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과 침대, 책장과 책상으로 둘러싸인 방안 침대에 나는 머리를 베개에 베고 옆으로 누워 등을 말고 또 다른 베개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 누워있다.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신은 깨지도 않았는데 내 머릿속은 아직도 밤인데 방은 왜 이렇게 밝아진 건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처럼 눈이 피로하다. 방바닥에는 입지도 않고 버릴 수도 없는 옷가지들과 쓰레기들 정돈되지 않은 책들과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정리되지 않은 탓에 청소기를 밀 수 없어 바닥엔 먼지와 과자 부스러기들과 머리카락들이 쌓여있다. 침대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서는 순간 나의 보송보송하고 깨끗한 맨발바닥엔 지저분한 부스러기들과 먼지들이 묻는다. 어쩐지 나는 항상 쓰레기장 안에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나 조차도 이런 방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턴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이 더러움에 적응하고 익숙해져 있다. 쾌적하고 아주 깔끔한 방을 상상하고 원하지만 현실은 이상과의 괴리가 너무나 크다. 그 상태로 거실로 나간다. 어제 쓰던 물컵의 물을 비우고 정수기에 둔다. 너무 차갑지 않은 적당히 시원한 온도의 물을 먹기 위해 정수와 냉수를 반반씩 받는다. 이펙사 두 알과 폭세틴 한 알을 약통에서 꺼내 입 안에 넣는다. 총 세 알의 캡슐약과 물을 한 번에 삼키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금방이라도 다시 잠들 것처럼 너무나 졸리다. 나는 피곤한 사람이고 나는 졸린 사람이고 나는 더 자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원하는 대로 침대에 누워 다시 눈을 감는다. 짜증이 몰려온다. 왜 이렇게 밝은 건지, 아침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종일 아주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일가기 전 딱 30분 전에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깨지만, 스누즈를 누르고 다시 잔다. 그러다 보면 10분 전 즈음 나는 깬다. 누가 봐도 방금 잠에서 깬 사람으로 출근을 한다. 비몽사몽 한 채로 출근을 하면 퇴근할 때까지 정신이 헤롱헤롱하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매 순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내 온몸의 기가 실시간으로 빨려나가고 있는 것을.. 일하는 것이 과연 기쁜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온몸으로 버틸 뿐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90%가 소진된 상태가 되어있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육체를 간신히 붙잡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옷을 다 벗어던지고 소파에 눕는다. 나의 영혼은 이미 죽었다. 나는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데, 머릿속은 텅텅 비어 글을 쓸 수가 없게 되고, 정신이 몽롱해서 운동은 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누워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글 써야 하는데, 청소해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나중으로 미룬다. 그래도 된다고 합리화한다.
그런 미루는 날들이 모이면 미래의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있을 것이다. 그럼 또 나는 또 과거의 나를 자책할 것이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하기보단, 그냥 노력을 안 하는 것이 문제라고 스스로 반성한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결코 될 수 없다. 그냥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론 여태껏 실패해 왔으니, 새로운 방식을 떠올려야 한다. 노력을 할 수 있게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이런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조금씩 노력하기로 한다. 너무 큰 마음의 부담은 과감하게 버리기로 한다. 한 번에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욕심부리기를 금지한다. 나에겐 스스로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이 있다. 분명 과거의 나도, 어제의 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는데 괜히 내일의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한다. 아침에 캡슐약 세 알을 매일 챙겨 먹는 것처럼 사소한 일들을 시작하려고 한다. 글 쓰는 것이 힘들다면 짧게라도 써도 되니, 일단 노트북을 열거나 노트를 피고 볼펜을 잡는 시도를 하라고 하고 싶다. 딱 세 줄이라도 좋으니 써보라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단 하나라도 없어도 딱 한 가지라도 감각해 보려고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청소가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쓰레기만 버려보기처럼 스스로에게 아주 단순하고 순차적으로 하나씩 지시하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그것 조차 어려운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더욱더 하나의 일을 아주 작은 조각들로 쪼개어도 된다. 힘들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버리면,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점점 잃게 될 것이다. 나는 더욱더 우울에 안주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해야 하고,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결국 해내면 나는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