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by 작은영웅

10킬로 마라톤 대회에 등록했다. 올해 이루어야 할 목표 다섯 가지 중 하나이기도 하고, 직장 내에 마라톤 붐이 일어서이기도 한다. 여름 워크숍에서 글쓰기 활동을 하는 중에 나는 달리기에 관한 글을 썼고, 그 글이 인상 깊었던 몇몇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라톤 대회 등록을 해야 한다고 제안을 했고, 다들 11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단 A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사춘기 아들이 염장을 지를 때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밖으로 나가 뛰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뛰어도 힘들지가 않다고 했다. 매일매일 킬로 수가 늘어나서 10킬로도 가볍게 뛰게 되었다. 아들이 열받게 하는 횟수가 늘수록 달리기 실력이 늘어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었지만 매일 동네를 뛰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다음은 B. 처음부터 가장 흥분하고 설레발쳤던 인물이다. 이 사람은 이틀 동안 헬스장에서 3킬로를 뛰고 발목이 나갔단다. 과거에 다친 곳이라 그런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해서가 아닌가 싶다. 신발, 운동복, 무릎보호대, 이어폰, 고글 등 온갖 아이템 구입에 열을 올리더니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체중 감량이 먼저일 거 같다고 하면서 열심히 먹고 있다. 볼 빼마다 통통해지는 그녀가 마라톤을 하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 요원하다.


다음은 C. 그녀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뛰어나니며 자랐다고 한다. 항상 건강식만 골라 먹고 건강에 대한 상식도 풍부하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5킬로 정도는 거뜬하게 뛰면서 우리들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그러더니 계속해서 나를 자극한다. 내가 겨우 3킬로 뛸 때 6킬로를 뛰더니, 내가 5킬로일 때 8킬로, 내가 7킬로 뛴다고 얘기하면 자기는 10킬로를 거뜬하게 뛴다고 자랑한다. 한마디로 좀 재수가 없다. 그래도 어쩌랴, 그녀 때문에 내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걸. 그녀가 없었다면 난 아직도 5킬로 겨우 뛰면서 만족하고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D. 투덜이 스머프다. 매일 불평 불판이다. 내가 자기를 자극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자기는 이게 안된다, 저게 안된다 하면서 불만이다. 급기야는 10킬로를 5킬로로 바꾸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혹시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러면서도 10킬로에 도전하는 우리를 엄청 부러워한다. 그래서 그녀는 뛰면서도 불행하다.


이렇게 부산을 떠는 사람들 주위에 또 우리를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뛰는 걸 상상하기도 힘들고, 걷는 것도 부실해 보이는 내가 격일로 7킬로를 뛰고 있다고 말하면 상상이 안 된다고 하면서 자기들도 헬스장에서 조금씩 뛰어보는 듯하다. 나 같은 사람도 뛰는데 다들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면 은근 냉소적으로 반응하면서도 흥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은근하게 ‘슬로 조깅’에 관한 책을 권하기도 하고, 뛰었더니 배가 들어갔다는 얘기도 하면서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하면 솔깃해하는 듯하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우리들의 마라톤 대회에 관심이 있다. 대회 신청은 정말 잘한 일이다. 나에게 멈추지 않게 하는 자극이 된다. 만약 대회 등록을 안 했다면 나의 달리기도 그럭저럭 멈추었거나 그만두었을 것이다. 매사에 싫증을 잘 내는 내가 지금껏 지속하는 힘은 11월에 있는 대회 출전인 것이다. 게다가 많은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날씬한 몸을 만들어 가는 것도 더불어 해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은근히 나의 허리 사이즈를 훔쳐보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리고, 건강도 좋아지고, 몸매도 날씬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력도 끼치고. 나는 정말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격일로 7킬로를 뛰는데 뛰는 날은 뛰어서 즐겁고, 뛰지 않는 날은 쉴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같이 격려하면서 함께 뛰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10킬로 대회 이후에 나의 길이 어디로 뻗어갈지 모르지만 암튼 달리기가 대세인 이 시대에 달리는 사람이 되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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