 서울 시댁만 다녀오면 태도가 달라져서 이혼을 운운했다. 마치 이 상황은 이혼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식으로.


2. 나와 나의 엄마에게 외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 두 번이나 상해를 입혔다. 말도 함부로 했다.  


3. 내 아이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4. 나의 엄마가 외국에 왔을 때도, 장모님 앞에서 철딱서니 없는 행동들로 못 보여줄 꼴 다 보여줬고, 엄마가 외국에 계시는 몇 달간을 아주 지옥으로 만들어 놨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남편이 용서가 안되었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이 궁지에 몰리는 걸 보니, 착한 코스프레를 접어두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 나와 내 부모에게 소리를 지르고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2.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수없이 너네는 이혼하라며 아들의 이혼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본색을 드러내는 시어머니에게도 화가 많이 났었다.


나는 어떻게 이 둘에게 복수를 해야 될까. 어떻게 하면 이 둘에게 내가 당한 만큼 돌려줄까. 참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냥 넘어가기엔 내가 너무 억울하고, 참고 넘어가기엔 화병이 걸릴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내가 이 모든 걸 다 참고 갈 만큼 내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난 남편이 외국에서 우리 엄마한테 함부로 행동했을 때, 그때 모든 정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좋게 넘어가게 되면, 적어도 이 둘은 이 심각성을 모르고 추후에 또 비슷한 몰상식한 행동들을 할게 뻔했다. 


나는 일단 내 계획은, 남편을 어르고 달래서 내 편으로 만드는 거였다. 그리고 남편을 꼬셔서 외국으로 들어갈 때 무조건 시어머니를 같이 데리고 가기로 했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 와이프 :

"네가 이 상황과 나와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어머님이 우리랑 같이 외국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해야 될 일이 너무 많고, 그걸 도와주러 엄마가 오셨었는데, 너의 파렴치한 행동들로 인해 그 기간이 다 물거품이 되었잖아"


"그러니 이제는 어머님께서 오셔서 아이를 봐주시고 도와주셔야 될 것 같아. 우리 엄마도 오기 힘들었는데 어렵게 오셔서 도와주셨었잖아"


"나도 일도 하고 성과도 내야 되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 없거든. 네가 어머님을 어떻게든 데리고 오면 내가 관계 개선에 대해 많이 고려해볼게"라고 그를 꼬셨다.


남편은 본인 엄마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울고 불고 해서 빌었는지, 시어머니가 결국 우리랑 같이 외국에 들어가기로 하셨다.


참 이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기도 한데, 시어머니가 외국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나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되는 상황이었고, 본인 아들이 일하러 다른 곳을 가게 되면, 낯선 땅에서 가장 많은 의지할 사람도 나였을 텐데


시어머니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만약 그녀가 외국에 나가기 전에 나에게 말이라도


| 시어머니 :

" 며느리야,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하고 소리친 거는 미안하다. 내가 너희 시아버지에게도 시달리고, 너희랑도 이러니깐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우리 가서는 잘 지내자 내가 3개월 동안이라도 너 많이 도와줄게"라는 말을 진심으로 한마디라도 했더라면


시어머니가 이전에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때 도와줬던 부분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감정적인 부분을 서로 해결하고 외국을 갔을 것 같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떠나기 전날까지 연락 한번 없었고,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공항에서 만났다.

 

나는 시어머니에게 간단한 목례만 한번 하고, 외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시어머니 또한 나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기에, 나도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시어머니는 남편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시어머니 :

"여자들끼리 또 이야기 나누고 하면 금방 풀려. 걱정 마" 하고


아니 이게 무슨 보통 싸움도 아니고, 서로 수다 떨면 풀릴 일들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사상이 참 특이했다.


예전에 나였음 시어머니가 멀미가 심하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중간중간 괜찮으시냐, 힘들진 않으시냐, 많이 물어보고 약도 준비해 드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챙겼을 거지만, 절대 그런 호의는 베풀지 않았다.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차를 5시간 타고 집에 도착을 했다. 남편이 운전을 했고, 우린 모두 다 녹초가 되었었지만 아이도 있었고, 집을 비운 지 오래되었기에 우리는 먼지가 가득 쌓인 집을 청소했어야 했다.


