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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n 28. 2022

호랑이 며느리와 원숭이 시아버지

원숭이는 호랑이를 보고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

** 이 글에서는 몇 가지의 욕설이 나옵니다.

** 욕설이 다소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으시기 전에 먼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양해를 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날은 나에게서 내 남편의 신뢰가 사라진 날이었다.


나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와 그렇게 통화한 후 남편이 더 싫어졌었다.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저런 것도 제대로 커버 못하고 있는 무능력한 남편이 정말 미웠다.


일단은 아이에게 더 이상 안 좋은 상황을 보여주기 싫어서 참아보았었다.


참 이상하게도, 안 좋은 일들은 꼭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은 참 이상했다.

친정 집에는 안마기가 있었고 아빠가 그날따라 몸이 피곤하신지 안마기를 하셨었는데,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아이가 아빠한테 올라가려다가, 아이의 다리가 안마기에 껴 버리고 말았다.

 

너무 당황하고 놀란 아빠와 나는 어떻게든 안마기에서 아이의 다리를 빼보려고 했는데 절대 안 빠지는 것이었다.

애는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결국 안마기를 작동해서 다리를 누르고 있는 부분을 이완시키는 버튼을 누루고 나서야, 아이의 다리가 빠졌고 아이의 다리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서있질 못하였다.

아빠와 나는 급하게 응급실로 갔다.


이상하게도, 아빠는 그날 열이 37도가 찍혀서 응급실로 들어오지를 못하셨다. 나는 아빠가 너무 놀라서 고혈압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이틀 뒤에 아빠는 코로나 확진을 받으셨다.

 

아빠는 코로나 확진을 받고, 산소 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근처 큰 병원으로 가셨는데, 코로나 확진자라  응급실에도 못 들어가셔서 밖에 설치된 천막 안에 있는 침대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계셨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코로나라고 하니 많이 두려우셨던 것 같다. 나는 아빠한테 가서 손을 꼭 잡고 걱정하지 마라고 토닥였다.


어차피 나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기에 두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엠뷸런스가 아빠를 데리러 왔고, 아빠는 한 지역 코로나 격리 병원으로 이송이 되셨다.


그리고 며칠 뒤 내 아이도, 나도 다 확진을 받았고 아이는 열이 3일 내내 40도를 찍었었다.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나니, 남편과 시댁 가족들이 더 원망스러웠다. 잠시 서울을 가있던 남편은 내가 코로나가 다 끝났을 때 친정으로 왔다. 나는 몸도 아프고, 이 모든 현실이 너무 경멸스러웠고 다 남편 탓 같았다.

 

남편이 엄마가 외국에 있었을 때 3개월 동안이라도, 눈 딱 감고 사위 노릇만 최소한으로 했었어도


내가 한국에 올 일도 없을 거고, 이런 일을 경험 하지도, 보지도 않았을 꺼고, 내 부모님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닥뜨릴 필요도 없었을 거고, 내 아이도 코로나에 걸릴 이유도 없었을 거고, 심리 센터 같은 데 갈 이유도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친정으로 내려온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간 내가 참고 있던 감정들을 계속 올리는 그와의 대화 속에 결국 난 폭발을 하게 되었고, 그땐 남편도 이제 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주 개차반으로 굴었다.

 

그는 부모를 만나고 오더니 그냥 이혼하고 새장가 가던지 해라 대충 이런 이야기를 듣고 온 것 같았고, 가정을 지킬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 와이프 : "아이가 어려서 지금은 할 수 없다. 네가 쥐뿔도 없는데 이혼하면 내가 손해다"


"그리고 이혼을 하게 되면 내가 이혼을 선택을 하는 거지, 네 부모가 내 가정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너무 화가 났다. 남편이 나와 대판 싸우고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나는 그 꼴이 너무 보기 싫었다.

나만 너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안 되겠어서 남편의 노트북을 빼앗았다. 그 안에 그의 그동안의 작업물, 그리고 비자 관련 정보들이 다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생겼고, 엄마가 와서 남편과 나를 말렸는데, 그 인간은 나의 엄마 팔을 꽉 잡고 밀치고, 나를 발로 찼다. 나는 튕겨 나갔었다.


그렇게 싸우고 있는데, 아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와이프 : "아이가 일어났으니 이제 하지 마. 당장 멈춰!!"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계속 노트북을 나에게서 뺏으려고 하고 개망나니 같았다. 결국 아이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가 또 이 걸 봤다는 사실에 내가 그만해라고 해도 듣지 않고 계속 망나니 같은 짓을 하는 남편에게 정말 그때 많이 실망을 했었다.

