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랑을 하게 되면, 다양한 호르몬이 나오게 된다. 도파민, 페닐에티아민, 옥시토신, 엔돌핀 등의 다양한 물질이 관여하여 설레게, 흥분하게, 열정적이게, 좋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사랑하는 이와 교류하며 우린 위와 같은 호르몬에 중독이 되어버린다. 그저 평범했던 일상이, 호르몬이 관여함으로 특별하고 유별나지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이 때로는 권태롭고 각성한 것처럼 덤덤해지는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고 한다.
각자 권태로워지는 시기는 다르지만, 그 시기가 올 때는 더 이상 상대의 문자 하나에 설레어하지도 않고, 매일 보고 싶던 얼굴이 흐릿해지기도 한다. 더 이상 상대의 하루가 궁금하지도 않고, 상대의 빈자리가 나의 하루의 기분에 관여하지도 않는다. 반복되는 안정감에 소중함이 무뎌지는 순간이 안타깝게도 존재한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안정감을 주던 상대가, 혹은 많은 호르몬에 중독될 만큼 큰 설렘을 주던 상대가, 무뎌진 나를 떠나버리게 된다면 그때는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저 권태로움으로 여겼던 것들은, 안정에서 오는 자유롭고 편안함의 단조로움이었고, 나의 안정은 상대가 주는 꾸준한 사랑이 있었기에 유지할 수 있었단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 깨닫는 시기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깨달을 때 오는 어마어마한 후회라는 감정은, 상대를 상실하여 오는 불안정한 기분을 뛰어넘어 자책과 혼자라는 불안함에 스스로를 두렵게 만든다.
이러한 것을 경험한 뒤로, 나는 매 순간 상대에게 최선을 다한다. 상대가 나를 채워주지 못할지언정, 나는 외로움을 삼키고 이해라는 연습을 하고, 꾸준한 사랑으로 상대의 안전기지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알아주는 이의 작은 마음에 감동을 받고 희망을 얻으며 나는 꾸준히 사랑을 한다.
다만, 그러다가도.
나를 채워주는 이에 대한 갈망과 갈급함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아 생각이 많은 밤의 주된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저 사랑을 쏟음에 만족을 하는 나지만, 나를 채워주는 이의 부재함은 불현듯 나를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사랑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그러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