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와 가물치 교훈의 진실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주말엔 어버이날을 맞습니다.
요즈음 '연어와 가물치의 교훈'이라는 이야기가 SNS상에서 자주 눈에 뜨입니다. 진실이라면 감동적이며 교훈적이겠습니다만, 안타깝지만 연어 이야기는 절대 진실이 아니며, 가물치 이야기도 진실이 아닐 것으로 여겨집니다. 인간 세상에는 가끔 목숨마저도 내어주는 부모를 배신하는 자식도 있고, 자식을 등쳐먹는 부모도 있습니다만, 자연 그대로의 동물의 세계에는 그런 경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검은과부거미나 붉은등거미처럼 교미 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거나 수컷이 스스로 암컷의 먹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는 어미와 새끼 사이가 아니라, 암수간의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물고기는 깊은 바다에서 사는 연어(salmon)입니다. 어미 연어는 알을 낳은 후 지키고 앉아 있게 되는데, 이는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먹게 내버려 둡니다. 새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게 되어가며, 소리 없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모성애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어를 모성애의 물고기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가물치입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물고기는 알을 낳은 후, 바로 실명을 하여 먹이를 찾을 수 없어 그저 배고픔을 참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천부적으로 이를 깨닫고는 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 시간이 지나 어미가 눈을 뜰 때쯤이면 남은 새끼의 양은 십 분의 일 조차도 안된다고 하며, 대부분은 자신의 어린 생명을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합니다.
이 물고기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살아가면서 우린 모두 이 두 가지 역할을 다하게 되죠. 잘 하고 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이 물고기들보다 잘하고 있는지 반성이 되는군요. 특히 연어 같은 모성애는 있으면서, 가물치 같은 효심은 가지고 있지 못한 자식이 아닌가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하는 만큼, 자식에게 돌려받는다고 하던가요. 오늘은 부모님에게 좀 더 나은 자식, 자식들에게 좀 더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 보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연어는 잘 아시다시피 대표적인 회귀성(回歸性) 어류로 바다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태어난 강의 상류로 돌아와 번식을 합니다. 번식을 준비하는 연어들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한동안 머물며 생체내의 생리 과정의 변화를 통하여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을 떠나 민물에 적응하는 시기를 보냅니다. 또한 체내에 영양분을 충분히 축적하여 강물에 올라서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가 점점 작아지면서 더 많은 알과 정액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체내에 확보합니다. 이제 연어들은 떼를 지어 강물을 세차게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센 물살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보와 댐 등의 장애물마저 넘어서 강의 상류로 향합니다. 대개 상류에 먼저 도착하는 수컷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동안 발달한 갈고리 턱을 사용하여 영역싸움을 해서 자신이 차지한 암컷이 산란할 장소를 마련합니다. 준비가 된 암컷이 산란을 하면 동시에 옆에서 수컷이 정액을 배출해서 수정이 이루어지게 되죠.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세찬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산란을 마친 연어들은 지쳐서 곧 죽게 됩니다. 암컷들의 경우 1~2 주 정도를 버티면서 산란장소를 지키기도 합니다만 결국에는 다 죽어 떠내려 가거나, 죽기 전에 곰들의 먹이가 되곤 합니다. 연어 알은 대략 60일 이상이 지나서 부화하는데, 이때 알에서 깨어나는 연어의 치어를 "연어 사리"라고 부릅니다. 연어 사리는 알의 일부인 난황을 목구멍 옆에 달고 나와 대략 한 달 동안의 먹이로 대신합니다. 자갈 틈에서 살아남은 연어 사리들은 난황을 다 섭취한 후에는 중류로 내려가 작은 벌레와 플랑크톤 등을 먹으며 강물에서 일 년 가까이 성장한 후에 강물을 따라 내려가 바다로 나가 살다가, 번식을 위에 다시 태어난 강의 상류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한 번의 산란으로 생을 마감하는 연어들은 우리나라에 올라오는 연어들을 포함한, 연어속(属)(Oncorhynchus)에 속한 태평양 연어들입니다. 반면, 송어속(Salmo)에 속하는 대서양 연어들은 여러 해에 걸쳐서 산란을 한 후에 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제 이해하신 바와 같이, 연어 사리는 어미 연어들이 죽고 난 후에 몇 주가 지나야 부화됩니다. 또한 부화한 후에 대략 4~5주 동안은 난황을 먹이로 살아가므로 일체의 다른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난황을 다 먹은 연어 사리는 조그만 벌레와 플랑크톤을 주로 먹기 때문에 이미 죽어 떠내려간 어미의 살점을 뜯어먹을 일은 없습니다.