 

도대체 그에겐 아이보다, 그깟 노트북이 중요했다는 말인가?


난리 난 와중에 엄마가 남편의 노트북을 빼앗아 숨겼다. 엄마는 아기가 보던 말던 지 노트북 하나 챙겨서 나가려는 남편이 너무 괘씸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퉁퉁 부은 엄마의 팔을, 멍든 내 등을 사진으로 다 찍었다.


그렇게 두 번 다시 안 하겠다던 남편은 또 이 짓거리를 했다.


아이를 안고 많이 울었다. 정말 죽을 수 있다면, 죽고 싶었다. 너무 비참하고 서글펐다.


이날 내 아이가 보는데도 불구하고, 그 노트북 하나 들고나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보란 듯이 가정을 버리고 나가면서 뒤통수치는 그 남편이 이젠 증오스럽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남편이 너무 싫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내 마음은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지금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다 거짓말 같고, 언젠가 또 내 뒤통수를 후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남편이 나갔었고 그날 밤늦게 그를 다시 만났다.

본인이 그렇게까지는 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했다. 정말 미안하다면서


나는 그 인간이 사과하고, 나에게 노트북을 얻어가기 위해 머리를 쓰는 거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 와이프 :

"나는 너한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진짜 너희 가족들도 너도 용서가 안돼. 너 우리 엄마 이제 상해까지 입혔니? 나도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내가 너를 왜 만났을까? 내가 대한민국에서 길 지나가는 아무나 만나도 너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리고 니 집안보다는 나은 집안을 만날 것 같아"


"내가 뭘 그렇게 너한테 잘못했니? 내가 뭘 그렇게 너한테 죽을죄를 졌길래 나한테 이러니? 내가 그렇게 우습니? 우리 집이 그렇게 우습니?"


| 남편 : "미안하다. 내 잘못이다. 내가 죽일 놈이다"  

등을 시전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밖에서 자던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엄마가 상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를 우리 집에서 재울 수 없었다. 오자마자 비번도 싹 다 바꿨다.


아빠는 그때 병원에 계셨기에 엄마와 나, 내 아이 셋이서 이날 밤을 보내기엔 너무 가혹했다.


나는 그와의 대화에서 너무 화가 났었지만, 일단 그를 꼬셔놔야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그를 데리고 서울 시댁에 가서 그 댁 아들이 한 짓거리를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나는 남편에게 전화했다.


| 와이프 : "어디야? 나랑 지금 서울 같이 가자."


| 남편: 왜? 싫어.


| 와이프: 내가 지금 너희 부모님을 좀 만나야 될 것 같아.


| 남편: 왜? 왜 가야 되는데? 나한테 말해.


이때 남편이 본능적으로 내가 뭔가 가만히 넘어가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을까? 내 부탁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나에게 뒤통수 날리는 말을 했다.


| 남편 : 어차피 우리 안 맞잖아. 우리 이혼할 거잖아. 근데 왜 계속 우리 집에 가려고 해. 그냥 우리끼리 끝내자.


| 와이프 :

"어제 미안하다 사과한 거는 또 거짓말이었네? 또 뒤통수를 치네?"


"내가 분명, 아이가 어려서 안된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리고 너한테 받을게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절대 이혼 안 해.


"그리고 나는 네 부모가 지금 현재 가장 원하는 이혼을 난 안 해. 해 줄 생각이 없단다. 누구 좋으라고. 절대 그럴 일 없어. "


"그리고 이건 내가 너와 결혼 생활하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무언가를 부탁해본 적은 없었잖아."


"네가 내 남편으로서 마지막으로 내 부탁 들어준다 생각해. 그리고 같이 너네 집에 같이 가. 내가 진짜 부탁할게. 가자. 나 비행기 예약했어."


남편 계속 안 간다 시전 했지만, 나는 끝까지 그에게 서울 가자. 내 마지막 부탁이다.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남편과 전화를 끊자마자 시댁에서 전화가 한통 왔다.


