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인테리어 주방편 - 2도어 344L를 들여요.
1편을 보고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속은 맥시멀하겠지.
네... 조금은 제 기준에서 맥시멀합니다.
미니멀을 추구해도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더라구요. 가끔 필요할 때도 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물건은 어떻게든 증식하더라구요.
그게 돈이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서랍장 모습들.
미니멀 인테리어 하기 전까지는 양문형 냉장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양문형 냉장고를 구매한 지 8년은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어머님 댁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오래됐지만 망가진 곳도 없고 너무 깨끗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시댁에서 지내게 되었길래 그곳의 더 오래된 냉장고는 버리고 저희 집 양문형으로 교체했습니다.
오히려 그곳에 가니 살림 많은 어머님께 딱이더라구요.
저희 집 앞 2분 거리에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그냥 슬리퍼 끌고 나가서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어도 되고 사와도 됩니다.
굳이 잘 먹지도 않는 음식을 집에 쟁여둘 이유가 없습니다.
불편하지 않냐구요? 전혀요.
요즘은 다시 명절이 끝나고 난 뒤라
냉장고는 텅텅 비었습니다.
그냥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또 슬리퍼 찍찍 끌고 나가 뭔가를 들고 오겠지요. 그러니 냉동실도 클 이유가 없습니다. 참고로 냉동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윗층 이웃이 공사 후 집구경을 왔습니다.
"하하, 우리집이 젤 작은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더 작네요. 그럼 김치냉장고는 어디있어요?"
"없는데요."
공사 중 인테리어 실장님이 당황하신 일이 생각나네요.
"아니, 이렇게 작은 냉장고가 온다구요? 그럼, 아이랜드 식탁을 더 크게 빼드려도 됐을텐데"
"아뇨. 괜찮아요. 전 오히려 공간이 넓어져서 좋아요. 그런데 콘센트 어떻게 하죠?"
기존 양문형 냉장고에 맞추어 콘센트 설계를 하셨더라구요.
전달을 했는데 미처 '이정도일 줄은!'
콘센트 위치를 다시 파는 작업을 하느라 고생했습니다. 덕분에 깔끔한 인테리어가 되었네요.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가정집 대부분 이보다 더 작은 냉장고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늘 신선한 음식을 먹었죠. 그것은 어머님들의 희생과 사랑이었지요.
지금은 1인 가구가 많고 그 시절의 어머님들도 더이상 음식 하는 것을 힘들어 하십니다.
오히려 그 시절 양껏 만들던 기억만 있어 냉장고 1대와 김치냉장고1대, 심지어 냉장고 2대까지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음식들은 검은 봉지에 밀봉된 채 박제되어 가더군요.
지금이 더 잘 먹고 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음식은 넘쳐나는데
어머님들의 향수 가득한 촌스럽스지만 건강한 '집밥'은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의외로 냉장고에 가득찬 음식을 두고 외식을 하느라 바쁜 것을 보면요.
그러나 이해가 됩니다.
옛날 어머님들의 소원은 딸이
맞벌이 하지 않고 주부로 살기를.
아님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는 사람으로 살기를...그런데 모르겠네요.
이제는 맞벌이 하지 않으면 생활에 더 여유가 없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누군가의 손에 크고 그게 조부모이거나 자신과 잘 맞는 다른 양육자이면 땡큐이고...
맞벌이든 외벌이든
다들 돈이 없다고 하고 시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냉장고가 더 미어터지는 것 같습니다.
잘 먹이고 싶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마음!
전 맞벌이 같지 않은 맞벌이라 이게 가능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식구들 모두 입이 짧아 각자 먹는 시간, 먹고 싶은 것,먹는 양이 다 다릅니다.
"그니까. 앞으로는 나가서 먹고 오든지, 아니면 정확하게 먹고 싶은 것을 전달해줘. 그러면 준비할께"
그래서 큰 냉장고는 필요없고 과일과 물, 두유 정도. 약간의 조미료들만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은 김치와 과일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