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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Jul 11. 2021

그렇게 난 너를 두고 집에 왔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둘째는 2월 9일 2360g으로 우리 집에 온 뒤, 3월 2일 서혜부 탈장 수술로 입원할 때 3.6kg으로 폭풍 성장하였다. 원래 3월 6일이 둘째 예정 출산일이었고, 이제는 건강한 신생아들처럼 잘 크고 있었다.

      

3월 2일 둘째는 소아외과 서혜부 탈장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5층 5A 병동 7인실에 입원하였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입원 준비물도 간단히 챙겼다. 하루 이틀 입원인데 없으면 없는 대로 있자는 생각이었다.

    

둘째는 다음날 오전 8시 수술 예정이라고 했다. 수액을 맞기 시작하였고, 다음날 오전 8시가 수술이니 6시간 전인 새벽 2시부터는 금식이라고 했다. 둘째는 NICU에서 젖병으로 수유할 때부터 먹는 거 하나는 진짜 잘 먹었다. 또 둘째가 우는 이유의 9할은 배고파서였다. 이런 애를 6시간 금식이라니 잠은 다 잤구나 했다. 새벽 1시 45분에 일어나 2시까지 딱 맞춰 수유를 하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수유한지 2시간 반이 지나자 서서히 칭얼거리기 시작하더니 아침까지 칭얼거렸다. 병실도 7인실이었는데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도 우리 때문에 잠을 설쳤을 것이다. 시간만 빨리 가기를 바랐다. 근데 웬걸, 담당 교수님의 앞에 수술이 오래 걸린 건지 봄봄이 수술이 뒤로 밀린 건지 오전 10시로 변경되었단다. 둘째는 배가고픈데다가 하도 울어서 진이 다 빠져 보였다. 친정엄마는 수술도 하기 전에 애를 잡는다고 가만 안 둔다고 화가 잔뜩 났다.     


드디어 시간이 되자 이송 베드가 왔다. 그전까지 둘째는 계속 짜증 내고 울고 나는 시계만 쳐다봤었다. 그런데 이송 베드가 오자 진짜 수술실로 가는구나 하고 실감이 들면서 너무 떨리고 무서웠다. 2층 수술실 앞까지 들어가서 둘째를 안고 있으니 마취과, 외과 선생님들이 와서 환자확인과 설명을 하였고, 이제 수술실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그 순간... 봄봄이를 안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2012년도에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누워서 마취를 하기 직전까지 춥고 무서웠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그때의 그 무서움, 떨림보다 10배는 더 무섭고 떨렸다. 계속 눈물이 났다.      


둘째의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라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고, 정말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수술이 끝나서 중환자실로 갔다는 문자와 함께 수술실에서 나를 불렀다. 담당 교수님이 나와서 설명해 주셨는데 첫 외래 이후 두 번째 뵈었고 그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수술은 잘 되었고, 예상대로 양쪽 다 탈장이어서 복강경으로 하길 잘 한 것 같고 배꼽탈장도 같이 했다. 아기가 어려서 중환자실에 갔는데 곧 병실로 올라갈 거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처치 준비가 다 끝나면 면회를 할 것이니 기다리라 하였고, 잠시 뒤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14번 자리에 봄봄이가 누워있었다. 정말 아픈 아이 같았다. 얼굴도 부어있고 기관삽관도 하였고 이것저것 달려 있었다. NICU에서도 자발호흡을 잘 해서 기관삽관은커녕 호흡보조도 받은 적 없는 봄봄이었는데 너무 낯선 모습에 무서워서 잠깐 인사만 하고 사진 한 장만 찍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잠시 뒤에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보호자는 병실로 올라가 있으라고 하였다. 중환자실에서 봄봄이가 깨어나고 병실 올라갈 준비를 마치면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원래는 중환자실에 있으면 일반 병실은 비워야 하지만 곧 올라온다 하니 이중 병실로 잡아놓고, 중환자실에서 필요한 기저귀, 물티슈, 티슈를 중환자실 문 앞에서 간호사에게 전달한 뒤, 다시 병실에 올라와 둘째가 올라오면 편하고 깨끗하게 있을 수 있게 침대 패드로 새로 갈고, 이불도 새걸로 깔고 폭신하게 만들어 놓고, 젖병도 씻어놓은 뒤 나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중환자실까지 갔으니 병실로 올라오더라도 하루는 더 있어야 하겠구나 하고 싶었다. 하염없이 핸드폰을 하다가, 책도 읽다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연락이 없었다.   

   

오후 3시쯤... 저녁 7시쯤... 병동 간호사에게 봄봄이 언제 올라오냐고 물어봤더니 아기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깨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하였다. 저녁이 지나서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더니 아무래도 봄봄이가 어리다 보니 하루는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 네? 중환자실에는 잠깐 있는다면서요...

- 곧 올라올 거예요...

- 네... 그럼 오늘 집에 다녀와도 되나요?

- 아니오. 언제 올라올지 모르니 병원에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네.     


그때까지만 해도 언제 올라올지 모른다고 기다리는 말에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수술을 마친 후 둘째는 중환자실에서 난 병실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기약이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 첫째는 등원할 때 엄마 보고 싶다고 울었다고 하고 나도 첫째가 보고 싶고 마냥 이렇게 기다리기도 힘들어서 병동 간호사님에게 집도 가까우니 잠깐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간호사님은 주치의 선생님한테 물어보겠다고 하였고, 그러자 곧바로 주치의 선생님이 올라오셨다.      

- 어머니, 봄봄이가 지금 숨쉬기가 힘들어서인지 못 깨어나고 있어요. 수술을 잘 됐는데... 아무래도 미숙아였던 아이이다 보니 숨 쉬는 게 힘들어 보여요. 계속 보고 있는데... 상황이 좀 힘들 수도 있겠어요..

- 선생님... 힘들다니요... 쉬운 수술이라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그랬잖아요.. 수술 잘 됐다면서요... 왜 그래요... 힘들다는 게 봄봄이가 살기 어렵다는 거예요?

- 상황이 좀...     


미친 듯이 무서워서 미친 듯이 울었다. 주치의가 달래고 위로하고, 간호사가 위로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신랑한테 전화를 했다. 손이 떨렸다. 신랑 목소리를 들으니 더 눈물이 났다.      

- 오빠가 와서 들어봐봐.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신랑이 바로 왔고, 난 계속 울고 있었고, 주치의 선생님이 신랑에게 다시 설명해 주셨다. 내가 너무 울어서 자세히 설명을 못한 내용까지 신랑에게 설명해 주었다.      


둘째가 너무 보고 싶었다. 봄봄이 좀 보게 해달라고 했다. 내가 가서 이름 불러주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안된다고 하였다.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했다. 코로나 검사도 받았고, 병원에 들어와서 밖으로 나간적도 없다고 애원했다. 그러나 수술 직후에만 한 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어제 중환자실에서 도망치듯 나온 내가 미친 듯이 미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슨일이 있으면 전화드릴테니 집에 가 있으라 한다. 사진은 찍어 줄 수 있다 하여 핸드폰에 사진만 담아 짐을 챙겨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내내 울었다.  

  

너를 두고 나는 집으로 왔다. 너를 두고 죄책감 슬픔 절망 분노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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