시어머니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가족은 소리를 지르면 이긴다고 생각을 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정말 격 떨어진다.


|시어머니 :

"야!! 네가 뭔데!! "금쪽같은 내 새끼"를 밖에 내 돌게 해!! 네가 뭔데 내 귀한 아들한테 뭐라고 해!! 내가 내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감히 이러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시길래 나도 돌려줬다.


| 며느리 :

"당신 아들이 금쪽같은 내 새끼면 그럼 내 아들은 금쪽같은 내 새끼 아니야?!!"


"당신이 뭔데 "금쪽같은 내 새끼"한테 상처 주고, 당신 그지 같은 아들 새끼도 나한테 그리고 "금쪽같은 내 새끼"한테 상처 주고 그러냐!! 그리고 당신 아들 새끼가 우리 엄마 상해 입힌 건 알고 있어?"


"어디서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너네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 맨날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금쪽같은 당신 새끼 당신이 교육을 잘 시켰어야지, 이런 상황이 안 올 거 아니야!"

 

"어디서 애 하나 오냐오냐 잘못 키워가지고 모지리 같은 게 능력까지 없는 게 철이라도 있어야 될 텐데 철도 없어서 이 그지 같은 사단을 만들고 있어!!


(이 말들을 한 게 뒤늦게 생각나서 여기 그대로 추가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새끼가 귀하고 소중하면 남의 집 새끼도 귀하고 소중한 거야!! 어디서 지새끼만 소중하고 귀하다고 지랄이야!!"


"나도 우리 집에서 귀하고 소중한 금쪽같은 새끼야!!!"


"내가 당신의 금쪽같은 새끼 데리고 서울 갈 거니깐 가서 봅시다! 우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참다못해 이 상황에서 처음으로 시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 엄마 :

"여보세요. 사돈.  왜 지금 계속 상황을 이렇게 만드십니까. 시아버지 되시는 분은 왜 하실 말 안 하실 말 분간도 안 하시고 이러십니까. 아드님은 뭘 믿고 지금 어린아이 두고 이혼을 운운하고 있습니까"


| 시어머니 :

"내 아들 이야기하지 마세요. 법정 가서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더 이상 이야기할 거 없네요"


| 시아버지 : (옆에서) 전화하지 마!!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나는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통화로 하다가 내가 정말 돌 것 같아서 남편에게 같이 "무조건" 서울에 올라가자고 말했고, 기어코 그를 끌고 서울로 갔다.


공항에 도착했더니, 시누이가 연락이 왔다.

 

| 며느리 : 여보세요


| 시누이: 잠시 통화 가능하니?


| 며느리: 말씀하세요


| 시누이 :

 "내가 이런 일에 뭐라 마라 할 건 아닌데, 서울에 올라가는 건 안 갔으면 좋겠어. 엄마가 만나기 싫데. 나보고 전해 달래"


| 며느리:

"지금 남편이 저희 엄마 상해 입혔고, 저는 결혼한 이후부터 계속 시아버지에게 부당한 대우와 말들을 다 듣고 있었어요. 시아버지 성격이 어떠신지는 형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이 모든 걸 제 아이가 봤어요. 저는 올라가서 아버님 어머님과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요. 갑자기 가는 건 제 잘못이지만. 형님이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서 며느리의 입장으로서 이해 부탁드릴게요."


| 시누이: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우리 엄마가 싫데잖아. 그러고 너희 어차피 이혼할 거 아니야?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 며느리 :

"남의 일이라고 말을 참 쉽게 하시네요. 형님도 아이 힘들게 어렵게 얻으셨잖아요, 그렇게 소중한 아이를 두고 이혼을 쉽게 결정하실 수 있으세요?"


| 시누이:  

"나는 뭐 남편이랑 안 맞음 그럴 것 같은데? (말 쉽게 내뱉는 건 가족력인 것 같다)"


| 며느리 :

"아 그러세요. 그럼 나중에 꼭 남편분이랑 안 맞으심 이혼하시고 알려주세요."


"저는 형님처럼 그렇지가 않아서요. 제가 서울에 올라가서 시부모님을 만나던 안 만나던 그건 제 일인 것 같으니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하고 전화를 끊고 차단했다.


비행기에서 남편을 꼬셨다. 시댁에 가기 전에 내편으로 만들어 놓고 갔어야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나는 그에게 이야기했다.


| 와이프 :

"너랑 내가 이혼을 하는 건 괜찮아. 나도 정말 이 상황에서 너랑 이혼을 하고 싶어. 나는 정말 너희 가족이랑 앞으로도 엮여서 살아갈 생각 하니 두렵고, 너와 이 결혼생활을 잘해 나갈 자신감도 이젠 없어. 너무 뒤통수를 맞아서."

