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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Aug 20. 2023

얼마나 심심하면 브런치에 글을 쓰니?

난 내가 좀 더 심심했으면 좋겠어.

 브런치 글을 쓰자고 결심하고 이제부터 브런치 글을 연재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했는데. 어느 날은 어떤 한 친구에게서 이런 말이 도착했다.

“와 꿀을 빨 수 있는 만큼 빨고 심심하니까 이제 이런 것도 하네 ” 평소에도 이런 종류의 장난을 서로 주고받아온 친구라서 크게 충격 먹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잘 때까지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심심해서 이 브런치를 시작했는가? 그런 질문은 자연스레, 나는 심심하기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져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번이고 생각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는 나름대로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방안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일단 모든 심심함이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심심함은, 유튜브와 인스타 릴스를 통해 간신히 해소되고는 한다. 책을 집어드는 것이라던가 글을 쓰기 위해서 키보드와 패드를 들고 독서실에 향하는 일로. 해소하기에는 심심함은 너무 가볍고 즉흥적인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깊은 심심함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 나는 아침에 인스타를 확인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의 행위를 지양하려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이라는 동물은 정말이지 쉬운 길만을 선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유튜브나 인스타가 제공하는 도파민으로 절여진 스스로는 더 이상 글쓰기나 책 읽기 등의 창의적인 활동이 주는 적은 도파민으로는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침 일찍 독서라던가 산책이라던가 혼자 차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노력한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그저 도파민 사냥꾼이 되어서 하루를 충동적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 핑계로  아침운동을 끝내고 씻고, 간단히 밥을 먹고서는 그냥 방에 누워버렸다. 그러고서는 아직은 덜 읽힌 이슬아 작가님의 월간 에세이를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쓰고 싶어 진다. 마치 먹으면 반드시 그것을 배설해 내야 하는 우리의 몸뚱이 같이. 읽어낸 만큼 쏟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 가장 좋은 시간을 물어본다면, 아침에 빈둥대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 스스로 심심해지려 하는 그 오후 어느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내 방을 청소한다. 방의 상태는 누군가의 마음 상태라고 했던가? 깨끗한 방이 주는 평온함이 더 많은 생각을 지면에 펼치도록 도와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로  달리기가 혼자 하는 일이라는 점을 뽑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오직 하나의 의지만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글쓰기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꼭 혼자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달리기와 닮아 있다. 누군가의 비위에 맞추지도,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는 행위도 아니다.(적어도 그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기 전에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와 시간을 보내는가.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거의 모든 일상이 되어버린 군인에게도 혼자 보내는 시간은 그 이외에는 많지 않다. 심지어 운동을 하는 시간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참견을 이겨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은 유튜브와 인스타를 값싼 흥밋거리로 평가 절하하고, 글쓰기와 책 읽기 등의 행위를 고상한 행위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나는 나에게 디엠을 보낸 그 아이에게 나의 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었을 뿐이다. 세훈아(가명) 내가 얼마나 이 심심함을 느끼려고 노력하는지 알고 있니?

글 쓸 정도로 심심하려면  5시간 정도는 노력해야 하는 나를 너는 알고 있을까? 알고 있어도 너는 날 이해할 수는 있을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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