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하는 아이들

by 작은영웅

지인 딸의 결혼식장에서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둔 친구들이 만났다. 근처 카페에 모여 수다를 떠는데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아이들의 결혼과 출산 문제로 흘렀다.


모인 네 명은 각자 두 명의 장성한 아이들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인데 도대체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중 나는 나은 편에 속했다. 큰아이가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둘째의 결혼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아이를 안 낳은 것은 그렇다 쳐도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는 건 마음이 쓰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은 부모가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라는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자아비판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남편과 다정하지 않아서 힘들었던 건 난데 왜 내가 미안함까지 느껴야 하냐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 이어졌다. 다행히 우리 둘째는 결혼은 하겠다고 했으니 나는 남편하고 그럭저럭 사이좋게 잘 산 것으로 인정되었다.


이런 중구난방의 대화는 아이들의 출산 문제로 이어졌다.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부모가 자신을 힘들게 키웠거나 자신이 힘들게 큰 경우가 많다는 저명한 박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들 표정들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모두 워킹맘으로 휴직도 쉽지 않았던 시절에 힘들게 아이를 키운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는 어린이집에 일등으로 등원시키고, 저녁에는 제일 마지막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서는 등뒤에 들리던 아이의 울음소리와 저녁에 집에 오는 길 두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뛰면서 행복해하던 아이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다들 심난해했다.

그래도 그 힘든 시기를 잘 지내고 번듯하게 아이들이 큰 것 아니냐고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지만 아이들이 갖고 있을 마음의 상처와 결핍에 대해서는 그 자리의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우리 큰 아이도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엄마가 너무 힘들게 우리를 키웠잖아. 그래서 두려워’라고 했기 때문에 그 저명한 박사의 말이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직장이 뭐라고 그 어린아이들을 품에서 떼내고 뒤돌아 나서야 했을까 생각하면 손자가 태어나면 사랑을 듬뿍 주면서 내 자식들에게 못다 준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가끔 만나도 다정하게 대하고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면서 잘해주지만 아이 때 받아야 할 그 무언가를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사무친다.


이제는 같이 놀아주고 사랑해주고 싶은데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는 하소연,

아이가 결혼하면 근처로 이사 가서 도와줄 생각이라는 말에 애가 싫어할 것이라는 얘기,

먼저 결혼하는 아이에게 살던 집을 주고 시골로 가겠다고 해도 관심이 없다는 얘기 등을 나누면서 우리는 다시 명랑한 아줌마들이 되었다.

할머니가 되고 싶지만 되기 어려운 우리들은 그냥 좋게 생각하고 우리의 삶을 즐기며 살자는 쪽으로 얘기가 전개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삶에 과거의 시간들을 덧대어서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할 수 없는 과거는 그만 떠올리고, 지금 현재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조언을 해주고 도움을 주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지금 현재의 삶도 언젠가는 과거가 될 것이고 ‘그때 엄마의 삶과 조언이 나에게 길잡이가 되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괜히 어린시절에 없는 상처까지 떠올리려고 애쓰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 없이 잘 지내면 되는 게 아닌가.

굳이 과거의 상처를 떠올려서 다시 마음 아플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집으로 찾아가면 신경 쓰일 테니 딸이 사는 동네 맛집에서 만나 맛있는 것 먹고, 카페에서 놀기로 했다.

이렇게 가끔 만나 살아가는 얘기 나누고, 맛있는 것 사주고,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고 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이 세상에 가족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부담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누군가 나를 무조건 지지하고 걱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위안을 가지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가능한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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