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또 다른 MBTI...!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 텐데' 하고 수많은 행복의 조건을 내걸지만, 바로 그 행복의 조건이 거꾸로 행복을 제약한다. 많은 이들이 쓰고 간 소원지가 어지러이 묶여 있던 곳 뒤편엔 모순적이게도 이런 팻말이 적혀있었다. '행복에는 조건이 없다.'는 글귀였다. 누구의 글귀인지 모를 그 문장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소원하고 또 열망한다. 대부분의 소원 내용은 부모의 건강, 가족의 행복 또는 나 자신의 성취 등을 간절히 바란다. 때때로 그 내용들을 현재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위의 것들은 우리에게 가끔 행복의 필요조건인 양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보다 곱절의 무언가를 바라고, 열망한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보장을 원한다. 좀 더 오랜 시간을, 이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일까. 진정한 행복이란 대체 뭘까! 정말 조건이 필요 없을까?
확실한 한 가지는, 행복은 통칭할 수 없는 대상이란 것이다. 유행하던 MBTI처럼 각자 특성에 따라 다르게 갖고 있는 게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이지 않을까. 혹자는 가지고 '싶은' 것을 생각하며 삶을 살고, 혹자는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 그 중간에 위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는 모두 다양하고도 다른 모양의 행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서로 가진 다른 모양의 행복을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데, 간혹 우리 사회는 그 모양을 다 내팽개쳐버리고 똑같은 잣대에 내 행복을 욱여넣어 재단해버리곤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시가 바로 돈이다. 물론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사람의 진정한 행복 또한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다만 내가 염려되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돈에 있지 않음에도 쉽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돈'이라는 기준으로 인해 내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연봉 얘기, 부동산 및 주식 얘기들을 들으며 '아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직군으로의 이직도 생각해보고, 여러 방면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정작 늘어가는 것은 타인에 대한 부러움과 나의 현재 삶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래서 그때 알았다. '내 행복은 돈 모양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내가 찾은 행복은 '가족'에 있었다. 퇴근길 나를 마중 나오는 부모님과 반려견이 있음이 행복하고, 또 다 같이 하하호호 집으로 가서 허니콤보 한 마리에 아빠와 맥주 한 잔을 나누는 일상. 치킨을 먹는 우리들 식탁 아래를 지키는 나의 반려견. 가끔은 내 무릎에 앉아 고개를 식탁에 괴고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와 이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우리 가족. 이 모습이 나의 행복이다.
가끔은 이렇게 행복한 가족과의 일상이, 언젠가는 박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깨닫게 된 내 진정한 행복의 기쁨을, 지금은 그저 감사하며 살고 싶다. 여전히 행복에 대해 명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하고 묻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질문이며, 본인 스스로에게 해야만 하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자, 여러분의 진정한 행복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