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인테리어 거실편-블라인드만 달께요. 한 줌 햇볕이 중요해서...
<표지그림:챗GPT 출처>
TV에서 보는 집들은 대개 다 그랬다.
넓고 쾌적하고...
커다란 창에는 샤라랄~~커튼이 달렸다.
바람이 불 때 차르르 소리와 함께 커튼 뒤로 '행복'이라는 단어가 또르르 굴러들어올 것 같았다.
신혼집 반지하에 가장 먼저 단 것은 커튼이었다.
커튼은 양문형 냉장고와 함께 단란함, 부유함, 완벽함 그 모든 것의 마무리였다.
양문형 냉장고는 반지하 두 칸짜리 집에 둘 곳이 없어 사지 못했다. 그래도 커튼은 했으니 반은 성공이다.
이사 다닐 때마다 갖고 다녔다.
돈 많이 들여서 만든 커튼은 흰 바탕에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과 노란색이 점 모양으로 알알이 박혀있었다.
밝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지금 집에 왔을 때는 색이 조금 바랬다.
고급진 은빛 회색빛의 커튼을 비싸게 주고 달았다.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미니멀을 접하고 보니 문득 깨달음이 왔다. 난 단 한번도 커튼을 활용한 적이 없었다!
옆지기가 춥다고 커튼 치라고 할 때도,
"안돼. 햇빛 안 들어와. 추우면 이불 덮어."
"밖에서 보이는 것 싫어. 커튼쳐"
"안돼. 옷 입고 돌아다녀. 햇빛 안 들어와"
집을 고르는 순위에 햇빛은 마음 속 1순위였지만 돈은 늘 부족했고
서울에선 돈이 많아도 쉽지 않은 게 햇빛과 전망이었다.
반지하에서 살면 햇빛은 더욱 더 그립다.
이 집도 햇빛이 하루종일 비치는 편은 아니였다. 오래 살 계획이 없었다.
이사를 계획했지만 여러가지 사건이 터졌고 종국엔 기회는 있었지만 옆지기는 단 한푼도 빚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대출하지 않고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가능하다고?
언젠간 아파트는 떨어질 것이라는 옆지기의 바람은 이 집을 구매할 때도 그랬다.
계약금을 내가 내겠다는 조건 하에 들어온 집이었다.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나도 갚겠다고!"
끝끝내 반대하다 부동산이 천장을 뚫었을 때 '미래를 꿈꾸는 것 그만할께.'
절망하며 포기했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생겨났고 현금이 필요했다.
애써 모아둔 큰 금액들이 빠져나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 속에서도 돈을 모았다.
어떻게든 사야 될 것이 있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이 지난한 인생에 꼭 필요한 것!
깔끔한 집과 하루종일 들어오는 햇빛의 춤사위!
결국 1/3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그러니,
"내 맘대로 하면 안 돼?"
"싫다고. 왜 너 맘대로 해? 내 돈도 들어같잖아!"
"내가...내가... 죽을 것 같다고...그런데...왜!"
그렇게 싸워서 '햇빛 한 줌'을 온전히 들였다.
커튼은 필요없어!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하루종일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햇빛의 춤사위. 그리고 해질녘 노을빛.
호텔처럼 깨끗한 집에 빈 공간이 많고 군더더기 없는 집. 그러면서 따뜻하고 시원한...
그런 거실 바닥에 누워 햇빛따라 뒹굴뒹굴.
베란다에 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해질녁 노을을 보고
비가 오면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행인들의 모습을 구경한다.
한 줌! 그 한 줌에 '죽지않을 한 숨'을 쉬고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 힘을 얻는다.
그래도 베란다에 블라인드는 달았다.
우리집은 서향이라 여름엔 너무 뜨겁고 블라인드마저 없으면 불편하다.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은 집이라
블라인드는 가끔만 쳐도 된다.
이사가고 싶던 대단지 아파트 상당수가
확장이 되어있다. 안하면 집이 작아 불편해서.
그러다보니 밤엔 보여도 너무 보인다.
닭장 같은 순간으로 느껴져서 숨이 막혔다.
그럼. 커튼은 필수가 된다.
햇빛을 포기하고 밤의 달빛을 포기해야되는...
나에겐 더 내어주더라도 꼭 받아내야 되는 것.
그렇게 햇빛과 달빛을 집안에 초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