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제가 잘 아는 두 분의 아버님들께서 돌아가셔서 각각 문상(問喪)을 다녀왔습니다. 두 분의 고인 모두 가톨릭 신자이셨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선종(善終)하셨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선생 복종’(善生福終)의 준말입니다.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생을 끝마침을 뜻하죠. 라틴어인 mors bona, mors sancta의 번역입니다. 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해석하면, '임종 때 병자성사를 받아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을 뜻합니다.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생을 마치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다 다르지만, 굳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만큼 간단하면서 명쾌하게 답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분은 연세가 아주 많지는 않으셨지만 최근까지 건강하게 사셨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임종을 하셨는데,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들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신 후에, 아들의 손을 잡고 "나 이제 간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시더니 잠시 후에 영면하셨답니다.
다른 한 분은 연세가 꽤 많으시고 마지막에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몇 달 계셨습니다. 가족들이 정성으로 모시고 쉼 없이 기도를 드렸습니다. 장례가 지난 후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O일 오후에 선종하셨습니다. 돌아가시던 날, OOO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아버지 병실에 오셔서 "아버님, 평안하게 가세요." 하며 기도해 주셨는데, 1시간도 안 돼서 정말 평안하게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가장 은총이 충만하다는 자비의 희년(禧年)의 부활 시기 도중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 사이에, 그리고 성모성월에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무한한 하느님의 자비를 느낍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하느님, 찬미합니다!
바쁜데도 조문 와 줘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슬프지 않은 유가족이 어디 있으며, 고인이 그립지 않은 죽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곳의 상가(喪家)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감내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 중에서도, 차분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새삼 '선생 복종’(善生福終)의 의미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우리가 살아갈 날들 가운데 가장 젊은 날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선생 복종’(善生福終)을 위해 차분한 발걸음을 내디디겠습니다.
아래는 같은 매거진, "뜰 앞에서"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