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인테리어 안방 편-붙박이장 이렇게 작아도 돼요?
인테리어를 하면서 큰 결심을 한 것 중 하나가 '침대구매'였다. 평생 필요 없다던 침대를 구매했다.
살이 15kg 이상 찌고 난 후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이 무릎에 부하를 많이 줬다. 바닥에서 일어나면 머리도 핑핑 돌았다.
침대는 가장 좋고 큰 걸로 하겠어!
그런 침대가 들어가기에 방은 넓지 않았다.
호텔 같은 방을 꿈꿨기에 침대 하나만으로 방은 가득 찼다. 그래서 선택한 건?
붙박이장을 가장 작은 것으로 하는 것!
방 2개에도 붙박이장은 없다.
대신 작은 행거가 있다.
한 곳은 옆지기 맥시멀방.
행거에도 맥시멀 하게 옷이 걸려있다.
안방 붙박이장 상단은 다 그의 옷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한 방은 자녀방. 어느 순간 아이도 맥시멀에서 미니멀로 갔다. 그러나 컴퓨터에 있어서는 맥시멀이다. 행거에는 옷 대신 컴퓨터 관련 박스가 한가득 쌓여있다. 안방 붙박이장 하단은 그 아이에게 내줬다. 일부에 내 옷을 걸었고 나머지 옷들은 수납함을 사서 붙박이장 하단에 정리했다.
그곳엔 아직도 버려야 될 옷들이 있는데 못 버리는 중이다. '허드레 옷도 필요해서'라는 핑계로.
이불이 문제였다. 요 하나만 붙박이장에 쑤셔 넣고 요 2개는 자녀가 사용하는 거라 그 방에 대충 접어놓고 산다. 옆지기는 자신은 캠핑 온 것처럼 살고 싶다고 캠핑용 침대를 놓고 산다.
최근에 라쿠라쿠로 교체했다. 뭔가를 계속 산다.
그래도 이건 이해된다.
택배는 그래도 그만이면 안될까?
이불은 각자 방에. 나 이외에 각자 이불은 침낭이다. 요즘 침낭은 참 좋다. 부들부들하고 작고 공간차지가 되지 않는다. 여벌 1개가 더 있으니 손님이 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넓은 안방에서 혼자 여유롭게 잔다.
그런데도 매일 악몽을 꾸며 일어난다.
미니멀을 해도 남는 문제!
마음이 미니멀하지 않다!
포기를 하면 다 놓아버려서 절망으로 가고
포기하지 않으면 속이 시끄럽다.
미니멀해져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나의 미니멀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괜찮아. 잘했어!'
현재의 나에게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미래의 나에게도 '괜찮아. 더 좋아질 거야!'라고 응원하는 것인데
그저 묵묵히 '하루를 감사'로 기도하며 사는 건데...
버티며 사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버틴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을 요하는 것이고 성실한 것이며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약속임을 어느 책을 읽고 문득 깨달았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용기내어 사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젠 부끄럽지는 않다. 그러나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미니멀을 통해 일부의 감정들은 담담해졌지만
일부는 여전히 살아남아 발버둥 치는 나를 꿈속으로 머리채를 말아 쥐고 기어코 질질 끌고 들어간다.
땅바닥에 쓸려 살이 찢겨지고 피가 나도 누구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안다. 그게 세상임을... 그렇게 질질 끌려간다.
그럼 난 늘 그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그곳에서....
마음에도 미니멀이 올까.
내 마음의 미니멀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닿아
그 사람 깊은 마음속 시끄러움을 자장가처럼
잠재워줄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저는 옷이 없어요. 단벌 신사여도 상관없어요.
그러니 붙박이장 작아도 괜찮아요.
대신 저에게 호텔방을 선물해 주세요.
그것이 저의 미니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