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약속

by 지우

작가가 되고 싶다. 작가가 되는 방법을 잘은 몰라서 이것저것 했다. 글을 무작정 계속해서 썼다. 그러다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첫 번째 작가 되기는 실패했지만 주저하진 않았다. 계속해서 혼자서 글을 썼다. 하루에 한 페이지는 꼭 쓰자하고 습관부터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다시 도전한 브런치 작가에 통과되었다. 그러고 작성한 에세이인지 산문인지 내가 뭘 쓴 건지도 모르겠는 무언가를 썼다. 그리곤 시 30편. 그러곤 200페이지가량의 소설 한 권. 그러곤 또 시 30편. 그리고 산문 하나 더. 작가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서 배출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보고 있는 것.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 나는 이 길이 옳은 지는 모르겠다. 그저 글을 쓰는 것에만 포커스를 잡은 채 내 머릿속에서 떠도는 것들을 붙잡아다 해체한다. 해체하고 분해한다. 그리곤 그것을 글로 쓸 뿐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 더 근간에는 그저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작가가 되려면 그만큼의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다운 아웃풋. 그래서 무작정 2025년이 되는 1월에 주중 5일 연재를 브런치에 걸었다. 그러곤 2월이 되었다. 오늘까지 29화. 다음 하나면 나의 작은 프로젝트도 마무리된다. 브런치 작품은 30화까지만 등록이 가능하니까. 겨우겨우 써내기도 했고 여유롭게 전날 쓰고 예약을 걸어두기도 했다. 어쩌면 굉장히 무식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길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글을 쓰며 살고 싶다면 그만큼 써야 되지 않을까가 제일 일차적인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글을 썼다. 글을 쓰고 또 썼다. 브런치 올리는 것 외에도 그냥 쓰고 싶은 것을 마구잡이로 썼다.


그렇게 지나온 29화 동안 무엇을 얻은 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내 글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서 그런지. 그래도 분명 나의 생각들의 모음이다.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글을 이룬다. 그리고 조각들은 서로 다르지만 붙고 또 붙어 다른 모양을 만들어 낸다. 중세 건축양식인 고딕건축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그리고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며 쓰지 말자라고 항상 다짐하지만 항상 확인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내 글이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어떤 중심을 잡았을지 나 역시도 모를 글을 무작정 써 내려가고 등록했으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와의 약속을 분명하게 지킨 것이다. 이번 주면 연재는 종료된다.


내가 얻은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소설을 씀으로써 나는 나의 상상력을 글로 남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시를 씀으로써 내가 느끼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글로 함축적 의미로 마음껏 남길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 연재를 통해 시간에 쫓기든 계획을 했든 허무맹랑하든 아무 의미가 없든 나의 생각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생각들을 쏟아내고 정리하고 저장하고 용기 내어 등록했다. 나는 내 글을 누군가 보는 데에 부끄러움은 다행히도 없다. 누군가는 내가 그런 글을 써내는 것에 부끄럽지 않냐 용기가 가상하다 하지만 난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니 그런 부끄러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오히려 난 내 글에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편이다. 글을 써서 나는 고귀해지고 싶은 게 아니다. 배출하고 싶을 뿐이지. 글을 씀으로써 누군가와 나는 다른 것을 보고 있어.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글을 써 내려감에 행복을 느낄 뿐이지. 그리고 내 글에 숨겨진 부끄러움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본다고 볼 수 있는 부끄러움은 분명 아니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일뿐. 그것이 외부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글에는 어떠한 수치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근간은 다 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시엔 어느 정도 허구가 담긴다. 물론 내가 느껴온 삶의 일부일 것이고 내가 느낀 순간의 포착일 테지만 그 안에 내가 느끼는 것은 적어내는 데엔 표상이 필요하다. 마음속에 사과의 모습과 실제 사과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표상은 상상의 존재다. 나의 소설과 시는 어느 일정 부분 그렇다고 본다. 그러나 연재 글은 분명 나의 진실이다. 순간의 포착이 아닌 기나긴 진실. 분노 행복 슬픔 우울 이해받지 못함 이해받고 싶은 생각 감각 꿈 기투 미침 가벼운 존재 불안 사랑. 모든 것엔 나의 진실이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 부끄럽지 않다. 진실되기에.


진실을 담으려 발악했다. 진실되지 않은 글이 써지기도 했다. 과감하게 지웠다. 나답지 않은 글을 모조리 폐기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삭제하고 또 삭제했다. 진실되기 위한 연습 역시 내가 글을 쓰고 살아가고 싶은 것에 중추일 것이다.


길고 긴 연재였다. 아직 한편이 남았지만 오늘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정말 칭찬한다.

잘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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