 

"근데 아이가 어리잖아. 너랑 내가 선택을 해서 아이를 낳은 거지, 아이는 우리를 선택한 건 아니잖아."

 

"그런데 왜 또 너와 내 선택으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출발선상에서 삶을 시작해야 되는 거야.

이제 겨우 3살인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네가 잘 생각해봐. 이혼을 할지 안 할지는. 네가 내 편에 설지 아님 네 부모한테 갈 건지는 잘 생각하고 선택을 해."


"이건 내 인생도 문제지만, 너와 나의 사이에서 나온 이 소중한 아이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선택이야. 나는 네가 뭘 선택을 하던 존중 할게."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그는 울면서 말했다.


| 남편: "나는 정말 이혼하고 싶지 않고. 아이랑 같이 살고 싶어. 나는 정말 진심이야"


| 와이프 :

"아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너랑 너희 집을 찾아갈 텐데, 네가 결혼 유지하는 걸 선택했다면 너희 부모님께 그 의사를 잘 전달하고. 그리고 시댁에서도 네가 전적으로 내편에서 서서 날 지지해야 돼. 그게 네가 가정을 지키는 방법이야"


| 남편 :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줘. 아빠 엄마 앞에서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아 줘. 그냥 어느 정도 어른으로서 예는 갖춰줘"


속으로 비웃었다. 그리고 혼자 이렇게 말했었던 것 같다.

(예의는 누가 먼저 갖추지 않았더라? 그리고 너는 우리 엄마에게 상해를 입혀놓고 너희 부모에겐 예의를 갖춰달라고 지금 말하는 거니? 별 그지 같은 소리를 다 듣겠네)


그리고 난 말했다.

| 와이프:

"그건 아버님 어머님이 나한테 먼저 예의를 갖춰서 대해주시면, 나도 그렇게 할 건데. 행여나 나한테 막말하고 함부로 하면 나도 그건 똑같이 할 거야. 네가 그런 무례함이 나오지 않게 중간에서 잘하면 되겠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시댁은 정말 극한으로 회피형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남한테는 함부로 피해를 주고 그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본인들이 누군가에게 받는 피해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스트레스받아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한다. 특이한 종족들이다.


나는 그들의 특성을 너무 잘 알았다. 회피형 인간들을 미치게 하는 건 계속 그들의 바운더리에 가서 건들고 쑤시면 그들은 스트레스 받아하고 미쳐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나는 계속 가서 건들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남편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 시댁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내 예상처럼 각자 어디론가 도망가고 없었다. 불도 다 꺼지고 아무도 없었다. 시어머니는 폰 꺼놓고 있었고, 시아버지 폰은 통화음은 연결이 되었다.


그때 한 겨울이었는데, 나는 시댁 집 문 앞에 계단에 앉아 있었다 6층이었다. 그 빌라는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오른쪽엔 이웃이 왼쪽엔 시부모님 댁에 있는 구조였다.


밥을 먹는 저녁 시간 때였다. 옆집 이웃이 엘리베에 터에서 내리시더니 우리를 보셨다.


젊은 애들 둘이가 이웃집 문 앞에서 어디 가지도 않고 계단에 앉아 기다리니 우리 보고 누구시냐고 물으셨다.

나는 여기 사는 분들의 아들과 며느리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이웃은 우리가 왜 왔는지, 너무 궁금하셨었나 보다.  현관문을 분명 닫고 들어가셨는데 계속 그 집 현관문 앞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저분들이 현관문 앞에서 우리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우릴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 남편 : "이제 나가자. 내가 아빠한테 내일 만나자고 연락해서 약속을 정할게"라고 했다


나는 그 순간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사실을 저 이웃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댁은 그 집에서 거의 20년 이상 살았는데. 위아래 옆집 사람들과 다 오래된 이웃이었다.


나는 계단에서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내 이야기가 다 들리라는 심정으로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복도라 나름 크게 들려서 고마웠다.


| 와이프 :

"(엉엉 울며) 아니 진짜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도대체 내가 무슨 그런 잘못을 했다고 임신했을 때도 만삭 임산부한테 그렇게 ㅅㅂ ㅅㅂ 나한테 욕을 하지 않나!! 것도 모잘라 사돈한테 밤늦게 전화까지 해서 ㅅ ㅂㅅㅂ 욕을 욕을 하질 않나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그러는 거야! 너무 서러워! 엉엉"


젊은 여자가, 시어머니 시아버지 운운하면서 통곡하고 우는데 이처럼 재미있는 스토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내가 공부 열심히 하고 내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죄인 건가? 그거 하나 이해도 못해서 한국 와서 제사상 차려라는 등 나한테 할 말 못 할 말 다하고 아이도 있는데 이제는 이혼하라고 하고!!"


