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성 Aug 20. 2021

스타벅스 입점하면 집값이 오를까?



부동산 시장에 신조어로 'ㅇ세권'이라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 주변 시설에 따라서 입지라는 것이 달라지고 집값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ㅇ세권'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역세권은 지하철역이 대략 500m 이내에 있는 경우다. 보통 걸어서 10분에서 15분 내로 지하철역이 있다면 그 반경 내 아파트는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학교와 학원 등이 가까이 있으면 '학세권'이라 하고 공원이 있는 '공세권', 숲 등 녹지가 가까이 있으면 '숲세권'이라 한다. 전망이 뛰어난 '뷰세권'도 있고 대형병원 접근성이 좋은 '병세권'도 있다.



또한 슬리퍼 차림으로 쇼핑몰, 편의점, 극장, 도서관, 카페 등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는 곳은 '슬세권'이라고 한다. 카페 중에서도 스타벅스 카페가 가까이 있으면 '스세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스타벅스 브랜드 자체가 건물 가치를 높일 정도로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대점을 국내 1호점으로 오픈했다. 한국은 시장 규모와 매장 수에서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은 스타벅스 5위 국가이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미국의 스타벅스 매출은 12% 감소했지만 한국에서는 매출이 약 2조 원으로 2019년에 비해 3%가 늘어났다. 



한국은 커피 시장 규모가 11조 원에 달하고 특히 스타벅스에 열광한다. 2018년 이후 여름마다 출시하는 한정판 상품은 매년 품절되고 있다.



신세계는 스타벅스 지분 50%를 갖고 있는데 2021년 들어서 전체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은 스타벅스를 특별하게 인식하고 있다.



2021년에는 이런 스타벅스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 산업 통상 자원 중소 벤처기업 위원회가 '지역 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의결했다. 이 법은 지역 상인과 임대인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스타벅스 직영 매장을 낼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즉 소상공인의 '상권 내몰림'을 막으려는 취지라고 한다. 그 정도로 스타벅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스세권, 스타벅스가 주거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1.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부동산에서 바라보는 입지 중 상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가 무엇일까? 바로 의식주다. 



집과 더불어 옷과 음식은 사람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옷과 음식을 사는 집 근처에서 편하게 구할 수 있다면 정말 편리하다. 따라서 옷과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상권은 아파트 근처에 생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근처에 있다면 그 단지는 살기 좋은 곳으로 불린다. 서울대학교에서 연구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입지특성에 관한 비교 연구:서울시 소재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논문을 살펴보자.



1930년 미쓰코시 백화점, 1931년 화신 백화점이 근대적 의미의 백화점으로 생겨난 이래, 우리나라의 백화점은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에는 롯데, 미도파, 신세계 백화점이 주축이 됐다.



그러다가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이 개점하고 19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으로 인해 까르푸, 월마트, 코스트코와 같은 외국계 대형마트들이 국내로 유입됐다. 



처음 대형마트는 주변 재래시장의 상권 감소로 인한 비판이 컸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급격한 성장은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의 상품 공급의 공간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97년 말 경제 위기로 인한 소비 감소로 백화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감소했다. 이에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는 대형마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그 결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대한 입지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와 묶어서 분석한 결과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곳 모두 도심형, 고밀주거형, 제조·도소매업형, 저층주거형, 교통형 순으로 중요한 요인 5가지로 나타났다.



둘째, 대부분의 지역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함께 두고 입지 특성을 논해야 하며 각 업태별로 정확히 분리되어 나타나는 지역은 일부이다. 물론 외곽지역의 경우 대형마트의 수가 백화점의 수보다 많은 경우가 있다.



셋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입지 특성은 요인에 따라 통합 설명이 가능하다. 상위 20개 지점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도심형 입지인 제1요인은 1:1.5, 고밀 주거형 입지인 제2요인은 1:2.3, 제조 및 도소매업형 입지인 제3요인은 1:1.9, 저층 주거형 입지인 제4요인은 1:3, 교통형 입지인 제5요인은 1:0.7 이었다. 요인에 따라 비율의 차이가 나지만 전체적인 비율을 따져 보면 입지 특성을 묶어서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에서는 특정 지역에 대한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지역으로부터 창출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량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변수는 인구 수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이 논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을 정리해보면 상권은 인구수에 영향을 받으며 백화점, 대형마트의 입지 특성을 굳이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 




2. 상권의 노력



2020년 중앙방역대책 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후 사람 간 대면을 최소화하려는 '언택트'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향후 우리 삶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고 홈 트레이닝, 인테리어, 집에서 밥을 먹는 '홈밥'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2020년 1분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홈 트레이닝 용품의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내부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주력으로 하는 한샘은 매출액이 2020년 1분기에 4,934억 9,6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수치이다.



'홈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음식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가 2020년 1분기 수행한 배달 건수는 2,102만 9,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9% 증가했다. 



식재료를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마켓컬리와 쿠팡 등 온라인몰뿐만 아니라 배달음식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패션기업들도 일제히 온라인과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변신과 개혁을 했다. 이마트는 '매장=쇼핑장소'라는 인식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들르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 중이다. 스타필드와 같이 맛집과 놀거리를 함께 구성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일부 매장을 개조해 온라인 배송 기지처럼 쓰고 있다. 쿠팡의 '로켓 배송'보다 더 빠른 '번개 배송'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아직 일부의 얘기지만 온라인에 뒤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백화점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있다. 서울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1층에 슈퍼마켓을 들였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경쟁사인 이케아에 자리를 내줬다.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어떤 전략이든 쓰겠다는 것이다. 슈퍼마켓 중에서는 온라인보다 더 싼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승부하는 곳이 생겼다. 



오프라인 일부 매장이 시작한 명품 할인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 창고에 쌓인 명품을 롯데백화점이 가져와 싸게 팔았더니 평일에도 긴 줄이 생긴 것이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오프라인 상권의 입지가 위태롭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3. 서울의 백화점과 스타벅스 상권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2020년 12월 '소상공인 시장 진흥 공단 상가 정보'를 살펴보자. 자료에 의하면 2020년 12월 기준 서울의 스타벅스는 512개다.



강남구 87개, 중구 48개, 서초구 45개, 송파구 33개, 종로구 31개로 절반 이상의 매장이 5개 구에 위치하고 있다. 아래는 서울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위치한 지도이다.



서울 내 스타벅스 위치 (출처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일자리가 가장 많은 종로 및 중구, 강남, 여의도에 밀집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집값이 비싼 곳과도 연관되어 있다. 스타벅스가 좋은 입지 위주로 검토해서 입점한다는 것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어떨까? 아래는 가장 큰 세 백화점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위치를 스세권 위치에 겹쳐서 표기한 자료다.



서울 내 big3 백화점, 스타벅스 위치 (출처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백화점 역시 강남, 압구정, 중구, 잠실 등 좋은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 백화점과 스타벅스 모두 주요 상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 하나만을 보고 집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확실히 스세권은 주요 상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권의 흥망은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다.



단순히 상권의 흥망에 따라 부동산의 전망을 예측할 수는 없다.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인구수에 의한 수요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입점도 같이 챙겨 보는 것이 유용하다.


작가의 이전글 이미 오른 곳을 사도 될까? VS 덜 오른 곳을 살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