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생각이 들때..

만이천원짜리 가격을 보고 수박 먹고 싶다는 4살짜리 딸아이를 외면하며

이 글은 2021년도 쓴 글입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끄럽지만 공개합니다.


2021년 글1.jpg






한창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남편에게 한달 생활비로 100만원 남짓 받았지만,

대출금을 갚고, 할부금을 갚고, 공과금을 내면 12만원이 남았던 시절이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내 친구는 생활비로 80만원 준다고 하던데, 당신은 좀 아껴서 써야할거 같아."


집 담보 대출은 남편이 필요하다는데 줬고, 월 10만원이 넘는 할부금이 나가는 암웨이 정수기는 남편 친구 부인이 판다고 사야한다고 해서 샀고, 할부금 내는 차량은 남편이 타고 다니고, 영업사원은 시계가 좋아야 된다고 해서 월 10만원이 넘는 시계는 남편 손목에 있는데... 난 더 아껴 써야헸다.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였지만, 한잔에 3-4천원하는 하는 커피 먹을 엄두가 안나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먹다가, 이것도 아까워 1스틱에 100원하는 맥심을 보온병에 타서 가지고 다녔다.


처음에 딸아이와 즐겨가던 체육공원 자판기 커피가 200원인걸 알게 된 나는, 그 공원에 가는 날이면 자판기 커피 한잔 먹는 것이 낙이 되었다. 딸아이와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유모차를 끌로 그 공원에 갔다.

그 공원은 귀뚜라미도 있고, 운동기구도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자판기커피가 200원이다.

몇달을 그렇게 다니다가 어느날 자판기 커피가 400원이 된 걸 보고, 그때부터 다시 보온병을 들고 다녔다.


하루는, 겨울에 여전히 공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계란이나 한판 살 요량으로...

그런데, 수박을 팔고있는 걸 본 딸아이가 수박을 가리키며 먹고 싶다고 했다.

순간, 겨울인데 수박이면 비쌀텐데... 걱정부터 앞섰지만, 일단 가격부터 보았다.

12,000원

겨울치고는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지갑을 보니, 16,000원이 있었다. 그런데 살 수 없었다.

다시 생활비를 받을 날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지금 12,000원짜리 수박을 사고 남은 5일을 4,000원으로 버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딸아이의 바람을 외면한 채 슈퍼를 나왔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주방에 움크리고 앉아 몰래 울었던 기억이 난다.



슬퍼하지 마라.

난 지금..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는 커리어우먼이 되었으니깐


단지, 예전의 나처럼 가난함과 서러움으로 오늘을 보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다.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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