"내가 진짜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여기서 못 나가 나 아버님 어머님 오셔서 내 말 들어주실 때까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거야! 엉엉"


이웃집 현관에서 계속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마지막에 내가 나가려고 일어나니깐 윗집에 열린 문을 조심히 닫는 소리도 들렸다.


남편은 내가 울면서 말하니깐, 이웃집에 들리게 일부러 크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 와이프 : "내가 이웃들이 듣든 말든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 이게 다 사실인데!! 아이고 내가 진짜 최악의 시댁을 만나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이 취급을 받네! 하면서 더 해줬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어디 갈 곳이 없어서 서성이다가 남편 엿 먹이고 싶어서 호텔에서 하루 숙박하자고 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갔고, 그날 남편은 일박에 37만 원 짜로 호텔을 예약했고, 나는 욕실에 몸을 담그며 생각을 정리했다.


(돈 아까워 하는 남편 후달달 하게 엿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근처 젤 비싼 호텔로 들어갔다. 결제할때 당황해 하는 그를 봤다)


남편은 내가 욕실에 있는 동안, 아버님께 전화를 해서 정말 아이 달래듯 어르고 달래고 하며 아버님을 설득했다.

 

| 남편 :

 "아빠, 제발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며느리가 진짜 긴히 할 말이 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게 있어서 그러니 제발 한 번만 나와서 만나요."


"아버지 화난 건 알겠는데 진짜 부탁드려요. 집에서 만나면 서로 힘드니, 밖에서 카페에서 만나면 서로 말도 조심하니 제발 나와서 만나요"  


시아버지는 아들의 간곡한 부탁에 알겠다고 하고 다음날

오전 10시 반에 용산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나는 호텔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용산역으로 갔다.

나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날이 평일 오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용산역에 있었다. 출근 시간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참고로, 혹시 여기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그날 목격하신 분이 계셨으면 좋겠네요. 저에겐 소중한 한 분의 증인 이니깐요.


남편은 먼저 나가서 시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저 멀리서 그를 지켜봤다. 마치 호랑이가 사냥을 하기 전에 숨어서 먹잇감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나 그는 사람들이 많은 용산역 한가운데서 혼자 흥분해서 "ㅅㅂㅅㅂ"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남편 : "아빠 왜 그래요. 우리 가서 차분하게 이야기 좀 해요. 우리 이야기하려고 만났잖아요. 제발요"  

하니깐


| 시아버지 : 놔! 이 썅놈의 것들아! 나 잡지 마 놔! ㅅㅂㅅㅂ 어디서 이것들이 오라가 라야!! 안 꺼져!?"


저럴 거면 그 전날에 용산역에 왜 나온다고 한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진짜 용산역 실내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니 용산역에서 나와 역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그 야외 공간에서도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역시나 그에게 도덕성이란 없었다.


사람들이 다 있는 공공장소에서, 평일 오전에 그렇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너무 진귀한 광경이었을 것 같다. 옆에서 아들은 본인 아빠를 잡고 말리고 내가 멀리서 보는데 과간 이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나는 성큼성큼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시아버지가 용산역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계속 고함지르면서 가길래 혼자 웃으면서 영상도 다 증거로 찍어놨었다.


| 나 : 요즘 세상에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그가 어딘가 걸터앉아 있을 , 나는 녹음기를 켜고 다가갔다.  위에는 CCTV 있었기에 반가웠다.

그리고 계속 나를 향해 욕을 하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 며느리 : "왜 계속 욕을 하세요? 제가 먼저 욕했어요? 왜 저한테 욕을 하세요?"


그러자 시아버지가 흥분을 해서 벌떡 일어나더니


| 시아버지 :

"야!! 너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 너무 받아서 지금 생니가 빠졌어!! 이것 봐!! (입을 쫙 벌리셨다)

아주 이 쌍것들이 죽을라고 환장했나" 그러시길래


나는 그날 내 몸에 모든 기운을 모아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포효를 했다.

