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의 무게

삼땡, 나의 이야기 2화

by 삼땡

햇살이 내리쬐는 느낌에 그는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51분.


회사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집을 나선 지 오래됐을 시간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하루를 시작했을,

느즈막하지만 분명히 일상이 굴러가고 있는 시간.


그는 그 시간에 일어났다.


어제 분명히 일찍 잠들었는데도 몸은 무거웠다.

요즘은 자도 자도 피로가 빠지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깊은 곳에서부터 은근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아파왔다.




그는 일어난 모습 그대로였다.

베개에 머리를 붙인 채, 이불을 푹 덮어쓴 채,

원룸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자 이제 어떡하지.’

‘뭐부터 해야 할까.’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뒤 가벼운 조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적당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마무리는 냉수로 정신을 깨운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회사에 지원할 자기소개서를 쓰고,

필요한 자격증이나 직무 역량 공부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처럼 막막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지?

아니, 이제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니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막연했고 막막했다.


스트레스.

스트레스라는 단어만 떠올라도 피로가 배로 불어나는 기분이었다.




이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모습,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방치한 내 자신의 책임임을.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음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아무 능력도 없는 것 같고,

게으르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변해야 한다는 것도,

지금 당장 집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냐 여쭤보시는,

언제나 묵묵히 믿어주시는 부모님.

자기보다 어린데도 이미 자리를 잡고,

때로는 형에게 용돈까지 챙겨주는 동생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자신을,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자신을,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그를

아무 말 없이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또 하나.

어린 시절의 자신.


무언가를 이룬,

멋있게 철든 어른으로 자라 있을 거라 믿었던

그 시절의 자신과

전혀 다른 오늘의 모습.


어린 내 기대와는 다른 오늘의 모습.


이 나이쯤 되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데,

주변의 또래들은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자신은 아직도 제자리에 서서

뒤만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


텅 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자기 그림자와

저기 머나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지.


아, 또 감상에 빠져버렸다.


지금 눈앞의 현실이고,

분명 자신의 삶인데도,

나의 삶이 아닌 듯.

마치 남의 인생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처럼

그는 방관자가 되어 있었다.


성공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일어난 직후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는 수도 없이 들어왔고,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음과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커다란 간극이 있었다.




완벽주의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미 늦게 일어났으니

차라리 오늘은 그냥 흘려보내고

내일부터 완벽하게 시작할까,

라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미뤄진 내일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어느 새 일 년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또한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른’ 사람이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그려온

거대한 자아상이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방 안에만 있으면

생각도 방 안 크기만큼만 자랐다.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방구석의 천장.

그 아래에서

생각은 한없이 밑으로,

심연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는 누운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채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냈다.


유튜브를 켰다.


그는 그렇게

또 하루를 흘려보냈다.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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