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곧바로 꿈에 도전했을까? 도전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합격이란 큰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합격 후 지금과 같은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끝도 없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단 하나! “아니다”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며,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수많은 가치와 신념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그 시간,그 사람들, 그 운동화, 그 허들, 그 달리기, 그 사낭. 그때 그 시간의 모든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떨어져 나를 똑같이 합격의 길로 인도했을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3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더 늦게 합격하였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 그리고 나는 절대 우연히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며,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뿐인 나. 현재의 나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약골이었고, 아내와 두 딸을 고통과 시련 속으로 몰아넣었던나, 가장 잊고싶었던 시간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바꾸어낸 지금의 나. 3년의 방황의 나날을 끝내고 꿈을 이룬 현재의 내가!
이것이 나이고,그게 바로 다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진짜 나인 것이다!
이 사실은 당신과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해 준다.나는 나다!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기에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다른 누구와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없다면, 언젠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며,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른 이의 삶의 조연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바라던 꿈인 경찰특공대에 입성했다.
34세라는 늦은 나이였지만, 이미 삶을 대하는 변화된 자세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했다. 새롭게 시작된 내 일상이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지기만 했는데, 그 기대와 기다림은 나혼자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이 많은 신임 요원,특전사 대위 출신의 후배라는 이슈는 이미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선배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뭐 시키기도 부담스럽다. 불편할 것 같다’ 등 아직 나라는 인간을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전부터 “특공대에 들어가면 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로 살아라"는 말이 신임들에게 널리 알려져 왔다. 이는 누구보다도 프라이드가 강한 특공대 선배들을 두고 하는 말이 었는데,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하며, 어떤 말을 들어도 흘려들으며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배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임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한다는 것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무모한 행동이며, 특히나 늙은 중고 신임인 나의 경우에는 더더욱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끔찍한 일임을 뜻하기도 했다.
오히려이러한 사실은 나에 대한 모든 관심과 우려들을바꿀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겸손하게 내 자신을 낮추며,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난 “YES맨” 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모든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선배들이 시키는 일이 있을 때면 어떠한 토도 달지 않고 바로 행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변화되어서 일까? 정말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시키는 것만 잘 해내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리더의 자리에서 임무 수행하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었다. 어떠한 일이 주어졌을 때 미리 앞서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워야 했으며, 머릿속에 워게임을 미리 그리고 혹시나 예상하지 못했던 우발 요소들을 찾아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생각해 내야 했고,무엇보다 팀이 하나 될 수 있도록 팀원 한 명, 한 명까지도 일일이 신경 써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냥 시키는 것만 완벽히 해내면 그만이다. 신경 써야 할 어떠한 책임도 내게 주어지지 않았고, 그저 내게 주어진 일들만 묵묵히 해내면 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이 가치와 신념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가치와 신념이 바로 나라는 존재를 탄생시킨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잃어버리면, 나라는 존재마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쉽고 평안한 일상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난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들의 인정을 한 몸에 받으며 평온한 일상이 내 삶을 지배하던 어느 날, 선배 한 명이 문득 내게 질문했다.
“광철아! 오늘 점심은 너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해봐~ 뭐 좋아하니?”
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질문에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항상 선배들이 하자는 데로, 시키는 데로만 따라왔기에, 선배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머릿속에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잃었다. 그동안 추구했던 수많은 가치와 신념들이 사라져 버렸고, 선배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그 선배들의 삶을 대신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은 없었고 다른 이의 삶만이 남아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 것만 잘해왔던 그 평안함이 나를 이리로 내몬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는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실히 느껴졌다.
그토록 소중한 나를 다시 찾아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그동안 멈춰있던 그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어떤 일을 시켰다면
‘만약 나였으면 이 방법보다는 저 방법을 선택했을 텐데. 나중에 난 저 방법으로 해봐야겠다. 하지만 지금 우선은 선배가 시키는 대로 해보자!’
방법은 동일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점차 나를 존재하게 했다.
나는 나이다. 물론 서서히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해야 함은 분명하지만, 지나친 배려로 결코 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내 자신이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내 인생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항상 긍정적이며 열정적인 나!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쉴 거면 쳐다보지도 않는 나! 결정적인 순간에 나만의 신념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
그게 바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였다.
특공대에 합격하고 옛 부대인 707을 방문했을 때가 있었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응원해 주는 자리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장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쪽팔리게 대위로 전역해서 고작 순경으로 가냐? 창피하다! 어디 가서 내 후배라고 하지 마라!”
예전 같았으면 정말 화나가 문을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창피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내가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와 올바른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생각해야 한다! 생각이 가치와 신념을 만든다!
나만의 가치와 신념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다른 누구의 삶도 아닌 당신의 삶을 말이다!
특공대 모든 직원들은 프라이드가 강하다! 누군가는 각자의 자부심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