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仁)이 필요한 우리.
타인은 가까우면서도 먼, 그런 느낌을 주는 단어다. 가끔은 타인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다가도, 때로는 타인으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든 시기를 겪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짝꿍처럼 같이 떠올려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인(仁)'이라는 덕목이다.
'사람'과 '둘'이라는 글자가 합쳐져 인간의 덕목을 뜻하는 글자가 된 '인(仁)'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간은 사회 속에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따뜻함을 절실히 원하고, 타인에게 기대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그에게 나눠줄 따뜻함이 요구되는 순간들도 있다.
공자는 인(仁)에 대해 직접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진 않다. 다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기에 공자의 글을 읽다 보면 인(仁)이란 오히려 우리 마음, 그 내면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 속에서 내가 갖는 너그러운 마음, 애정, 이 모든 따뜻한 것들이 인(仁)의 형상이다.
그 핵심엔 앞서 말한 '따뜻함'이 있다. 공자가 말하길 인(仁)이란 인간의 수많은 덕목을 형성하는 근본임과 동시에 그 핵심에는 사랑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관계 안에서 사랑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때론 증오, 집착, 슬픔과 같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으로 표현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엔 정답이 없고, 오히려 난제에 가까운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관계 맺을 때, 적정선을 유지한다. 쉽게 말하면 안전지대를 만들고 사람을 사귄다. 그래야만 내가 상처를 주지도, 또 그렇다고 상처를 받지도 않는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최대한의 안전거리를 지속하며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범위 밖으로는 따뜻함을 더 주지도, 또 그 안으로 다른 사람이 나눠주는 따뜻함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예컨대 회사 속에서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돌이켜보면, 뭔가 항상 조심하고 눈치 보아야만 한다. 타인이 내게 갖는 심정이 어떠한지 짐작해보고 나도 그만큼만 돌려주기 위해 머릿속의 계산기를 굴려야만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간혹 좌절하게 되고 회의감을 느끼게 되면, 종국에는 인간관계를 모두 단절해버릴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다. 결국에 우리는 타인에게 위로받으며, 도움도 받고 살아가아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 타인을 생각하며 항상 인(仁)을 떠올려야 한다.
사람에게 향하는 따뜻함을 간직하는 것, 이게 인간관계에서 내가 찾은 정답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간혹 '청천벽력'과 같이 관계의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의 고통은 시작된다. 순탄할 것 같던 관계가 무너질 것만 같던 그때,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나만 생각하고 내 상처만 다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되기엔 너무 두려운 게 많다.
그러니까 이왕 그럴 거면, 타인을 생각하며 각자 스스로가 먼저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나 스스로의 온도를 나눠줄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을 바꿔보면 스스로 더 뿌듯하지 않을까? 계산에 급급한 거보다 말이다. 내 온도와 타인의 온도는 다를 수 있다. 그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안에 있는 멋있는 덕목, 따뜻한 인(仁)을 버려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출근길에서는 한 뼘 더 따뜻하게 살아보아야겠다. 뒤에서 아무리 밀쳐도 따뜻한 마음으로 자리를 내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