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것에 개인적 정의를 내리며 그리고 그것을 써 내려가며 되려 나 자신에 대한 불안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 불안은 다스리는 것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것이랬고 -수많은 철학자들에 의하면- 불안은 같이 공존하는 것이랬다. 내가 그것을 억누르거나 불안 그 자체를 지우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늪에 빠진 사람처럼 잠식당하는 듯하다. 그래. 지금까지 어떻게든 잘 살아왔다 치자. 그것만큼은 스스로에게 인정한다. 스스로에게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기준으로 미래시제인 나의 훗날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 나는 어떤 것을 하며 살아갈 건가.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이고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해나 갈 텐가.
불안의 순기능. 불안함으로써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앞날을 내어다 보기도 한다. 불안하므로. 과거에 겪은 문제점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복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내가 걸어 나아갈 수 있도록 불안은 안내자를 자처한다. 불안을 통해 과거 나는 어땠나. 돌아보면 후회는 가득하겠지만 불안하기에 돌아보아야 한다. 불안하기에 더욱 보기 싫을 수 있겠지만 불안하기에 직시해 보아야 한다. 내가 나의 과거를 무시하는 것은 내가 나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 같다. 나의 과거. 올바르게 살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범법자가 되지 않았고 어떤 것에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는 시간과 함께 걸어가기도 쉬어가기도 때론 뒤돌아보기도 하며 어쨌든 살아냈다.
분명하게 내가 나에게 말한다. 나는 나의 노고를 인정한다. 누군가에겐 상대적으로 보잘것없는 나의 과거는 나에겐 중요한 밑거름이다. 내가 나를 인정함에도 나의 과거에서 어떤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한 불합리와 무지를 내가 이내 찾아볼 수 있을까. 내가 스스로 파고든 함정이 있을 것이고 내가 파낸 무덤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함정에 나는 넘어지지 않고 싶으며 동일하게 파내어진 무덤에 눕고 싶지 않다. 여전히 과거와 같은 눈, 같은 시야, 같은 지능이 아닌 과거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을 지점을 난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훗날의 나에게 보낼 존중이고 희망이다. 나는 나를 믿지만 나는 나에게 요구하고 틈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진실되지 못했고 나는 헛된 것을 쫓았고 나는 그릇된 욕망 품으며 살았다. 또 나는 무의미한 소비를 반복했고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했으며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이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또 나는 나를 부풀려 인정받기를 갈망했고 나는 내가 우수하다고 착각하고 살았고 또 그것을 토대로 반복적으로 인정을 바랐다. 또 나는 나의 약점과 실수를 감추기 바빴고 누군가의 허점과 약점을 생각하고 상대를 낮추는 것에 서스름이 없었다. 또 친절을 베풀지 못했으며 냉소적으로 보기 바빴다. 내가 아닌 삼자인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인정해 주었지만 나는 진실되지 못한 거짓으로 살아냈다. 결국 살아냈지만 나는 나의 거짓을 안다. 바로잡을 수 없다. 지나가버린 시간은 하늘에 있는 먼지와도 같기에 들이마시거나 흘려보내거나 날려 보내거나 내 몸에 붙은 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과거를 보냈다.
나의 추악하고 오만하고 경솔했던 과거를 조명함은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겠다. 더 진실되게. 헛된 것에 현혹되지 않기를. 욕망에 노예가 되지 않기를. 무의미한 소비를 하지 않기를. 나의 시간을 소중히 하기를. 사랑을 주어야 할 존재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기를. 타인에게 기대어 착각에 바다에 빠지지 않기를. 누군가의 약점을 보고 비난하지 않기를. 누군가의 허점에도 눈감아주기를. 친절할 수 있는 대로 친절하기를. 냉소적이기보다는 온화하기를.
분명 과오를 범했던 때의 나로 돌아간들 나는 동일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니체의 영원회귀 이론처럼 지금의 나는 다시 태어나 또 지금의 나대로 영원히 살아간다. 과오는 과오로 남고 거짓은 거짓으로 남는다. 실수는 실수로 번복되며 삶은 그대로 영원히 나아간다. 반복. 그래도, 그럼에도 한 생애에서는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 역시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1이라는 과거의 잘못을 했던 상황이 내게 다시 온다면 1이 아닌 0 혹은 2로 변경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그래서 나는 분명하게 직시한다. 나의 과거를. 불안이라는 안경을 통해 나를 더 자세히 보고 더 알아간다. 불안하기에.
책 '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의 5장 불안에서 불안의 개념을 이리 설명한다.
-불안은 오히려 인간 실존의 근본 현상에 속하며, 인간의 자기실현과 자기 이해에도 깊이 관여하는 삶의 긍정적 요소로 본래적인 자기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안은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만 국한되기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속하며, 존재 가능으로서 자기를 기투하는 인간의 자기실현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간 삶의 핵심요소가 된다.
-인간은 항상 불안한 존재로서 불안을 직면하는 가운데 불안을 넘어선다.
기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불안을 직면한다. 나는 나의 자기실현을 위해 즉, 미래의 나를 위해 불안과 대면한다. 불안은 진실로 나를 위한 긍정적 요소이며 그 요소는 나로서 실존하게 만드는 힘이다.
난 나를 돌아봄으로, 난 나를 이해함으로, 나는 나를 번복하지 않으며, 나는 나를 거짓으로 내몰지 않으며 살아가려 한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간 텐가. 나는 나로서 살아가려 한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 텐가. 나는 나를 돌보며 살아가려 한다. 그래도 된다는 것은 30여 년간 살아온 내가 증거이며 내 자체가 근거이다. 불안은 정녕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맞다. 나를 나로서 살게 해 줄 수 있으니.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