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 검진이 두렵다. 학교 다닐 적에 시험을 앞두고 떨리던 마음과 비슷하다. 그래서 검진 날짜가 잡히면 몸 관리를 시작한다. 마시던 술도 끊고, 몸에 좋을 것 같은 음식을 골라 먹고, 일부러 걸어 다니며 안 하던 운동까지 한다. 그래봐야 일주일 정도지만.
그러면서 머릿속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다.
“혹이 발견되었습니다. 조직 검사를 해봐야겠어요.”
“네?”
“말기입니다. 항암치료를 진행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상상을 진행하면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건강을 향한 걱정은 최근에 꾸는 꿈에서도 나타난다. 꿈속에서 나는 건강을 잃고 침대에 누워 투병한다. 가족은 나를 외면하고, 나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 그러다가 잠에서 깬다. 아! 꿈이었구나.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릴 적에는 집이 불타거나 무서운 동물에게 쫓기거나 하는 꿈들을 많이 꾸다가 소리 지르고 일어나곤 했는데, 이젠 건강 염려증이 꿈으로 나타난다.
목이 결리거나, 오줌 색깔이 이상하거나, 몸 어딘가에 뾰루지가 나거나, 눈이 침침해지거나, 무릎이 시큰해지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알고 있는 온갖 의학 지식을 총동원하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검색한다. 그러면서 90 넘어서까지 건강하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는 건강에 대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건강 검진을 앞둘 때면 갑자기 의식이 뾰족해진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연말쯤에 받게 된다.
검진이 끝나고 ‘별일 없지만 조심할 것’ 정도의 성적표를 받고 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운동하고 좋은 음식 먹고 자세 바르게 하고 열심히 건강관리 해야지’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조금씩 그 각오는 잊히고 어느새 또 검진의 날이 다가온다.
어쨌든 검진의 날이 다가와야 새롭게 결심도 하고, 내 몸을 의식도 하고 그러는 거니까 건강 검진을 자주 하는 것이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어릴 때 시험 볼 때만 공부하기 때문에 시험이 두렵지만 시험을 안 보면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건강 검진도 닥쳤을 때만 건강 관리를 하기 때문에 자주 검진을 해야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병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예방하기 위해 건강 검진을 한다고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