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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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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May 16. 2016

눈물

禁酒 Day 30

20160515


    술을 마시면 감정의 기복에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많지요. 그래서 술을 안 마시면 조금 무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더 민감해지는 듯합니다. 쉽게 흥분하거나 가라앉지 않지만, 제 뇌와 심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강하게 느낍니다. 아마도 술기운에 들뜨지 않고, 취해서 정신을 놓지도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더 충실하게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주말 동안 오랜 시간을 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내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그 많던 생각들이 천천히 정리되고, 한두 가지의 생각 속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제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마치 어린 시절의 사진들을 붙여 놓은 빛바랜 앨범을 꺼내 보듯이 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면, 흑백 사진들의 기억이 컬러 사진처럼 살아나듯이, 제 내면의 소리를 스테레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순간에 진정으로 반성하고 통회하고 씻어 내리게 됩니다.


    다음 주부터는 미사에 갈 때, 꼭 손수건을 챙겨 가야겠습니다.



    표지 사진은 뉴질랜드, 퀸즈타운 바로 옆 마을인 애로우 타운의 거리에서 만난 의자입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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