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 Craft by Busan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신발을 만들 것인가,
어떤 감도를 추구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
처음엔 단순해 보였던 이 질문이
결국 우리가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공장을 정하고, 단가를 맞추고, 효율을 따지는 일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본질적인 고민이 숨어 있었죠.
‘어디서 만든다’는 건,
곧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부산에서 찾았습니다.
부산은 우리가 자란 곳입니다.
바닷바람이 닿는 거리와 느슨한 여유,
강한 관계와 고집스러운 기술이 공존하는 도시.
어린 시절, 친구 아버지가 축구화를 만들던 공장,
동네마다 존재하던 작은 제화소와 가죽창 냄새.
그 기억들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감도를 만든 요소들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패션, 디자인, 기획 일을 해오던 우리가
신발이라는 아이템으로 다시 모였을 때,
부산은 자연스러운 출발점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생산 인프라 대부분이 서울과 해외로 옮겨간 지금,
부산에서 제조를 시작한다는 건
다시 관계를 만들고, 기술을 배우고,
하나씩 문을 두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공장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묵묵히 인사드리고, 청소도 도우며,
일손을 보태는 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작은 신뢰들이 모여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구두는
부산 안에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퍼 제작부터 라스트 설계, 인솔 조립,
박스 패키지와 라벨 디자인까지.
가능한 한 모든 과정을 이 도시에서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정에 우리의 마음을 담은 한 문장을 붙였습니다.
Handcrafted in Busan, Korea.
단순히 어디서 만들었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단단한 태도이자 방향입니다.
더 싸고, 더 빠르게 만드는 방법은 물론 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죠.
디자인은 이곳에서 하고, 생산은 국경 너머에서.
효율은 올라가고, 단가는 낮아지고, 속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역시 그 방식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그저 ‘신발’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드는 감각이니까요.
로컬에서 만든다는 건,
결국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한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기까지
수십 개의 손이 오갑니다.
패턴을 자르고, 가죽을 재단하고,
봉제하고, 마무리 포장까지.
그 손길 하나하나를
우리는 비용이 아닌 관계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기술이 끊기지 않게, 장인의 리듬이 사라지지 않게.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제화 생태계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Handcrafted in Busan은 우리에게 마케팅이 아닙니다.
책임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대부분의 공정을
부산과 한국 내에서 진행합니다.
그 선택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오래 남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속도가 아닌 감도,
수량이 아닌 하루의 진심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이 방식을 고집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 태어나,
이곳에서 일하고,
이곳에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딘가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칠링세레머니클럽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는 브랜드입니다.
단순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의미를 넘어
이 도시에 담긴 기억, 기술, 감각을
신발이라는 매개로 다시 잇고 싶습니다.
부산에서 만든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진짜로 오래 살아남기 위한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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