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발렌타인>, The Bitter Sweet, and Love
인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어렵다. 그 속에서 우리는 대게 살아가고 때때로 사랑한다. 가끔은 운 좋게 관계 속에서 책임지는 법을 체득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블루 발렌타인>(2012)은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복귀작이다. 국내에서는 <스트리트 오브 레전드>(2003) 이후 9년 만의 작품이다.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고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 <Brother Tied>(1998) 이후 두 번째 장편 작품이다.
딘(라이언 고슬링)은 도배꾼이고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간호사다. 둘 사이에는 사랑스러운 딸 프랭키가 있다. 평범한 가족이다. 각자의 사정이 그 평범함에 균열을 낸다. 둘은 서로를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 화해하기 위해 꺼낸 말이 상대방에게는 시비가 되고, 부부관계를 위해 찾은 모텔에서 섹스를 하다가 싸운다. 중요한 건 이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서로에 대한 크고 작은 오해가 다툼을 키웠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배려와 이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둘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둘은 지쳐 간다.
-데릭 시엔프랜스의 분노-
유년 시절의 데릭 시엔프랜스는 언제나 불안했다. 그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언제 부모님이 이혼을 할지, 이혼을 하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했다. 그가 20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데릭 시앤프랜스는 이에 분노했다. 유년 시절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불안감에 대한 분노이자 부모님의 이혼에 대한 분노였다.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다. 그 수단은 영화였다. 그는 형제애가 사라진다는 내용의 <Brother Tied>를 제작했다.
어쩌면 자신의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을 그의 두 번째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각본은 무려 12년이 걸려 탄생했다. 조이 커티스를 비롯한 수많은 이혼 가정 출신의 공동 작가들과 대화하고 논의했다. 결혼과 이혼의 정석과도 같은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주연 배우 터스틴 호프만도 공동작가로 참여했다.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자신의 가치관과 과거를 이해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배우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미셸 윌리엄스와 7년을, 라이언 고슬링과 5년을 논의했다. 두 배우 모두 이혼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이 두 배우가 연기가 아닌 진짜 부모로서의 비통함과 사랑을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얻었다. 마침내 Super 16mm 카메라와 Red One 카메라를 통해 촬영에 돌입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동시에 영화의 정수-
다시 영화로 돌아오자. <블루 발렌타인>은 딘과 신디가 서로를 만나기까지의 낭만적인 스릴과 딱딱하게 식은 현재의 모습을 교차한다. 그 사이의 아주 짧은 장면을 나는 너무나도 사랑한다.
딘과 신디가 모텔에서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신디가 묻는다. "뭐 하고 싶어? 당신 재주 많잖아" 딘이 대답한다. "난 누구 아빠 될 생각 없었어. 내 꿈이 아니었지.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걸 하고 있더라고. 그거면 됐어. 다른 건 바라지 않아.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그래서 일도 하는 거고"
30초가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장면이, 이 영화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사실 딘은 딸 프랭키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디와 프랭키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신디 역시 그런 자신을 받아들여준 딘을 위해 서로의 관계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다. 빌런도 찾아볼 수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책임이라는 단어보다 무거운 단어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한 필요조건은 사랑일까, 헌신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관계의 지속성에 비례하는 시간일까.
당신이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면 <블루 발렌타인>은 기피해야 할 영화다. 하지만 당신이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책임감의 무게와 그것이 가지는 치사함, 어려움을 뼈가 시리게 알고 있다면 당연 강권할 만한 영화다. 영화와 비슷한 체험을 할 것이 두려워 자신에게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이 글은 2019년 3월 1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제 글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출처 :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18174
**앞으로 다섯 꼭지의 글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일간 이준한] ->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해 작성하거나 영화에 대한 리뷰를 업로드합니다. 주 5일 업로드 예정입니다.
[주간 이준한] -> 한국영화의 1950,1960,1970년대 상황에 대해 다룹니다. 동시에 2020년 이후의 할리우드를 휩쓴 PC주의에 대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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