시어머니 방을 만들어 줘야 했기에 가구도 다시 배치했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치우고 청소할게 많아 남편에게도 이것저것을 분담해서 시켰다.


내가 일층 바닥을 닦으라고 남편을 시키자, 시어머니는 아들이 쉬지도 않고 집에 오자마자 청소하고 고생하는 게 싫었는지, 알아서 손수 걸레질을 하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첫날이 지나고, 이틀 정도가 지났다.


| 시어머니 :

"며느리야, 우리 이야기를 좀 하자.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나는 그녀가 나한테 그간 일을 사과라도 하려나 싶어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며느리 : 이야기하세요.  


그녀는 갑자기, 자기 인생 이야기를 주구 장창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미 작년 여름에 시어머니가 3시간 동안 나한테 했던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 시어머니 :

"내가  옛날부터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시댁에서는 나를 인정을 안 해가지고 시댁 살이 이렇게 하고 어쩌고 저쩌고... (대충 본인이 시집살이했다는 이야기)


"나는 너희 시아버지랑 진짜 각방 쓴지도 오래됐고, 대화도 안 해 엄청 사이가 좋지 않아. 맨날 나한테 욕하고 그래 (시아버지랑 사이가 엄청 안 좋다는 이야기)"


"네가 내 아들 명의로 된 집이 있다는 시아버지한테 말해가지고, 나는 깜짝 놀랐었어. 그걸 말하니 너는. 내가 정말 실망했었어. 너한테만 말해주는 비밀이었는데. 진짜 나 엄청 죽도록 시달렸어. 너무 시달려서 힘들었었어 (비밀을 말한 거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서로 대화도 없어. 나는 내 딸 하고도 대화도 없어. 서로 뭐하고 사는지도 잘 몰라.

.. 어쩌고 저쩌고..(딸과도 대화를 아예 안 한다는 이야기)"


나는 30분 넘는 시간 그녀에게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끝까지 들어봤었다. 모든 이야기는 본인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고, 많은 고생 했었고,  그로 인해 본인이 지금 어디가 아프고, 안면마비가 올 것 같고 등


모든 게 다 본인 위주의 이야기였고, 단 한마디도 본인이 했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본인이 이렇게 불쌍하게 살아왔으니 네가 앞으로 날 불쌍하게 여기고 잘해달라 이런 말인가 싶었다.


나도 그렇게 나오는 시어머니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다 말했고, 어떤 부분들이 내가 속상했었는지, 서운 했었는지 등 상세히 말씀드렸다.


특히 많은 일들 중에서, 아드님이 나의 엄마에게 상해를 입히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만 챙기고 나가려고 할 때는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었었다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나도 소리 지르고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잘못한 행동이라고 사과도 드렸었다.


그날 시어머니와 거의 2시간 동안 대화를 했었다.


우리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시어머니에게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떤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고, 어떤 부분을 좀 부탁드린다 하고 난 정중하게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렸었다.


나는 그날 대화에서 시어머니가 어느 정도 내 이야기를 이해하셨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 나면 시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 시어머니 :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다 내 탓이다."


"내가 지금 돈은 어떻게 할 수 없어. 일단 이야기는 해볼게"


"그리고 이제 나는 아들일에 관여 안 하겠다. 너네 알아서 다 해. 이제 내 품 떠난 자식이라고 생각할 테니 너희끼리만 잘 살면 돼"


나는 시어머니의 대화가 어느 정도 잘 이루어졌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덧붙여 부탁도 했다.


| 며느리 :

"어머님, 비록 타국에 힘들게 오셔서, 낯선 환경에서 지내시는 거 많이 힘드시겠지만 여기까지 어렵게 오셨잖아요"


"여기 계시는 동안 편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못하셨던 휴식도 하시고, 가능한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 너무 바빠서 어머님께 도움을 요청드리는 상황이고, 어머님도 저희 도와주시러 오셨으니, 다른 건 아니고 이 부분만 부탁드릴게요"  


