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종료
수많은 생각들을 쏟아냈다. 두 달간. 생각보다는 단어들의 조합. 혹은 어떤 특정주제에 관한 장황하고도 주관적인 생각을 마구 휘갈겼다. 그럼으로써 알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에게 분명 솔직했다는 것. 꾸밈이 드러나면 지웠고 다른 이의 생각을 차용하였지만 누군가의 말이 그대로 쓰이는 것 역시 지웠다. 나는 두 달 동안 나에게 솔직하고자 하는 연습을 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했고 그 생각의 분출에 대해서 꾸밈없이 누군가의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하지 않도록 솔직하려 했다. 그럼에도 사실은 누군가의 생각이고 누군가에게 들은 것일 테고 누군가가 해놓은 것을 보고 배출해 낸 것이겠지. 삶의 인풋이 나로부터 저작되고 소화되어 배출된 것일 테지만.
솔직하는 것은 참 어려운 작업이었다. 계속해서 나의 글을 검열한다는 것은 내게 솔직해지려는 노력과 동시에 스스로를 부정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사실 나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디선가 입력되었던 것이 기억난다면 내 것으로 나와 동일시하기엔 어려웠다. 설령 정말 나의 생각이었을지라도 말이다. 솔직해지는 노력으로 스스로를 다루려는 노력자체만으로도 나는 이 연재를 성공한 것에 모든 것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등록되지 못한 수 천 개 수 만개의 단어들 수 십 개 수백 개의 문장들은 진실로 나의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존재도 알 수 없게 사라졌다. 자기 검열.
솔직해진다는 것은 발가벗는 것과 같았다. 혹은 재판을 받는 것일지도. 혹은 죽어서 신 앞에 서있는 내가 심판을 받는 것일지도. 내가 이 글을 씀으로써 나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격이 될 수도 있지만 적었다. 내가 어떤 긋을 씀으로써 누군가 상처받아 고뇌에 빠지고 실의에 빠지더라도 나는 써 내려갔다. 단지 나에게 솔직하고 자하는 이기심으로. 작가연습을 하겠다는 일념 하게 움직인 나의 손가락이지만 손가락에 실린 힘은 분명 진실이었고 진실의 무게는 분명 누군가에게 납 같은 무거움을 선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지만 작가가 된다는 것의 무게감은 그런 것일까. 느껴보지도 못했지만 단순히 누군가 나의 글을 본다는 자체만으로 나는 납덩이 깔린 것 같았다. 자기 검열.
자기 검열은 글을 쓰는 때만이 아닌 일어난 시간부터 자는 시간까지 모두 검열했다. 그럴 필요도 없었을 텐데 나는 나를 괴롭게 군 것이나 다름없다. 별일 아닌데 내가 쓰는 글이 교보문고 베스트에 오를 일도 없는데 유난 떨었다. 그런데 내가 내게 솔직해지고 싶다는 그리고 단순 희망이 아닌 진짜로 나는 작가로서 살아내려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어쩌면 하루키의 영향이 9할은 넘을 것이다. 그는 분명 솔직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자신을 검열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분명 자신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모든 책에서 일관된 솔직함을 보여주기에. 나는 어쩌면 하루키를 따라 하는 것이다.
하루키의 삶은 솔직하고 솔직했다. 소설을 보아도 에세이를 보아도 산문집을 보아도 모두 솔직하다. ㄱ을 보고 ㄱ이라 말할 수 있고 ㄴ을 보고 ㄴ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ㄱ을보고 다른 것을 얘기한다. ㄴ을 보고도 한글인지 모르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하루키는 적어도 그런 사람과는 다르다. ㄱ은 ㄱ. ㄴ은 ㄴ. 그는 자신의 몸에 솔직하게 대했다. 매일 동일한 마음으로 동일한 형태로. 나는 도박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쓴 자의 글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매일 10km씩 달리며 글을 쓰는 자의 글 형태를 신뢰한다. 글과 행동. 자신과 적힌 텍스트의 일치감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 검열을 시작한 것이다. 이 또한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나에게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누군가에겐 그럴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나를 검열해야 한다. 나의 뇌는 꾀가 많고 어둠이 많아 검열당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고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부분만큼 나는 나를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땅을 봐줘야 하고 어둠에 사로잡혀 있다면 등불을 밝혀 길이 어딘지 보여주어야 한다. 자기 검열. 나에겐 분명 필요한 것.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2000자 내외의 30편.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양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내게 약속한 것을 분명 끝마쳤다. 그것이 나에겐 중요하다. 작가라고 스스로 부를 수 없다. 누군가에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는 얘기해 보았지만 작가라고는 나 스스로 붙일 수 없다. 자기 검열. 더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솔직해지는 만큼 난 솔직한 행동을 해야 한다. 자기 검열에 의해서. 그동안 글을 열심히 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진실되게 쓰기 위해 거짓을 쓰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다.
연재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계속해서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 솔직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서 솔직해지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자기 검열을 통해 작가가 되고 싶은 그동안의 두 달 연재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