아래 링크는 연어의 번식 과정에 대해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http://www.marinebio.net/marinescience/05nekton/sarepro.htm
어미의 죽는 시점이 문제가 되는 연어와 달리, 가물치의 경우는 어미가 산란한 후에 앞을 못 보게 되는가를 확인해야 하는데, 저는 그런 정보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미국 내부무(Department of Interior) 산하 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의 자료에는 가물치의 산란과 치어의 생육과정을 자세히 관찰한 연구가 소개되어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효자 물고기" 이야기의 근거가 될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 어미가 산란 후 알을 보호하고, 부화된 치어들을 잘 보호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Reproductive habits: Soin (1960) provided a detailed, illustrated report on spawning and development of the northern snakehead from within its native range. His study was based on observations made at a fish farm adjacent to the Songhua Jiang (Sungari River), northeastern China, in July 1958. He found fertilized eggs, about 1 day old, within an open nest (=cleared of vegetation) about 1 m in diameter and 60-80 cm deep. The eggs were guarded by two adults. Eggs were described as buoyant due to presence of a large lipid droplet that was more than three-quarters the diameter of the egg. Each egg had a diameter of 1.8-1.85 mm and the yolk was bright yellow. At 1 day of age, the length of an embryo removed from a fertilized egg was 3.2 mm. Hatching occurred 12 hours later at temperatures of 23-25 oC, about 2 days after spawning, and each larva was about 4.5 mm long. Respiration was through the caudal vein, the subintestinal vein that covers much of the yolk sac, and the enlarged ducts of Cuvier. Pectoral fins appeared about 1 day after hatching and larvae were about 5.7 mm long. Yolk was noticeably resorbed, ducts of Cuvier were reduced in size, and respiration was primarily through the subintestinal and hepatic veins that covered about two-thirds of the yolk sac surface. An oral aperture was present and an operculum covered the developing gills. A length of 7.1 mm was reached at 2 days following hatching and most of the yolk was resorbed. Nevertheless, the large lipid droplet was still present and caused what remained of the yolk sac to protrude laterally, producing a pair of cystiform structures. Melanophores had become well developed in the skin, giving the larvae a very dark color. By 3 days old, very little yolk remained, external blood vessels became markedly reduced, respiration by gills had begun, and the cystiform outpocketings remained visible on top of what remained of the yolk sac. Pectoral fins, used in locomotion, had enlarged, and the larvae, at 7.3 mm in length, had begun to feed. Larvae remained near the nest surface, grouped together, guarded by adults. About 2 weeks after hatching, larvae were approaching 11 mm in length, the yolk sac and cystiform processes had disappeared, fin rays were visible in the pectorals, coloration was black, and the epibranchial cavities that will later be used for aerial respiration had begun to develop. A length of 2 cm was reached by the fourth week after hatching, pelvic fins were developing, epibranchial breathing cavities had become functional, and body color had changed from black to brown. Larvae of this size had lost their aggregative behavior and moved to slightly deeper water. Scales did not develop until the early juveniles had reached a length of 4-4.5 cm, when the mottled pattern of dark blotches characteristic of the species had appeared.
전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fl.biology.usgs.gov/Snakehead_circ_1251/html/channa_argus.html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물치의 치어들은 부화 후 10일 정도 지나면 가물치 본래의 체형을 갖추면서 다른 물고기의 치어를 먹이로 먹기 시작한답니다. 이때부터 가물치는 집단생활을 끝내고 단독으로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다른 가물치 치어들을 잡아 먹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가물치 양어장에서는 이 시기에 치어들을 크기별로 다른 수조에 분류해야 한답니다. 아마도 자연상태에서는 꽤많은 치어들이 조금 더 큰 치어들에게 희생될 가능성이 많겠죠? "효자 물고기" 대신에 "비정한 형제애"가 주제가 되어야 할 듯합니다.
아래 링크 또한 가물치의 생태와 번식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http://www.cabi.org/isc/datasheet/89026
연어와 가물치가 각각 "모성애"와 "효성"이 지극한 물고기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을 따져 보자고 자료를 찾고 이 글을 쓴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얼마나 도리를 잘 하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기에, 다른 집 훌륭한 자손들의 이야기를 회자하며 본받기는커녕, 겨우 두 종류의 물고기 이야기에 빗대어 인간성 회복을 외쳐야 하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씁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 물고기 이야기들 끝에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밑줄까지 친 글에 다시 한 번 눈이 갑니다. 저는 잘 하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이 물고기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살아가면서 우린 모두 이두가지 역할을 다하게 되죠. 잘 하고 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이 물고기들보다 잘하고 있는지 반성이 되는군요. 특히 연어 같은 모성애는 있으면서, 가물치 같은 효심은 가지고 있지 못한 자식이 아닌가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하는 만큼, 자식에게 돌려받는다고 하던가요. 오늘은 부모님에게 좀 더 나은 자식, 자식들에게 좀 더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 보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표지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