"아이가 3시 반에 집에 오면 그때 아이 간식과 저녁밥을 좀 부탁드릴게요. 그동안 제가 잠시 일을 마무리할게요. 아이 재우는 건 제가 할 일이니 제가 할게요"


"낮에 저희 없을 때 티브이도 보시면서 쉬세요. 그리고 간단한 집안일만 조금 도와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


| 시어머니: " 알겠다. 내가 도와주러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내가 도와줄게. 너무 걱정 마 "

라고 하셨다.


나는 이런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나름 시어머니와 내가

100% 앙금을 턴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참 바보같이.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남편한테 들었는데, 시어머니는 그날  나와했던 대화를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시어머니 : "그냥 그 애는 널 죽이고 싶었다는 말만 하더라. 절대 그 애랑 나랑 대화가 안돼"라고


역시나, 이 시댁 사람들은 본인들 상처받은 것만, 힘든 것만 중요한 사람들이라, 본인들이 당한 일은 정말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생각하면서, 남한테 가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인 것 마냥, 아무런 일도 아닌데 크게 반응한다는 것 마냥 생각을 하는 게 참 신기했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면, 사람이 저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장황하게 당신들의 행동들로 인해 어떤 부분이 힘들었었고,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해봤자, 본인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어디서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공감도 지능이라고.

그녀는 참 지능이 떨어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공감도 지능입니다.


난 솔직하게 하루 종일 우리 집안일을 하시라 한 적도 없었고,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 - 잠자는 시간 전까지 잠시 도와달라고 부탁드린 건데, 시어머니는 전혀 도와줄 생각을 안 했었다.


니 자식인데 뭐 니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의 배 째라 태도를 보였었다. 이 부분은 나만 느낀 게 아니라 남편도 동일하게 느꼈었다.

 

시어머니는 맨날 집 앞 공원에 나가 2-3시간씩 앉아 있다 오고, 반찬 1-2개 만드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말을 했다.


|남편:

"엄마 우리가 부탁을 해서 여기까지 우리 도와주러 온 거잖아. 우리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게 이 부분만, 여기 계시는 동안 좀 도와주면 될 것 같아"라고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려고 외국까지 데려온 게 아니었다. 우리는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고,  시어머니도 바쁜 우리를 위해 도와주러 온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정말 전혀 도와주지를 않았다. 아예 생각을 자체를 안 하고 있었다.


친정 엄마는 외국에 우리를 도와주시러 오셨을 때, 내가 엄마 이제 그만해, 하지 마라고 뜯어말려도 어떻게든 나서서 본인 딸이 뭐하나 더 하면 힘들까, 전전긍긍 하시면서 도와주셨었는데,


역시 시어머니는 달랐다.

'내가 안 하면 결국 아쉬운 네가 하겠지. 뭐 어쩔 건데'라는 게 굳이 말을 안 해도 내 가슴에 확 와닿았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을 때, 나는 시어머니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


나는 역으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호출했고, 그 아들에게 설거지며, 빨래며 밀린 가정일들과 아이 육아를 대신 부탁했다.

 

시어머니 아들은 본인의 와이프와 사랑하는 엄마 사이의 신경전에서 어쩔 줄 몰라했고 결국 두세 배로 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마지못해 나서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나름 좋은 방법이었다.


그때 당시 내 아이가 많이 아팠었다. 아이도 보통 3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는 아이인데,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일주일 내내 아파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그런 아픈 손주에게 죽 한 번을 끓여주지 않았다. 결국 내가 했고, 아픈 아이를 내가 다 케어했다. 나는 일단은 그녀를 지속적으로 지켜봤다.


