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성

by 작은영웅

사람들은 누구나 색깔이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또렷해지는 그 사람만의 특징이 그 사람의 나다움일 것이다. 다른 말로는 개성이라고도 하는 그것. 개인주의 사회에서 개성을 발휘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나다움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나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나답게 살 수 있는데 세상의 온갖 유행에 따르다 보면 이 나다움을 모른 체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일단 키가 작고 모든 생김새가 오밀조밀하기 때문에 외모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이미지는 ‘작고 귀엽다’이다. 그러니 정장 차림의 커리어 우먼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외모적으로 어필할 때에는 귀여움으로 승부해야 한다. 하얀 둥근 카라, 몸에 붙는 카디건, 하체를 가리는 풍성하고 긴치마나 원피스 정도면 귀여움이 완성된다.

문제는 얼굴이다. 주름이 많이 늘면서 더 이상 귀엽지 않은 약간은 완고하고 딱딱한 느낌의 얼굴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웃으면 눈매가 둥글어지면서 선량하고 귀여운 얼굴이 되었었는데 최근 들어서 눈 주변에 주름이 늘면서 찡그리는 얼굴로 보일 때도 있다. 어쩔 때는 얼굴의 주름을 잡아당겨서 다리미로 쭉 펴고 싶을 때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대한 귀여운 느낌을 자아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기 전에 얼굴에 화장품도 듬뿍 바르고 유튜브에서 피부과 의사들이 좋다고 하는 바셀린까지도 열심히 바르고 있다. 작고 귀여운 데다가 피부가 고운 할머니,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말을 잘한다는 거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말을 줄여야지 다짐하지만 머릿속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의 향연을 막기가 쉽지 않다. 참다가 말을 하면 농축되고 의미 있는 촌철살인적인 말이 터져 나와서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다 보니 어느새 남을 충고를 하거나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성향을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가급적 말을 적게 하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말을 하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지적질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대화에 과몰입하면 이런 주의 사항을 깜박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최근 이렇게 글쓰기를 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다 보니 조금은 말이 줄어든 것도 같다.

아무튼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가급적이면 이말 저말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스몰 토크를 줄이고 정돈된 생각으로 설득력 있는 말을 깔끔하게 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말하기가 나의 재능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유익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애써볼 생각이다.


다음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낭랑한 목소리와 애교스러운 말투이다. 교사라면 유치원교사를 떠올리고 막내가 아닌가 짐작하게 하는 톤이 높은 경쾌한 목소리는 나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차분함이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텐션이 높아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고 어디서나 잘 들리고 전달력도 높다. 그러니 점잖을 빼기보다는 유머 있는 말하기를 해야 더 잘 어울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하다 보니 강사가 내 텐션에 맞겠다는 생각도 든다. 낯가림만 좀 줄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엄청 싫어하니 극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


마지막은 말하기 좀 뭐 하지만 난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독서를 많이 하면서 한동안 쓰지 않던 머리를 썼더니 문득문득 좋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면 일 년 후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꼼꼼한 실행 능력보다는 기획하는 것을 훨씬 좋아하는 편이었다. 꼼꼼함이 미덕인 직장에 근무하는 관계로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힘들었지만 다른 일을 한다면 이 능력은 최고의 능력이 아니던가.

하루 계획이든, 여행 계획이든 짜고 있을 때 나는 즐겁다. 실행하는 것보다 계획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능력이라니, 분명 어딘가에서는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떠올리면 한정이 없겠지만 나만이 가진 장점들을 떠올리다 보니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앞에 내용을 정리해 보면 나의 나다움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재치 있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귀여운 사람’이다. 약간 애매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분명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삶은 나다움을 발전시켜서 나답게 멋지게 살아가는 거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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