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근무: 학교급식실, 제 꿈은 바리스타인데요! / 직무지도의 어려움
다 다들 바 바리스타로 치 취 취업했어요.
그런데 왜! 나 나만 급식일을 해요.
나 나도 꿈, 꿈이 있다고요.
그런데 다들 나보고 이걸 하래.
나 나 나, 진짜 싫다고요!"
설움과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일을 한지 얼마되지도 않았거니와 발달장애인들의 꿈 자체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디든 취업만 되면 다 좋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비장애인라면 잘하든 못하든 인정해 주었을 그들의 꿈!
그날 어머님과 먼저 상담을 시도했다.
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는 다짜고짜 급식일을 하도록 나보고 설득하라는 거다.
책임을 나에게 떠맡기는 느낌이었다. 이 상황은 또 뭐란 말인가!
다음 날 담당선생님을 만나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했다. 선생님은 수아 씨의 집안사정을 말씀하셨고 더불어 말이 심하게 어눌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바리스타는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바리스타로 취업한 친구는 여러 명이 아니고 단 한 명뿐이라고 했다. 친구가 바리스타가 된 것이 부러워서 더 속상해했던 것 같다고 자신이 설득을 하겠다고 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영양사선생님께서 의사소통이 너무 되지 않아 이 상태에서 고용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상황이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일은 못해도 되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직무지도를 더 해 줄 수 없는지 문의하셨다.
공단에 상담을 했다.
그런데 담당자님이 갑자기 화를 내며 직무지도를 더 늘려주면 취업을 책임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아.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결국 담당선생님을 찾아가 학교에서 요청 시 직무지도 지원훈련을 3주 더 연장할 수는 있는데 책임을 나에게 물어서 내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담당선생님은 반드시 학교에 취업을 할 것이며 자신이 서류를 작성해 공단에 요청하겠으니 바리스타의 꿈은 잠시 접고 지금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 근무 후 하굣길을 매일 같이 걸어가면서 많은 대화를 시도했다.
"수아 씨. 오늘은 어땠어? 여전히 바리스타만 하고 싶어?
근데 바리스타가 되려면 커피만 제조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대화도 해야 되고 계산도 해야 되고 매장청소도 해야 돼. 여기서 말하는 법도 더 배우고 일하는 법도 더 배워서 1년 후 도전해 보는 게 어때? 난 수아 씨가 그때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그 그래요? 그럼 돼 되는 거예요?"
"여기서 먼저 잘하면 될 거야. 우리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잖아. 그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우는 게 아니라 말을 해보는 거야. 다들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잖아."
매일 수많은 대화를 이어갔다.
"학교 끝나고 집에 바로 안 가던데 어젠 어디 갔어?"
"다이소요. 예 예쁜 것들 살려고요"
"보여줄래? 와~~ 예쁘네. 그래도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지 마. 엄마에게 전화하고"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많은 친구들이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름 있는 큰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왜?
꿈이기도 하지만 '이름 있는 직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이기도 했다.
어떤 친구가 말했었다.
"대기업이잖아요. 전 그래서 좋아요"
수아 씨에게 물었다.
"왜. 이 일이 싫었어?"
"창피해서요. 내 꿈도 아니지만 창피해요"
여기 학교는 장애인학교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였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그곳에 남아 일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저 비장애인들의 청년들처럼 안정적이고 이름 있는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은 여러 해를 거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게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20대 친구들의 고민 중 하나인 것이다. 원하는 직장, 원하는 꿈!
그래도 우리에겐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수아 씨. 창피할 것 없어. 할 수 있는데 일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돈을 벌고 열심히 생활하는데 왜 창피해. 그리고 비장애인도 모두 자기 꿈을 이루고 살아가지는 못해. 그저 노력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뿐이야. 그러니 수아 씨는 지금 다른 친구들이 갖지 못한 좋은 기회를 얻은 거야. 이 기회에 언어훈련도 잘 받고 그래서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더하고, 뭐든 더 열심히 해보자"
중간중간 또 다른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조금은 안정을 찾고 드디어 급식실선생님들과 어눌하지만 말도 하기 시작했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예쁜 옷을 입고 싶고 귀여운 것들을 사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은 그저 그렇게 하고 싶은 것 많은 20대가 되어가는 그저 꿈 많은 어린 소녀였다.
발달장애인의 범위가 이렇게 넓은 것이었다.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무조건 '그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어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그런 존재들임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이들에 대해 무조건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친구들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팁 1> 알아두면 좋아요!
장애인도 바리스타자격증과 컴퓨터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물론 비장애인들과는 시험이 약간 달라요. 예를 들어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어요.
기관에 따라, 발달장애정도에 따라 다르답니다. 그러나 자격증인만큼 실기시험은 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자격증교육을 해서 그곳에서 따기도 해요. 그런데 교육시간이 부족해 자격증을 취득했어도 실전에선 어려움이 많은 친구들이 있답니다. 그런 경우 따로 복지관에서 재교육을 받는 친구도 있어요.
복지관에선 좀 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전문적으로 수업을 해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요. 그러니 자신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면 복지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심화교육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복지관은 수업받은 친구들이 준비가 되면 취업이 되도록 연계도 해주고 있습니다.
사진:커피집에서(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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