한 번은 아침에 아이가 콜록콜록하고 있는데도, 시리얼에 우유를 먹고 있길래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 와이프 :

"아이가 지금 아프고 잘 먹지도 못하는 거 알면서, 왜 우유에 시리얼을 주는 거야?"


| 남편 :

"애가 먹고 싶다고 하잖아"

 

일층에서 이런 이야기를 남편과 하고 있는데 이층에 있던 시어머니가 언제 내려왔는지, 자기 아들 옆에서 서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나를 노려보면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출처. 사랑과 전쟁


| 시어머니 : (소리 지르며) 야!! 도대체 내 아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


난 최대한 차분하게 답변했다. 시어머니 더 열받으라고.


| 며느리 :  그럼 당신 아들이 잘한 건 뭐가 있어요?


| 시어머니: (소리 지르며)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꼴을 보고 있어야 해!! 맨날 너는 나가서 일하고 내 아들은 설거지나 하고 있고, 내가 내 아들 이 꼬락서니 보려고 여기 왔냐!!!! "


| 며느리 :

"설거지 맨날 제가 하던 건데요? 그리고 제가 지금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 일을 나가는 거고요"


"그런데 지금 며칠 동안 어머님의 금쪽같은 아드님이 설거지 좀 한 게 못마땅하시다는 말씀이세요?"


"우리 맨날 이렇게 서로 같이 일하면서 살고 있는데요?"


"그리고 제가 일해서 돈도 벌어다 주고, 육아도 하는데, 제가 설거지도 해야 되나요?"


"좀 더 시간 여유 있는 사람이 설거지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 시어머니 : (아들 향해 소리를 지르며)

"야!!!! 너!!! 내가 이 꼴 보려고 온갖 고생하면서 너 키워서 유학 보내고 공부시켰냐!!!!!! 설거지하고 집안일하러 유학 왔어!!!!!!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이 꼴 봐야 되냐!!!


나도 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계속 들으니 화가 났다.

자기 아들은 설거지하면 안 되는 금손이고 나는 뭐 설거지해야 되는 똥 손인가?


내가 왜 일하고, 애도 보고, 돈도 벌어와야 되고, 내가 저 집안 철없는 아들까지 거둬서 먹이고 재우고 뒷바라지까지 이 머나먼 땅에서 하고 있는데, 고맙다는 소리는 못할 망정, 설거지 한 두 번 했다고 저렇게 소리 지를 일인가? 싶었다.


물로 설거지 외에도, 내가 일을 하러 나가 있는 동안 본인의 금쪽같은 아들이 집 청소며, 집안일이며, 육아하는 걸 직접 목격했으니 더 열이 받았겠지?  


나는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 며느리 :

"아니 그게 그렇게 억울하세요?"


"전 제가 더 억울한데요? 우리 엄마가 왔을 때도 어머님이 애지중지 키우신 철부지 아드님 덕분에 저희 엄마는 여기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하시고 갔셨는데요?"


"저에게 일분일초가 소중한 시간들이 몽땅 다 날아갔는데, 어머님은 아들이 설거지 좀 했다고, 집안일 좀 했다고, 억울하고 분하시다는 말씀이세요?"


"그럼 아들을 능력 있게 만들던지요. 이런 일 안 하게. 제가 더 능력이 있는 걸 어쩌라고요"


"아주 누가 보면 아들을 금수저 집안에서 보석처럼 키운 줄 알겠네요!"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 와이프 :

"너, 이게 많이 억울하니? 네가 말해봐 봐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니? 집안일도 설거지도 육아도 안 하고 놀고먹고 있니? 내가 그동안 너한테  일 다 시키디? 네가 한번 말해봐 봐! 내가 너랑 살면서 도대체 뭘 안 했는지."


| 남편 :

"엄마. 아니야. 지금 와이프가 너무 바쁠 때라 그러는 거야. 그리고 우리 맨날 서로 집안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고 그동안 집안일, 육아 우리 다 분담해서 했었어. 내가 맨날 하는 거 아니야. 우리 둘 다 애 키우면서 일하잖아"


| 시어머니 : 아이고!!!!! 내 팔자야!!! 나 여기서 못 있는다 나 한국 갈란다!!!!


