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근무: 학교급식실. 제 꿈은 바리스타인데요!
두 번째 근무는 학교급식실이었다.
수아(가명)씨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1년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나는 3주의 직무지도를 통해 급식실에서 배워야 될 것들을 교육시켜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첫 사회생활인만큼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사와 같은 기본예절도 가르쳤다.
첫날 영양사선생님을 만나고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여러 조리사, 조리원 선생님들께 인사를 했다. 그곳엔 이미 수아 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친구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주된 업무는 급식 전 식탁을 한번 닦고 유리창을 닦고 급식실이 바쁠 때 잠시 보조를 하는 것이었다. 이후 학교친구들이 점심시간에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나면 잽싸게 식탁을 닦고, 먹고 난 컵들을 다 꺼내서 급식실 선생님들이 세척할 수 있도록 세팅한 다음 정수기를 닦고 급식판을 닦는 것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학생들의 점심시간이 다 끝나면 급식실선생님들과 같이 밥을 먹은 후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근무였는데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수업에 참여하다가 취업 전 훈련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거라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했다.
급식실선생님 모두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다들 조금만 잘해도 칭찬해 주고 기다려주고 예뻐해 주셨다. 그래서 쉽게 일을 하고 적응하리라 생각했다.
우습게도, 그것은 대단한 나의 착각이었다.
훈련을 시작한 지 3일 정도 되는 시점에 수아 씨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급식판을 닦는 도중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셨다.
영양사선생님의 허락하에 별도로 데리고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수아 씨. 왜 울어? 일이 힘들어? 아님 무슨 일이 있어?'
수아 씨는 말이 많이 어눌해서 말을 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고 자신이 말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아 씨는 매주 한 차례씩 복지관에 가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드디어 말을 했다.
"시 시~~ 실~~ 싫다고요"
"그러니까 뭐가 싫은데?"
"다~~ 다요"
"그러니까 그 다가 뭔데?"
"난 바 바리 바리스타가 돼 되고 싶 싶다고요!"
엥? 이게 무슨 말이지?
취업이 되면 그게 뭐든 다 좋은 것이 아닌가. 더구나 자신이 다녔던 학교니 안전하고 더 익숙해서 좋은 것이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면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모두 취업이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장애인도 그렇듯이 졸업 후는 새로운 시작이고 취업은 누구에게든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수아 씨는 운이 진짜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이고 늘 가던 급식실이고 그저 다 좋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바리스타라니!
간신히 달래서 어쨌든 일을 마무리하고 하교 길에 같이 가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어눌하지만 귀를 기울여주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 다 다른 친구들은 바 바리스타로 취 취업했어요.
그런데 왜! 나 나만 급식일을 해요.
나 나도 꿈, 꿈이 있다고요.
그런데 선생님도 엄마도 나보고 이걸 하래.
나 나 진짜 싫다고요!"
목소리에 설움과 분노가 잔뜩 녹아 있었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그동안 난 발달장애인들의 꿈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디든 취업만 되면 다 좋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비장애인라면 잘하든 못하든 인정해 주었을 그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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