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

자기규정

by 지우

문득 나의 삶은 어떤가 생각했다. 많이 달라졌다.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에 얽매이지는 않고 있다. 생각도 해본 사람이 더 다루기 쉬운 것일까. 생각이 떠올라 나를 괴롭힐 것 같으면 이젠 쉽게 털어내는 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식의 영역이다. 생각은 나를 이루는 어느 한 구성원이었다. 나를 이루는 수백 가지의 단어들이 있다면 그중 생각은 가장 상단에 위치할 만큼 생각이라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요소다. 현재 글을 쓰면서도 생각하고 일을 하면서도 생각한다. 출근을 하면서도 생각하고 퇴근을 하면서도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생각들은 나에게 남지는 않는다. 적당히 얻을 것들은 얻고 적당히 버릴 것들은 버린다. 문득 나의 삶은 어떤가에 대해 생각이 들었을 때로 돌아가본다. 직장동료와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인식을 바꿔보자고 했다. 그러자 동료는 인식을 어떻게 바꾸냐고 했다. 나는 의식적으로라고 대답했다.


간단하게 A라는 상황에 대해 A+라는 인식을 했다. 그것을 긍정으로 인식할지 부정으로 인식할지는 자신의 몫이다. A+라고 누구에게나 긍정일까. 혹은 누구에게나 부정일까. 성적표가 아닌 인식은 그저 수용하는 수용체에 달렸다. 수용체는 바로 자기 자신. A+가 만약 자신에게 부정이라면 B라고 인식하면 된다. 너무 추상적이라면 당시 상황은 그랬다.


평상시 일하던 인원중 한 사람이 일이 생겨 근무자 누락이 생겼다. 그래서 모두들 고군분투하며 일을 해내고 있었다. 다들 힘들어했다. 물론 힘든 것이 맞았다. 평상시보다 바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힘든 것을 힘든 것으로만 규정하면 노동이 된다. 노동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만 놀아나는 그저 소모적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겔이었나. 노동에 대한 어떤 말을 봐서 그런지. 아마 그것이 발단이었을지도.


그래서 동료에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라 했다. 동료는 그게 무슨 의미냐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냐 했다. 동료는 머리 아프다고 했다. 그만 말하라고 하길래 그만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난 나에게 질문했다.


과연 나의 삶은 어떤 것일까.


자기규정.

현재 나는 자기규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존 그 자체로 존재한. 그러니까 지금 완성된 나를 내가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결정하고 수정하고 판단하고 보정하고 나아가는 단계. 자기규정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자기규정이라는 것에 끝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론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니체의 최고 권위적 언어 중 하나인 '신은 죽었다.'. 이 말 역시 니체 자신으로서 실존자로서 광인으로서 존재하려면 절대적이었던 신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했다. 그렇게 광인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후 자신을 실존자로 정립한 것이다.


자기규정. 절대적이지 않기에 의미 있는 것이지 않을까. 절대적인 규정이 있다면 공산주의가 실패했을 이유는 없다. 절대적인 규정은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된다. 절대는 어느 순간엔 불가분의 영역이겠지만 시간을 앞이든 뒤로든 움직인다면 해당 절대는 절대적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자기규정을 번복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번복이라는 것은 줏대 없고 우유부단하고 해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가 번복하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절대적이라고 믿게 될 테니까. 번복을 할 수 있어야 끝없는 자기규정을 할 수 있고 끝없는 자기규정을 거쳐내야 결국 실존할 수 있다.


실존.

자기규정.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비슷해 보인다.


동료는 내 말에 질리긴 했지만 나는 내 인식을 계속해서 바꾸고 규정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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