드디어 시어머니의 필살기가 나왔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서 한국을 가겠다고 시전 하는 것.그녀는 3개월 비자를 받고 왔지만, 절대 3개월 동안 여기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건 누가 봐도 뻔히 느껴졌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 케리어에서 짐을 절대 안 뺐으며, 딱 필요한 부품만 빼고 항상 나갈 태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녀가 바라는 데로 한국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더 오래, 더 많이 이 광경을 봐야 되었기에, 그리고 더 오랜 시간 이 고립된 집에서 지내길 지옥을 맛보시길, 나는 누구보다 원했기에 절대 그녀가 원하는 데로 해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남편한테 뭐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본인 몸으로 나를 밀치며


| 시어머니 :

"어디 나 밀어봐! 어디 나 때려봐라! 어디서 남편한테 그러고 있어"라고 했다.


나는 너무 짜증 나서 저리 가시라고 그녀를 다른 쪽으로 밀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는 이때다! 싶었는지 아주 큰 소리로 외치면서


| 시어머니 : (소리를 지르며) 아이고!!!!! 며느리년이 시어머니를 패네!!!! 아이고!!! 내가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겠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며느리한테 처 맞고 있네!!! 아이고!!! 를 시전 했다.

 

정말 할리우드급 액션이었다.


나는 맹세컨대 그녀를 절대 한대도 치지도 않았고, 욕을 하지도 않았다. 한대 쳤으면 내가 억울하지도 않지.  


시어머니가 계속 몸을 나에게 들이밀었기에 저쪽으로 가라고 밀친 것 말고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녀에게 정중하게 "어머님 저쪽으로 가시죠"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이없어하니, 시어머니는 한 술 더 떠서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이 부분이 정말 열받았었다) 주변에 이웃들 다 들어라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 시어머니 : 아이고!!!!! 며느리가 사람 치네!!!!!! 아이고!! 나 여기서 못 산다!!!!! 집에 갈란다!!!!


남편이 시어머니를 데리고 집에 겨우 들어왔다.


나는 시어머니의 막무가내 행동을 보면서 시아버지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정말 끼리끼리 만났구나. 그렇게 남편 욕 하더니, 결국 오래 살더니 부부가 똑같구나 생각을 했다.  


나는 시어머니를 불러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주 잡아먹을 듯이 (호랑이 사진 참고) 그리고 시어머니께 말했다.


| 며느리 :

"어머님, 어디 나가서 더 소리 질러봐요"


"여기 다 외국사람들만 살아서 다들 외국어만 하는데, 나가서 한국말로 더 소리치고 더 외쳐봐요.


"누가 오나."


"아마. 경찰이 오겠죠? 그리고 과연 누구를 잡아갈까요?"


"어머님 머리로 한번 잘 생각을 해보세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를 잡아갈까요? 아니면 이 집 가장인 당신 아들을 잡아갈까요?"


"저는 경찰한테 우리 어머님이 치매기가 있어서 그런다라고 말하면 그만인 것 같은데, 어떻게 나가서 더 소리 질러 보실래요?"라고 했다.


그녀는 눈을 부라리면서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남편이 뭘 가지러 이층으로 잠시 올라가자


정말 황당하게도, 내가 전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시어머니는 마치 본인 아들 들으라면서

 

| 시어머니 :

"아이고!!!!이년이 나한테 욕한다!!! 이년이 나 때린다!!!!"

하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모습을 보는데  시어머니가 같잖았다. 그동안 시어머니가 어떤 그지 같은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이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절대 남편이 없을 때 시어머니 앞에서 대화는 하면 안 되겠다 라고.


내가 A를 말했을 때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불쌍한 척하며 Z를 말할게 분명했고, 그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이간질은 다 내가 감수해야 될 것 같다는 촉이 딱 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시어머니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 며느리 :

"(웃으면서) 제가 언제요? 제가 무슨 욕을 했어요 똑같이 한번 말해봐요"


" 자, 더 크게 더 잘 들리게 말해봐요. 만약 제가 지금 욕을 했음 어머님 아들도 위에서 들었을 텐데?"


