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친구는 서울에 근거를 둔 팀을 응원합니다. 82년 프로야구가 생기던 해부터 응원한답니다.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 소원인 팀 중의 하나죠. 팬들은 쌀쌀한 가을밤에 유광 점퍼를 입어 볼 날을 학수고대합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친구도 유광 점퍼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 있습니다. 가을야구를 한다면 바로 주문 버튼을 누를 겁니다.
그런 친구가 오랜만에 경기장에 간 날, 팀은 졌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채 가시지 않은 친구의 얼굴에 대고 물었습니다.
"어째서 그토록 일편단심이냐? 다른 팀도 많은데... 가을에도 야구 보고 싶다며..."
"응, 첫정이라... 마누라 밉다고 바꾸냐?"
사랑한다는 것은 순간의 짜릿한 감정이 아니라, 묵묵히 지켜보고 지켜주는 "의리"입니다. 조만간 생각이 정리되면 사랑에 대해 다시 써 볼 생각입니다만, 잊기 전에 몇 자 적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도 요즘 말이 아닙니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희망적입니다.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어느 날엔가는 힘을 얻어서 저 창공으로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랍니다. 그랜드캐년의 독수리는 새벽의 상승기류를 만나면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빙글빙글 돌며 유유히 계곡 위로 높이 높이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아래는 같은 매거진, "뜰 앞에서"의 이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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