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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May 18. 2016

주름을 지우지 마라

행복하게 나이 들기

    피부가 밝고 곱고 잡티가 없기를 희망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공통일 겁니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씩 생기는 주름에 민감하죠. 화장품 브랜드마다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넘쳐 나고, 피부에 좋다는 약과 영양제와 팩들도 수를 헤아리기 어렵고,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는 온갖 주사약과 시술과 수술들이 성행합니다. 모두들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피부가 조금이라도 더 탱탱하고 촉촉해 보이기를 원합니다.


    얼마 전에 보도된 아래 링크의 기사는 크림처럼 바르면 주름진 피부가 탱탱하게 변하는 인공 막이 개발되었다고 전합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피부 위에 한 꺼풀씩 덮어쓰고 나오겠죠? 그러면 아마 모두들 비슷한 피부가 되겠죠?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SNS/r.aspx?c=AKR20160509150200017%26sns=urlcopy


    멀지 않은 미래에 과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그때 발명된 인공 막은 단순히 주름진 피부를 탱탱하게 펴주는 것이 아니라, 두개골 위에 층층이 쌓인 살과 근육과 피부를 당기고 밀어서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도 송혜교 같은 얼굴을 만들어 줄 겁니다. 그런 제품이 상용화되는 날에는 수백만 명의 송혜교와 수십만 명의 송중기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지구 상에 칠십억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도 어느 한 목숨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다르게 생긴만큼 각각 다른, 그리고 소중한 인격을 지닌 까닭입니다. 그 인격들은 태어나는 순간에 형성되어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것이 아니라, 세월을 두고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동안의 노력에 따라서, 변화하며 완성되어져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월의 흔적들은, 그 노력의 결과들은, 그 인격들은 바로 얼굴에 드러나게 됩니다. "큰 바위 얼굴"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알려 주듯이! 바로 이것이 우리가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얼굴이 어려 보이기를 원하거나 주름을 없애기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나이 들어 늙어 가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회가 노년의 경륜과 지혜를 존경하고 존중하기 않기 때문에, 이제 그 사회의 젊은이들도 자연스레 노년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노인의 느린 동작에는 하느님이 창조사업을 모두 마치고 나서 쉬신 안식의 평온함이 서려 있다. 쉼이 있기에 있기에 노년은 창조적이다. 노인의 잔잔한 숨결에서 나는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젊은이가 때대로 파괴적인 것은 쉼이 없기 때문이다. 쉬기 위해, 창조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노년의 단계에 이르면 말이 어눌해지고 동작은 느릿하고 행동은 어수룩해지지만 거기에는 젊었을 때 서두르느라 놓쳐버린 것들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묻어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해 여유가 없는 사람은 자신을 비우지 못해 천박하지만, 자신을 비움으로써 여유를 찾은 노인은 인생의 새로운 맛을 세상에 풍긴다. 노인은 그 연륜만으로도 인류의 스승이다. 그들의 희생과 인내와 느림은 인생을 진솔하게 즐기기 위해 인류가 배워야 할 덕목이며, 노년에야 이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이 경지에 들어서는 데 평생의 시간이 걸림을 암시한다.
    "주름을 지우지 마라", 이제민. p. 38~39

    굳이 주름을 감추거나 피부를 필요 이상으로 곱게 가꾸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지"에 이르는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면!


    참, 오늘도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습제를 많이 바르셨나요?

    그런데, 세상 누구라도 부러워하는 아기들의 생생한 피부는 절대로 "촉촉"하지 않습니다.

    잘 아시죠? 아기들의 피부가 물기로 촉촉하면 부드러운 면수건으로 잘 눌러 닦은 후에 보송보송하라고 파우더까지 뿌리는 거?




아래는 같은 매거진, "뜰 앞에서"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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