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취임했습니다.” 2017년 5월 10일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었다. 내겐 생애 첫 번째 항암 치료일이기도 했다.
항암 치료 당일, 대통령 취임식 특보로 아침 일찍부터 정신없었다. 우리 팀이 맡은 시간대는 사택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까지 하는 퍼레이드까지였다. 특보는 언제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변수의 연속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정했던 방송 시간을 훌쩍 넘겨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방송 끝날 시간에 맞춰 항암 치료 시간을 예약했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부조정실에 앉아 생중계 화면과 시계 화면을 왔다 갔다 하며 보았다. 그렇다고 일찍 자리를 뜨기에 불안했다.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느새 병원 예약 시간 20분 전이 되어 있었다. 행사는 끝날 줄 몰랐지만 안 되겠다 싶어 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는 내내 재촉하는 병원의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 가는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겨우겨우 도착해 보니 내가 마지막 환자였다. 간호사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정신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첫 번째 항암을 했다.
항암을 하기 전,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유방암 환우 카페에도 가입하고, 열심히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모든 표준 치료 중에서 제일 고통스럽다. 모두가 하나같이 말했다. 그렇다고 되돌릴 수 없었다. 6개월 동안 12번의 항암을 하기로 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선 항암을 1일 입원으로 쳤다. 별관 6층 주사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데, 나의 경우 한번 맞으면 3시간 정도 걸렸다. 3병을 연달아 맞는데, 제일 무서운 녀석은 은박지 같은 걸로 밀봉한, 가운데 맞는 녀석이다. 이 녀석을 맞는 데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간호사 말로는 제일 중요한 약이란다. 항암 약은 독해서 주사로 바로 맞지 않는다. 쇄골에 삽입하는 케모포트나 정맥에 관을 삽입하는 PICC를 통해 맞는다. 나는 6개월 동안 오른팔에 심어 놓은 PICC를 통해 항암주사를 맞기로 했다. 매주 병원 가서 소독을 하고 거즈도 갈았음에도 나중엔 주변으로 두드러기가 마구 올라왔다.
항암 하는 날은 조금 일찍 퇴근해 바로 병원으로 갔다. 처음 두어 번까지는 별 증상이 없다고 좋아했다. 입이 방정이었던 걸까, 세 번째 항암부터 온갖 증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근육통, 오심, 두통은 기본이었고, 얼굴과 손, 발톱은 까맣게 변했고, 몸의 붓기는 빠질 줄 몰랐다. 초반에는 항암을 한 다음 날이 제일 힘들었다. 암세포를 죽인다는 항암 약이 내 몸과 마음까지 다 죽이는 것같이 느껴졌다.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항암 약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구토가 이어졌다. 약을 맞을 때 얼음을 입에 넣고 있거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면 괜찮다는 글을 보고 해 봤지만, 얼음에서 약 맛이 났다.
의사 말이 맞았다. 몸이 쑤시고 속이 계속 울렁댔지만 일할 때만큼은 집중하다 보니 고통도 잠시 잊었다. 무엇보다 내가 암 환자란 걸 잊었다. 그러다 집에 오면 그때부터 까부라졌다. 어느 날은 밤새 토하고 화장실 옆에 쓰러져 그냥 잠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일을 그만두기 싫었다. 잘 버텨왔는데 이제서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