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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Oct 03. 2023

젊은 죽음들

여하사는 목매단 병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날에는, 길고 따분한 당직을 버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당직 사관이었던 한 여하사는 나에게 이 건물에담긴 여러 괴담들을 들려주었다. 이 건물에 살던 한 병사는 어느 날  우울감을 이기지 못해 목을 매달고 죽었다. 그런 탓에 화장실에는 그의 몸무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채 방치된 천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배수로를 흐르는 물소리는 묘하게 병사의 발자국 소리를 닮아 그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종류의 괴담을 잘 믿지 않지만 왠지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그녀가 이야기했던 화장실과 배수관을 비추는 cctv를 괜하게 쳐다보았다.

목을 매다는 고통보다 더 했을 그의 살아생전의 고통에 대해 무심히 생각하다가, 나는 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뒤지다 발견했던 또 하나의 젊은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당신은 있는 그대로 괜찮다‘며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누군가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는 작가였다. 성인이 되었다는 막막함과 그에서 오는 우울감에 그는 우연히 글을 꾸준히 기록하고 업로드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인기가 있었고 결국 책을 출판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한 작은 출판사의 대표가 되었다.

글로 먹고사는 일들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우연히 들어다 본 예전 글쓰기 부계정에 팔로우 되어 있던 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들어가 본 그의 피드는 2022년 10월에 그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그래서 난 처음에 그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성공한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그도 결국 꾸준함을 잊고 더 돈이 되는 일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심을 잔뜩 가지고 그의 피드에 댓글들을 확인해보는데 나는 너무 의외의 글들을 발견했다.

그 피드 댓글에는 그를 보고 싶어하는 지인의 말이 담겨있었다. 또,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그를 보고 싶다는 타인들의 추모가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다. 정작 그는 없는 것이고 , 팔로우 수가 4,5만에 이르는 그의 껍데기만 남았다. 나는 자꾸 그 숫자가, 그리고 2022년 10월에 멈춰있는 그의 피드가 눈에 밟혔다.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그의 인스타를 염탐하는데, 그의 두달 전 피드에는 그의 일기가 적혀있었다. 그 일기에는 그가 며칠 전 죽을 위기를 겪었으나 지금은 잘 극복중이라는 말이 담겼다. 그러니 독자들도 희망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보자는 글이었다. 죽음을 왔다 갔다 하는 심연속에서도 그는 글 생각 뿐이었다. 그의 죽을 위기는 글감으로 쓰여지고 있었다. 그가 평소에 쓰는 에세이에는 사랑과 행복과 용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그의 모든 글에는 죽음이라던가 우울 등의 단어가 자리 잡기에는 어색했던 것이다.  

그 심연 속에서 그는  남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다 질식 했던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너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냐고 되묻는다. 그를 생각하면서
난 죽고 싶을 때는 독자에게 충분히 징징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또 그를 생각하면서 나는 독자보다는 나를 더 생각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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