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직무지도원의 일지
나는 장애인 직무지도원입니다.
뭔가 이름은 그럴싸하고 알 듯 모를 듯 하는 이 직업은 뭔가요?
장애인들 중에서도 대부분 발달장애인들이 취업을 했을 때 사업체에서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한지도 어느덧 6년차에 접어든 것 같네요.
제가 이 일을 한다고 하면 다들 이 직업이 무엇인지 몰라서 갸우뚱하고,
그 다음엔 급여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하고,
그 다음엔 장애인과 일하려니 힘들지 않나요? 물어보죠.
그럼. 전 글쎄요.
제가 만나는 친구들은 일단 발달장애인들 중에서도 조금은 취업이 가능한 친구들이 매칭됩니다.
물론 가끔은 전혀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죠. 직업체험이라는 것을 할 때는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친구도 있고 가끔은 폭력성이 있는 친구도 있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편 취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다 인지능력이 좋거나 성격이 좋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구는 어린애처럼 순수하니까 일하는 것이 쉽지 않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혹은 누구는 무섭지 않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전 글쎄요.
그럼 우리 친구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보조일을 합니다. 대개는 급식실 취업이 많습니다.
간단한 설거지부터 대형 바트, 솥단지 닦기, 대걸레로 바닥닦기, 쓰레기분리수거, 홀업무 등등.
그런데 이런 일만 있지는 않습니다. 바리스타가 되어서 고객응대를 하고 커피를 만들기도 하고,
병원에 취업해서 키오스크를 담당해서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병원 내 우편물 택배업무도 할 때가 있고,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친구들은 간단한 컴퓨터 업무도 봅니다. 드물게 신용회사에 가서 스캔과 관련된 작업 및 간단한 문서찾기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혹은 도서관 취업도 합니다. 편의점에 취업하는 친구도 있고 스마트팜에 취업해 채소를 키우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복지관에 취업해서 청소 업무를 맡기도 하고 혹은 학교에 취업해서 주무관님들을 도와 청소관련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인지도 좋고 성격도 원만하고 회사 내 분위기가 좋으면 취업해서 1년 단기계약직으로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취업 전 적응만(3주동안)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직업이 아주 다양하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지가 떨어지는 친구들인지라 주로 몸을 쓰는 일을 합니다.
그럼 가끔 힘이 좋아 보이는 친구들을 보면 이렇게들 말하죠.
선생님은 할 일이 없어 진짜 편하시겠어요.
그럼. 전 글쎄요.
뇌의 문제로 인해 열심히 훈련은 했지만 대근육과 소근육이 발달되어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르거나 아니면 힘 사용법을 전혀 몰라서 갑자기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해서 늘 안전의 위험이 뒤따른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한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모든 대답에 '글쎄요'. 혹은 '복불복'이죠. 라고 말합니다.
명확하게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글을 통해서 친구들과 만나서 겪었던 경험들을 통해 느꼈던,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해보겠지만 그 전에 한가지는 말할 수 있겠네요.
제게는 이 친구들이 비장애인과 엄청 다른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한명의 소중한 고객이자 잠시 내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는 것!
저는 소외된 사람입니다.
저는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처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날 저는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늘 괜찮은 척 했습니다. 매일 벼랑 끝에 서있는데...
마침 봉사활동을 하던 곳에서 직무지도원으로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이 장애인분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았고 때마침 같이 봉사하시는 분이 이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에게 이력서를 넣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느낀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인지능력, 뇌의 문제로 인한 폭력성, 뇌로 인한 대근육과 소근육의 발달차이, 차이를 따지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말하는 차이가 없다는 점은
그런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공통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구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하고, 여자친구들은 이쁘고 싶고 더 잘 꾸미고 싶고, 남자친구들은 힘있어 보이고 남자다워하고 싶어합니다. 일도 잘하고 싶고, 그러면서 가끔은 일하기 싫고 자기맘대로 하고싶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생기는 끊임없는 고민들과 갈망들,
그런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되는 우울한 상황들. 나이가 들수록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취업,연애,결혼,독립,사람들과의교류)을 통해 우울증과 폭력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비장애인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였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어쩌면
'더 진짜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면서 속으로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괜찮아, 잠시나마 내가 너 손을 잡아줄께. 여기서 잘 지내보자. 해보자.
너도, 나도!
잠시나마 섬에서 나와서 다리 위를 걸어 사람들 속에 들어가보자.
어쩌면 넌 나보다 더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손 잡아볼래?"
#매주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발행을 했지만 브런치북을 통해 꾸준히 연재를 하고 싶어 글을 옮기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앱을 이용하여 브런치북에 글을 연재하는 것도 어렵네요.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헤맬 것 같습니다. 라이킷 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한번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사진:을왕리해수욕장에서(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