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듣지 않는다, 말할 준비를 할 뿐
※ 이 글은 Aalto Executive MBA 과정의 ‘Thinking Innovatively about Sales Leadership’ 수업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빙산의 구조를 닮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표정, 몸짓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수면 아래 잠긴 거대한 구조물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가치(values)'와 '신념(beliefs)'이다.
가치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며, 신념은 우리가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정의를, 누군가는 안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유를 우선시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판단이 엇갈리는 이유는 이 보이지 않는 층위의 차이 때문이다.
이 보이지 않는 구조는 사고방식뿐 아니라, 말의 무게와 듣는 방식까지 좌우한다.
사람은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는 이미 자신의 답을 조립하고 있다.
질문인 듯한 말에는 판단이 스며 있고, 공감인 듯한 말에는 조언이 배어 있다.
Stephen Covey는 이를 '자서전적 경청(Autobiographical Listening)'이라 정의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답하기 위해 듣는다.
이런 경청 방식은 네 가지 반응으로 나타난다:
Evaluate — 동의하거나 반대하며 평가한다.
Probe — 자신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Advise —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조언한다.
Interpret — 자기 기준으로 상대를 해석한다.
이 모든 반응은 듣는 행위 같아 보이지만, 실은 자기중심적인 반사적 대응이다.
경청이 아니라 반응이며, 공감이 아니라 해석이다.
진정한 경청은 ‘내가 너라면’이라는 가정을 버리고,
‘너는 어땠니’라는 질문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그 사람의 맥락에서, 그 사람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경청이다.
경청은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이며,
이해를 위한 선택이다.
이해는 기술이 아니라 의지이다.
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는 '조용한 결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가끔은 그 렌즈를 벗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그 사람의 말 뒤에 숨은 이야기를 마주하고자 할 때,
자기 프레임을 내려놓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언보다 질문이 먼저 나와야 하고,
반응보다 여백이 먼저 있어야 한다.
말을 멈추고 들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경청은 기술이 아니다. 태도이다.
이해는 빠르게 도달하는 목적지가 아니라, 천천히 건너가는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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