 

| 며느리:  어디 그 잘난 이빨 좀 보자!!! 아우 내가 어디 남은 이빨 오늘 다 뽑아줄 테니 입 벌려봐!!!! 소리 지르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아냐!!!!! 어디서 계속 참고 있는데 계속 지랄이야 지랄이!!!! 누군 화 못 내서 소리 못 질러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 어디 더 해봐 내가 당신을 무서워할 줄 알았나 본데!!!! 끝까지 가보자!!!


내가 살아생전 그렇게 소리 질러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땐 눈이 뒤집혀서 눈을 크게 부라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소리를 꽥 질러주며 그의 행동을 그대로

미러링 해줬다.



출처. VH6i0 Be.jpg (667 ×895) (imgur.com)



(공공장소에서 그런 행동을 한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내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거라는 걸 예상을 전혀 못했는지, 시아버지는 너무 당황해서 그대로 내가 보는 앞에서 줄행랑을 치셨다.


여기서 밝히는 바지만, 나는 호랑이 띠, 시아버지는 원숭이 띠인데 정말 그때 장면을 묘사하자면 호랑이가 "어흥" 하니 원숭이 새끼가 놀래서 꼬랑지를 흔들며 도망가는 딱 그 모습이었다.


나는 남편한테 말했다


| 와이프 : "가서 아버님 잡아와"

남편은 뛰어갔지만, 날쌘 원숭이 새끼 같던 시아버지는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본인 아버지를 찾다 못 찾고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남편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해  딱 이 한마디를 했다.


그 한마디가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시아버지에 대한 앙금을 싹 내려주었다.


| 남편 : "아우.. 저 ㅅㅂ 인간말종 같은 새끼"


내 속이 뻥! 하고 뚫리는 순간이었다. 그간 남편도 돈 때문에 많은 시달림을 받았었는데 그게 거기서 터진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꼬시다. 이게 니 벌이다 하고.


젊었을 때 힘들게 고생했다고 백날 징징 거린 들, 힘들게 아들 키웠다고 한들 뭐하나.


결국 본인이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한테 듣는 소리라곤

인간말종 같은 새끼라는 말인데.


그때 그 둘은 아주 볼만했고,

그날 처음으로 나는 조금 행복했었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말해줬는데,

그날 시아버지가 용산에서 나한테 당하고 꽁지 내빼고 도망친 후, 시아버지는 자기 분을 못 이겨서 며칠 동안 내내 밤에 자다 일어나서 물건 집어던지고 화내고 욕하고 그러다가 혼자 껄껄 웃고.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시어머니한테 가서 "네가 아들을 잘못 키워서 저 새끼가 저렇게 된 거야!!!"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아랫집에서 올라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정말 정신병자 미친놈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

너무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시아버지는 이전에 기독교를 믿는 형수와 대판 싸우고 연을 끊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기독교 신자인 형수님이 자기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안 지낸다는 게 이유였다.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오랜 검색 끝에 이 훌륭한 성경구절을 찾아 시아버지 카톡에 보내드렸다.


 



그 가족들에게 듣은 바로는,

시아버지가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항상 자기 뜻처럼 안되면 지금처럼 화내고 소리 지르고 막무가내로 하면 살아오셨다고 한다.


상대방들은 똥이다 피하자 하고 다들 시아버지를 피했었기에 단 한 번도 그에게 나처럼 맞대응 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기고만장 이었던 걸까?


역시 남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돌려받아야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것 같다.


적어도, 이제 나에게 내 가족에게 함부로 하면 어떤 식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았으니, 함부로 하지는 않겠지.


내 스트레스의 혹을 하나 제거한 것 같아. 홀가분하다.


그리고 명확한 건,

시아버지는 그동안 남들에게 함부로 했던 행동과 말들이 다 쌓이고 쌓여


결국, 나 같이 당돌한 며느리를 "법적 가족"으로 들였으니 이것 또한 다 그의 업보라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누가 더 손해일지, 누가 더 잃을게 많을지 한번 지켜보고 싶다. 누가 먼저 백기를 들지.


나는 카톡에 이렇게 적어 보내드렸다.


"아버님.

저는 아버님이 원하시는 거 절대 해드리지 않을 거예요. 아버님이 앞으로 살면서 바라시는 건 그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을 거예요.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평생 이렇게 질리도록 봐요!"



p.s. 다가오는 목요일에 면접이 있어서, 면접 끝나고 다음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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