"이젠 대놓고 거짓말도 잘하시네요"


| 시어머니 :

"네가 그렇게 독기 있는 눈을 뜨고 나를 보는 게 욕하는 거지!!!!!"


| 며느리 :

"지금 어머님도 그렇게 눈을 뜨고 저를 보시는데. 그럼 지금 저한테 쌍욕 하시는 거예요? 아이구 무서워라"


역시 사람은 밑바닥까지 가보면 본성이 나온다고 그녀는 정말 딱 그랬었다.


남편이 나를 시어머니를 앉히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시어머니는 여전히 화가 나는지, 아주 배 째라 식으로 계속 대화에 응했고,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싫었다.


| 며느리 : "왜 계속 저한테 소리를 지르시면서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 시어머니 : "내가 못 배워서 경우가 없어서 그런다 왜!"


| 며느리 :

"아 그러시군요.. 역시 사람은 교육이 필요한 건가 봐요. 이렇게 교육을 받고 안 받고가 나이 들어서도 티가 많이 나는 걸 보니.. 적어도 교육받은 사람들은 경우 없진 않잖아요 그렇죠?" 


그 말에 시어머니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발끈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 시어머니 :

"야. 너희는 서로 안 맞아. 그냥 서로 갈라서. 이혼해."


| 며느리:

"어머님, 어머님도 그렇게 아버님이랑 사이가 안 좋으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마치 앙숙 같이 사신다고 하셨는데 왜 이혼 안 하시고 계속 두 분이서 같이 사시는 거예요?"


"저희 이혼하시는 거 보고 싶으시면, 그렇게 안 맞으시는 어머님, 아버님 두 분부터 이혼 도장 딱 찍으시고, 솔선수범으로 저희에게 이혼 확정 서류 가지고 오시면, 저도 깨끗하게 남편이랑 정리할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제 이혼은 제가 선택하는 거지 어머님이 이래라저래라 하실 권한은 "전혀" 없으시다는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머님이 제 아이 인생 최고로 책임져주실 거 아니면, 함부로 말씀하시 마시고, 너무 이혼시키시고 싶으면 어머님 아버님 이혼 서류부터 가지고 오세요^^"


이런 말들이 오가고, 남편이 시어머니와 나에게 애원했다. 왜냐면 다음날 본인이 시어머니와 나와 아이를 놔두고 일을 하러 갔어야 했기 때문에, 이렇게 악한 상황에 두고 자기 엄마가 해코지를 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그때 오갔던 대화들은 녹음을 하지 못해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나 기억이 남는 건, 시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정말 너무나도 불쌍한 척을 하며, 억울하다는 표정과, 슬픈 말투로


| 시어머니 :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다 내 탓이다"

"이제는 내가 잘 도와줄게" "내가 너무 그동안 시달려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하셨다.


| 시어머니 :

"나 여기 일주일 있었는데, 여기 있는 거 너무 지옥 같아. 너무 힘들어. 나 그냥 한국 가면 안 될까?"

"나 한국 가고 싶어. 여기 지옥이 따로 없어"라고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남편의 철부지 같은 행동들로 인해 몇 달을 지옥처럼 보내다가 가셨는데.


나는 그 지옥을 남편이 사랑하는 엄마에게 똑같이 아니 그 이상 맛 보여 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아들 앞에서 미안하다 사과하고, 이제는 많이 도와주겠다 하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고,

남편은 본인의 엄마를 철석같이 믿고 다음날 일을 하러 떠났다.


나 또한, 시어머니가 아들 앞에서 저렇게 말하고 미안하다 했음 뭐 이젠 괜찮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것 또한  어리석은, 바보 같은 내 생각이었다.


시어머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능구렁이 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시어머니를 보면서 화날 때 화내고 소리 지르는, 그래도 앞뒤는 똑같아 보였던 시아버지가 그나만 수월한 편이었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어머니의 교활한 생각들은 다 읽혔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우습게도 단 하나도 내 예상과 빗나간 게 없었다.


그렇게 또 시어머니와 나의 여자들만의 교묘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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