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자까 Jun 14. 2024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며 든 생각

그것만큼이나 벅차고 설레는 경험


혼자가는 여행을 다짐하게 된건, 사실 ‘고독한 여행을 떠나야겠다던가’ ‘삶에 대한 많은 성찰을 하겠다던가’와 같은 고상한 목적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여행 갈만한 친한 친구가 없었을 뿐더러, 있더라도 학기 중에 시간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난 혼자 떠나기로 했다. 해외여행이라고는 겨우 8,9 살 별 생각없이 부모님을 따라갔던 일본과 필리핀이 겨우인 내게 는 모든 것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혼자 비행 탑승권을 구매하다가 ‘위탁 수하물’이 뭔지 몰라서 환불 불가능한 표를 3개 구매했다가 백지 따위가 되버리기도 했다. 계획을 세워보기도 여러 유튜브 브이로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지만 모든 걸 하나하나 준비 할 생각을 하고, 또 혼자 여행을 가 외로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어 포기할까 몇번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군대에서 배운 몇 안되는 교훈 중 하나는, 어떠한 배움 중 가장 소중하고 명확한 방법은 ‘직접 경험하는 것’ 이라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몇번이고 이어질 혼자 여행 혹은 누군가와의 여행을 위해 나는 떠났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이어지자, 자연스레 환불도 안되는 비행기를 끊었다. 환불 안되는 숙소도 예약했다. 그 결단이, 나를 이 글을 쓰고 있는 비행기를 타게 이르렀던 것이다.


광주에 살기 때문에 난 , 인천을 통해 일본을 가야하는 처지였다. 그런 탓에 하루 전 서울에 사는 고모집에 들러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버스 시간이 늦어져 10시가 넘는 시간에 도착했지만, 고모는 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날 반기며 고모는 ‘등갈비 김치찌개’를 나에게 건네며 전역이 언제냐고 물었다. 거의 다 했다며 어색하게 웃는 내게 고모는 축하한다고 말했다. 아침 비행기는 1시였지만, 미리 출발해야했기에 난 아침 일찍 집을 떠나겠다고 말해놓고 잠이 들었다. 고모와 가는 길이 같았기에 길을 같이 걸었고, 고모는 내가 지하철을 타는 그 순간까지 나와 함께했다. 그녀가 내게 손을 흔들 때 문득 난 할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할머니와 똑 같이 생긴 할머니의 딸. 우리 할머니도 언제나 나와 함께하고 싶어했다. 그의 딸은 나를 또 한번 울컥하게 했다.


난 그 길로 공항으로 출발했고, 생각보다 순조로운 수속과 보안 검색대 통과가 이어졌지만 너무 여유를 부린 탓일까? 실제 탑승 15분전에 탑승하지 못할까 와다다 달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비행기에 올랐지만  비행기는 ‘인천 공항 내 혼잡’을 예상으로 하여 1시간 정도 지연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비행기는 땅에서 하늘로 향한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이와 같은 기분을 느껴보았다. 아니면 섹스하기 전에 느끼는 기분좋은 떨림, 기다림. 그러니 이걸 이상야릇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무의미한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느끼는 좌절감들. 군대 전역을 2달 앞둔 말년 병장의 기분.

그런 시간들 속에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희망은 내게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과 기대를 주었다. 며칠 전 나는 글을 쓰며, 진정한 행복은 여행의 기다림같은 설렘이라고 썼던가. 그건 내가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라고 그 글을 쓴 나를 타일러본다. 내가 보게 될 새로운 것들에 내 소중한 휴가들을 걸어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